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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대선 TV토론을 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CNN 주최로 90여 분간 첫 대선 토론을 벌이며 격돌했다. 두 후보는 예상대로 인플레이션, 이민자 문제, 외교·안보 정책, 낙태 등 주요 사안에서 극단적인 시각 차이를 보였다.

감기에 걸린 바이든 대통령은 쉰 목소리로 자주 말을 얼버무리거나 더듬으면서 고령 문제에 대한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짓 주장을 반복했지만,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CNN이 토론 후 진행한 긴급 설문에서 응답자 6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토론 승자로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오후 9시 CNN 스튜디오에 냉랭한 분위기로 들어섰다. 악수는 물론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둘이 선 연단의 거리는 약 2.4m(8피트)에 불과했지만, 감정적 거리는 훨씬 더 멀어 보였다. 토론 내내 둘은 서로를 ‘이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비난을 반복했다. 로이터는 “두 후보가 서로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인 건 4년 전 마지막 대선 토론이 열린 2020년 10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첫 주제인 인플레이션 문제에서부터 양측은 극한 대립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취임했을 때) 미국 경제는 자유낙하 중이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은 너무나 형편없이 처리됐다.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그(트럼프)가 한 말은 팔에 표백제를 주사하라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일자리 증가 등 임기 성과를 언급한 뒤 “우리가 해야 했던 일은 상황을 다시 바로 잡는 것이었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었다”고 반박한 뒤 “그(바이든)가 만든 유일한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것이며, 미국 인플레이션을 형편없이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람은 우리를 완전히 죽이고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책임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돌리며 “국가가 여성의 선택 권리를 박탈하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은) 뱃속에서 8~9개월 된 아이를 죽일 수 있도록 하는 급진적 정책을 편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낙태는) 각 주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며 연방대법원 결정을 지지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 문제를 가장 많은 공격 소재로 삼았다. 그는 “바이든은 전 세계 모든 테러리스트에게 국경을 개방했다. 한심한 정책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우리 시민을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 이민자가 메디케어 등에 가입하며 미국 사회 보장 시스템을 거덜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본인이 취한 행정 명령을 언급하며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이 40%나 줄어드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외교·안보 문제에서도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은 수천, 수만 명을 죽인 전쟁 범죄자”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가져가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를 탈퇴하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약한 리더십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대해서도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날”이라며 “전 세계 국가들이 더는 미국을 존경하지 않고 제3세계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비난은 토론 내내 쉴 새 없이 계속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 무대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유일한 중범죄인”이라며 “여성을 성추행하고, 아내가 임신한 날 밤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비난했다. 도덕성이 ‘골목 고양이’(난잡한 사람을 지칭) 수준이라는 말도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아들 헌터의 유죄 평결을 언급하며 “그의 아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중범죄자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바이든이 선거를 무기화하고 있다. 바이든은 퇴임하면 그가 저지른 모든 일로 중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누가 되든 이번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2020년) 선거가 공정했다면 그랬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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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이후 미 언론의 최대 관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 대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관련 질문에 “(나이가 아닌) 기록을 보라. 수백만 달러의 민간 기업 투자가 이뤄졌다”며 “나는 한국으로 갔고, 삼성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설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나보다 불과 3살 어리고, 능력도 훨씬 떨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시니어도 아닌 일반 클럽 챔피언십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며 골프 실력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승하려면 똑똑하고 공을 멀리 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해냈지만 그(바이든)는 공을 50야드도 못 보낸다”라고 조롱했다.

CNN은 토론이 끝난 뒤 “민주당이 엄청난 패닉에 빠졌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는 흔들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공격적이고 종종 오해 소지가 있는 공격을 반복했다”며 “유권자들에게 흐릿하고 일관성 없는 모습을 반복한 바이든 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평생 이렇게 많은 헛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본인 답변 때는 자주 말을 더듬거나 흐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 관련 답변에서 말을 더듬자 “나는 그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이 사람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비웃기도 했다.

NYT는 “수개월 동안 끓어오르던 바이든 대통령 나이에 대한 우려는 토론이 끝나기도 전에 대중의 시야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은 토론 내내 부정확한 경우가 많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초점을 잃은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 시간에 사회자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에 집중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흥분하지 않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NYT는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절제하고 집중했다. 2020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교훈을 얻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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