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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원내대표 당시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통화한 뒤 메모
“믿기 어려웠는데 이젠 분명한 사실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자격 없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2023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회의를 진행하던 모습. 연합뉴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이태원 참사 음모론 관련 발언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전 의장으로부터 과거에 같은 얘기를 듣고 기록한 메모가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 의원은 당시 김 전 의장과 수시로 만나며 소통했다.

박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 논란이 된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도 저는 생생히 전해 들어서 지금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저와 자주 만나거나 통화하던 김 전 의장은, 그 전부터 윤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유해주셨다”며 “김 전 의장으로부터 윤 대통령과 독대한 뒤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언급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2022년 12월 5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뒤 30~35분 가량 따로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박 의원은 “김 전 의장으로부터 전해 들어 메모한 내용”이라며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MBC와 KBS, JTBC 등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다, 지인의 부녀도 그런 기사를 보고 뒤늦게 구경하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으로 갖고 있다, 사건의 의혹을 먼저 규명하지 않고 이상민 장관을 사퇴시키면 혹시 나중에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니 정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수사가 끝난 후에 지게 해야 한다”
박 의원은 “제가 원내대표를 하면서 윤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며 “무고한 159인의 죽음 앞에서 국민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는데 대통령이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말을 내뱉을 거라고는 처음엔 곧이곧대로 믿기가 어려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논란이나 법적 책임 때문에 수차례 사실관계를 검증했을 김 전 의장의 회고록에 실린 내용을 이번에 다시 확인하니 이젠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국정 운영이 합리적인 이성과 판단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라며 “왜 이렇게까지 국정을 엉망으로 만드는지 납득할 수 없었는데, 이러한 의문에 '음모론'을 집어넣으니 말도 안 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의원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남의 입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 윤웅 기자

앞서 김 전 의장은 다음 달 5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 윤 대통령과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를 계기로 독대한 자리에서 나눈 대화 대용이라며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김 전 의장은 회고록에서 윤 대통령에게 “‘제 생각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그가 좀 더 일찍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과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협치를 이끌어낸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을 참조해달라고 간청했다”고 적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내 말이 다 맞으나, 자신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하게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썼다. 이어 “내가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자신은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 윤 대통령의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 나는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해당 일화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결정하지 않으면 주변 이들이 강하게 진언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아무도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하지 않은 것”이라며 “윤석열정부의 앞날을 가늠하게 된 첫 지표”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눴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을 냈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대통령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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