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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경험하고 인터넷으로 정보 얻어
마약류 몰래 키운 사범 지난해 89% 증가
꼼수 적발 어려워... "정보 원천 차단해야"
서울 노원구 하계동 공공텃밭에 마약성 양귀비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한 김모(71)씨가 26일 신고 당시 경찰에게 제출한 양귀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전유진 기자


"산책하다 꽃을 봤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아무리 봐도 양귀비 같아서 사진 찍어서 바로 지구대로 갔죠."


서울 노원구 하계동 공공텃밭 근처를 산책하던 김모(71)씨는 며칠 전 텃밭에서 수상한 꽃을 발견했다. 매일 오가던 산책길에 마약용 양귀비처럼 보이는 붉은 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관상용에 비해 마약용은 '검은 반점이 있는 붉은색'이 주류를 이룬다는 특징이 있다. 김씨는 곧바로 인근 지구대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꽃은 실제 마약용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텃밭에 심어져 있던 양귀비 230주를 8일 모두 회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단속용 양귀비와 비단속용 양귀비 비교. 경찰청 제공


확인했더니 양귀비가 발견된 공공텃밭은 구청이 구민들에게 분양한 곳이다. 유동 인구도 많은 곳이고 건너편엔 초등학교가, 그 옆엔 어린이집과 주민센터가 있다. 텃밭 인근엔 자전거 타는 아이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도 많다. 이런 곳에 마약류 원료가 자라고 있었던 것. 하계동에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허모(80)씨는 "매일 산책하던 길가에 마약 양귀비가 있다니 당황스럽다"며 "젊은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양귀비와 대마 등 마약류 원료 식물을 재배하다 적발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매년 5~7월은 양귀비 개화기와 대마 수확기가 겹치는 시기인데, 수년간 이 시기 마약류 식물을 직접 재배하다 붙잡힌 밀경사범이 폭증하고 있다. 온라인에 재배 방법이 널리 공유돼 있고 재배를 위한 물품 구매도 쉬워진 만큼,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경험·인터넷 활용으로 밀경사범 증가

밀경사범 검거 및 압수량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최근 수년간 마약류 밀경사범 수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밀경사범은 3,125명으로 2022년 1,656명과 비교해 88.7% 급증했다. 지난해 압수한 대마와 양귀비도 총 20만7,323주로, 전년(13만9,836주) 대비 약 48% 증가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유학 등 해외 경험 중 마약을 접한 이들이 늘고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많아졌으며 △재배 방법을 손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범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10년 넘게 마약 수사를 해온 A 경장은 "20대와 30대 사범이 10년 전에 비해 체감상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씨앗 공수, 온라인 장비 주문

4월 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주거지 등에서 대마 재배 및 생산 행위 적발' 브리핑에서 공개된 대마 재배 시설. 뉴스1


최근 밀경사범들은 주로 해외에서 씨앗을 직접 들여오거나 택배로 주문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용 대마는 재배가 힘들고 질이 떨어져 밀경사범들은 보통 유럽에서 씨앗을 들여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구한 씨앗은 인터넷에서 익힌 재배 방법을 통해 임대한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혹은 자택에서 생육한다. 습도조절기, 조명 등 재배에 필요한 장비 종류도 인터넷상에 공공연히 공유되고 있는데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집에서 손수 길렀다고 해서 위험성이 덜하진 않다. 대마는 종자와 생육 방법에 의해 환각 정도가 결정되기에 재배 규모에 관계없이 높은 위험성을 가질 수 있다. 양귀비 역시 열매에 상처를 내 진액을 얻은 뒤 아편을 추출하고, 모르핀·헤로인 등으로 가공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마약퇴치연구소장인 이범진 아주대 약대 교수는 "향정신성 화학물질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많이 함유된 대마를 기른다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더 강한 환각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막 쳐서 단속 피해" 꼼수 성행



재배 방법은 쉬워진 반면 적발은 쉽지 않다. 크기가 작은 씨앗을 소량으로 들여올 경우 파악이 어렵고, 수입 장면을 포착한다 해도 재배용이라고 시인하지 않는 이상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정준영 마약 전문 변호사는 "씨앗을 그냥 주머니에 넣고 들어오면 발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드론과 헬기를 동원해 재배지를 포착하는데, 이에 대비한 꼼수가 성행하기도 한다. 지인들이 마약성 양귀비를 기른 적이 있다는 오모(65)씨는 "수확 철이 되면 천막을 쳐서 단속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재배법을 알리는 정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재배 방법이 쉽게 노출돼선 안 된다"며 "마약류 식물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상에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마약을 구하는 사람과 직접 재배까지 하는 사람은 중독성이나 파급력에 있어 심각성이 다르다"며 "재배하다 양이 많아지면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어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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