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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CR리츠가 매입 가능’ 유권 해석…세금 감면·HUG 보증 혜택
사업성 불확실해 효과 미지수…전문가 “임대·매각 안 되면 더 위험”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절반가량을 신탁사가 수탁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 가운데 40%가량으로, 시장 상황이 급반전돼 저절로 팔리지 않는 한 미분양 상태가 무기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정부는 신탁사가 수탁 보유한 물량도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가 매입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렸는데, 사업성이 불확실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가 최근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파악한 신탁사의 미분양 주택(관리형+차입형)은 전국에 5000여호다. 지난 4월 기준 전국준공 후 미분양이 1만2968호였는데 이 중 40%가량이 신탁사 보유 물량인 것이다.

신탁사가 수탁 보유하는 미분양 주택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과정에서 생긴 채권·채무 관계가 조정되지 않은 경우 발생한다. 일정대로 주택을 다 지었는데 팔리지 않으면, 대주단은 빌려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때 주택 소유권마저 위탁자(개발자)에게 다시 돌아가면 원금 회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위탁자 입장에서도 다른 채권자가 주택에 대해 강제집행에 나설 가능성 때문에 수탁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선 신탁사의 미분양 물량이 전체 미분양 증가 추이에 비례해 늘고 있다고 본다.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022년 4월 6978호에서 올해 4월 1만2000호대로 뛰었는데, 40%가량인 수탁 자산도 그만큼 비례해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신탁사 보유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근 국토부는 이들 주택도 CR리츠 대상 부동산이 되도록 유권해석을 내렸다.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조성하는 CR리츠는 미분양 주택을 싼값에 사들여 일정 기간 임대로 운영하다 시장에 되팔아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미분양 주택은 ‘채무를 갚기 위해 매각하는 부동산’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신탁사 물량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신탁사가 곧 채무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 19일 금투협의 관련 질의에 “채무변제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수익자인 위탁자에게 귀속”된다면서 “(CR리츠) 대상 부동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신탁사의 미분양 주택이 리츠로 해소되게끔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매각 시도를 하는 신탁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 3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취득분에 대해 취득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주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모기지 보증으로 리츠의 자본 조달 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을 할인 매각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신탁사는 당연히 반기고, 리츠 조성만 잘되면 곧바로 매각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CR리츠가 실제 매입하는 물량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파는 입장에서야 분양가의 70%라도 건질 수 있다면 팔려 하겠지만 사는 쪽은 따져봐야 할 게 많다”며 “정권이 바뀌면 세제 정책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고, 아파트를 1~2호 사는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사들이는 것인 만큼 사업성의 불안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매입을 주저할 수 있다”고 말했다. HUG 보증이 들어오는 데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산다는 건 채무를 채권으로 바꿔주는 것인데 향후 임대나 매각이 안 되면 위험을 더 키우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HUG 관계자는 “CR리츠가 분양가의 70%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뒤 대출금의 60%만 HUG 보증이 들어가는 만큼, 주택 가격이 분양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모기지 보증이 문제가 될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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