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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실행계획’ 남은 쟁점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영유아교육ㆍ보육통합 추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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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유보통합(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 실행계획을 내놓으며, 30년 동안 해묵었던 ‘유보통합’의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가장 큰 쟁점인 교원 자격 통합과 재원 마련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미완의 로드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유보통합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이원화된 교사 자격 체계를 통합하는 안을 제시했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정교사 자격증을 받고, 보육교사는 전문학사 이상 학위를 받는 것 외에 평생학습기관 등에서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받는다. 교육부는 이를 하나로 통합해 2026년부터는 학사 학위를 바탕으로 ‘영유아 정교사’ 통합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0~5살 영유아에 대한 단일 자격 제도를 도입하는 1안과 0~2살 영아 정교사와 3~5살 유아 정교사로 구분하는 2안을 제시한 뒤 연말까지 결론을 짓겠다고 결정을 미뤘다. 0~5살 영유아에 대한 단일 자격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영유아 발달단계 차이와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통합이라는 비판이, 이원화안에는 사실상 반쪽짜리 통합이라는 비판이 상존한다. 교사 자격 통합을 둘러싼 유아 교육계와 보육계의 갈등은 유보통합의 걸림돌로 꼽혀왔는데, 이번에도 정부가 ‘확정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친 통합기관인 가칭 ‘영유아학교’ 또는 ‘유아학교’의 모습도 현재까지는 불분명하다. 유보통합을 시범 적용할 모델학교를 2024년 100곳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약 3100곳(유치원·어린이집 3만8천여곳 가운데 10% 수준)을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입학 방식과 취학 대상 영유아의 입학 우선순위에 대한 결정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통합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유치원·어린이집은 통합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통합기관으로 이름을 바꿔 달게 되는데, 통합기관의 입학 가능 연령을 기관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존 유치원·어린이집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교육부가 유보통합에 투입될 예산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올해 기준 보육과 유아교육에 쓰이는 예산은 17조1천억원이다. 여기에 교사 처우 개선, 5살까지 무상 교육·보육 실현 등을 위해 추가로 소요될 예산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규모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추가로 투입될 재정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육청에서는 중장기적인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국고를 투입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계에서는 갈등 요소를 그대로 남겨둔 로드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교사 자격 통합 문제는 유보통합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이자 어떤 식으로 통합하든 논란이 따르는 문제”라며 “정부가 정면 돌파하는 자세로 교통정리를 하는 게 필요한데 그러질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고 지원 없이 교부금만으로 해결하라고 하는 순간 유보통합의 동력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제대로 된 유보통합 모델과 예산 계획 없이 완료하겠다는 시점만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유아 교육계와 보육계에서는 벌써부터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손혜숙 경인여대 교수(유아교육)는 “어느 분야나 전문화가 될수록 자격이 더 전문적으로 분리되는 경향성이 있는데 0~5살 통합 교사 자격은 유아 교육과 보육을 굉장히 위축하고 축소시킨다”고 비판했다. 김경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영유아 대상 놀이 중심 과정은 기존 보육교사들도 전문성을 갖고 열심히 해왔다”며 “영유아 구분 없이 0~5살 통합 교사 자격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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