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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

“위험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구체적으로는 무엇인지 몰랐어요.”(이주노동자 ㄱ씨·중국동포·F-4 비자)

“안전교육? 안전하게 일하자 정도였어.”(이주노동자 ㄴ씨·중국동포·F-4 비자·세척업무)

“대피도는 있었지만 종이 한장, 사진과 함께 있었을 뿐인데…. 그게 무엇인지 따로 얘길 듣지 못했고요.”(이주노동자 ㄷ씨)

모두 아리셀 공장 작업이 위험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듣지 못했을 뿐이다. 불이 나면 현장을 벗어아냐 한다는 정도를 모를 리 없다. 다만 안전교육도 예방교육도 없었으니 리튬이라는 위험물질이 폭발했을 때 얼마나 빨리 현장을 벗어나야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게다가 화마를 피하기 위한 대피로를 숙지할 기회도 없었다. 회사의 주장대로 사무실 벽 ‘대피도’를 기억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조차도 “달랑 한 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지 못했다.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2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째, 당일 참사 현장에 있었던 이주노동자 3인을 인터뷰 했다. 한겨레는 전화로 각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져 답을 들었다. 이들은 화재 당시 배터리에서 전기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인 전해액 주입작업이 이뤄지는 1층에 있어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은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각자의 인터뷰는 길지 않았다.

―평소에도 화재가 많이 발생했는지 궁금하다. 배터리 폭발 사고는 종종 있었나.

ㄱ씨 “나는 일한 지 한 달밖에 안됐기 때문에 과거 이야기는 모른다. 토요일 화재 정도만 안다. 당시 문제가 된 배터리를 별도 공간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화기를 가져와 껐다. 잘 꺼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엄청 놀랐는데 이번 화재도 엄청 놀랐다. 1층에서 근무하는데 화재경보기 소리를 듣고 바로 대피했다. 그 과정에서 2층이랑 연결된 계단으로 검은 연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더 빨리 대피했다.”

ㄷ씨 “토요일 화재가 있었던 것은 안다. 그런데 내가 나갔을 때는 이미 소화기로 다 끈 상태였고 작업자들도 거기서 다들 흩어진 상황이었다.”

―근무할 때 화재나 산업 안전 교육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ㄱ씨 “세척이 끝난 배터리를 적치할 때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마주 보게 쌓아놓지 말라는 정도로 간단한 얘기만 들었다.”

ㄴ씨 “생각해보니, 아침회의때 잠깐 말하는 정도. 일상적으로 ‘안전하게 일하자’ 이 정도. (그 회의를 이끌었던) 차장님도 이번에….”

ㄷ씨 “월, 수, 금 아침에 조회했다. 그때 작업지시를 하는데 ‘몸조심해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수준이다.”

―그럼 그때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피해라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은 있나.

ㄱ씨 “생각이 안난다.”

ㄷ씨 “없다. (그럼 그냥 작업지시만 한 건가) 그렇다.”

―지난 5일 남양119안전센터에서 회사에 방문해 화재안전 컨설팅을 해줬다고 한다. 당시 화재 발생 시 대피 방법 교육을 잘하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번 달에 혹시 그런 교육 받은 것은 있나

ㄱ씨 “안 이뤄진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리셀은 화재 다음날 이번 화재와 관련해 사과하면서 공장에 소방 대피 매뉴얼이나 대피 도면 같은 게 붙어있다고 말했다. 혹시 이런 것은 본 적 있나.

ㄱ씨 “지금 생각해보는데 생각이 안 난다.”

ㄴ씨 “말로만 했다.”

ㄷ씨 “그건 봤다. 종이 한장 달랑. 생각해보니 지도랑 대피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던 것 같다. 사진도 있고. 작업실마다 붙어있었다.”

―화재는 2층 배터리 적치 공간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거기 원래 그렇게 배터리가 많이 적치돼있었나

ㄷ씨 “배터리가 많이 적치돼있었다. 이번 달 내내 적치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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