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과로사 의혹…“하루 340여개 배송”
쿠팡씨엘에스 쪽 ‘직접 업무지시’ 정황
쿠팡 배송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쪽 담당자가 쿠팡 퀵플렉스로 일하는 정슬기(41)씨에게 직접 업무지시하는 내용의 문자 메세지 갈무리. 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쿠팡의 배송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씨엘에스)에서 쿠팡퀵플렉스(1톤 트럭 보유 기사)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지난달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밤샘 근무를 하던 이 노동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63시간이었던 데다, 최근 하루 배송 물량이 340여개로 폭증한 탓에 노조와 유족은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월28일 쿠팡씨엘에스 남양주2캠프 굿로지스대리점에서 쿠팡퀵플렉스로 일하던 정슬기(41)씨가 일한 지 14개월 만에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씨의 사인은 심실세동·심근경색의증으로, 이런 뇌심혈관계 질환은 과로사 대표 증상 중 하나다. 쿠팡 퀵플렉스는 1톤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로,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고 배송하는 쿠팡의 간접고용 노동자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27일 서울 송파구의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회사 쪽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본사 직원들에 의해 가로 막혔다. 김해정 기자

대책위 설명을 종합하면 정씨는 주 6일 근무로 오후 8시30분~다음날 오전 7시 근무했다. 하루 10시간30분, 일주일 63시간 일한 것이다. 산재 판단 때 심야노동(밤 10시~오전 6시)의 경우 노동시간을 30% 할증하므로, 산재 기준상 정씨의 1주 노동시간으론 77시간24분에 달한다. 산재 인정 과로사 기준(주당 60시간 초과)에 따라 “명백한 과로사”라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대책위는 또 “노동 강도 역시 가혹했다”며 “하루 평균 물량은 250개로, 숨지기 50일 전엔 물량이 340여개로 급증했다. 또 ‘로켓배송’ 시스템 탓에 하루 3번 캠프로 와서 물량을 실어가야 해 캠프와 배송지까지 하루 최소 100㎞를 오갔다.

더욱이 이번엔 쿠팡씨엘에스가 정씨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한 정황도 포착돼, 과로사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가 공개한 쿠팡씨엘에스 쪽 담당자와 정씨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쿠팡씨엘에스 쪽이 정씨에게 “동료 (배송) 도움 좀 부탁드려요”, “(배송 지원) 가실 분이 슬기님 밖에 없네요” 등 업무를 직접 지시한다. 지난 2월8일 계속된 배송 압박에 정씨는 “개처럼 뛰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쿠팡씨엘에스는 그간 택배노동자의 과로 문제에 대해 “쿠팡 근로자가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정씨의 아버지 정금석(69)씨는 “무릎이 닳아 없어질 것 같다던 아들, 자신이 개같이 일하고 있다던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제 아들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며 “인간을 인간답게 여기지 않는 기업 횡포가 제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제 아들 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 쪽 주장에 대해 쿠팡은 한겨레에 “택배기사의 업무시간과 업무량은 전문배송업체와 택배기사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며 “씨엘에스는 국토교통부 표준계약서에 명시된 주당 작업 일수와 작업 시간에 따라 관리해 줄 것을 계약 내용을 통해 전문배송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946 구영배, 티메프 류광진·류화현 대표 법률 지원 안 한다 랭크뉴스 2024.08.14
33945 광복회장 "김형석 임명, '김구 테러리스트' 만들려는 거대한 작업" 랭크뉴스 2024.08.14
33944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 10가구 중 4가구는 강남권 4구(종합) 랭크뉴스 2024.08.14
33943 "제품 값보다 반품비가 더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온라인 가구 랭크뉴스 2024.08.14
33942 2분기 부동산거래액 2년만에 100조원넘어…서울아파트 두배 급증 랭크뉴스 2024.08.14
33941 [속보]윤 대통령 처가 ‘공흥지구 의혹’ 공문서 허위 작성 혐의 양평군 공무원들 무죄 랭크뉴스 2024.08.14
33940 [2보] '공흥지구 공문서 허위 작성' 양평군청 공무원 3명 무죄 랭크뉴스 2024.08.14
33939 [속보] 비비고 만두 로켓배송으로 받는다… CJ제일제당, 20개월 만에 쿠팡과 직거래 재개 랭크뉴스 2024.08.14
33938 물탱크 보수하다 화재…인천 화학공장 노동자 끝내 숨져 랭크뉴스 2024.08.14
33937 이혜원, 악플 고통 받자…"안정환, 컴퓨터선 가위로 다 잘랐다" 랭크뉴스 2024.08.14
33936 5세 지능 19세男에 "가슴성형하면 '라방'으로 큰 돈 번다" 꼬여 수술시킨 병원 '충격' 랭크뉴스 2024.08.14
33935 코로나19 어린이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2주새 2.8배로 '급증' 랭크뉴스 2024.08.14
33934 김경수 뒤에 숨은 윤 대통령 ‘광복절 특사’의 속뜻 [8월14일 뉴스뷰리핑] 랭크뉴스 2024.08.14
33933 경북 경주에서 전동카트 배터리 과열 추정 화재 랭크뉴스 2024.08.14
33932 광복절 앞두고…"의병은 폭도" 주장하며 日헌병경찰이 뺏은 의병 문서 등 고국품에 랭크뉴스 2024.08.14
33931 악플 고통 받는 이혜원에…"안정환, 컴퓨터선 가위로 다 잘랐다" 랭크뉴스 2024.08.14
33930 디스크 수술 앞둔 경찰 인생 바꿨다…기적의 '노르딕 워킹' 뭐길래 랭크뉴스 2024.08.14
33929 폭스바겐·아우디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전차종 국산배터리 랭크뉴스 2024.08.14
33928 “어? 중국·일본 없고 한국만 있네?” 올림픽 포스터 논란 랭크뉴스 2024.08.14
33927 "서울, 부산 안 가요"…외국인 관광객들 요즘 어디로? 랭크뉴스 2024.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