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헌재,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결정
"획일적 형 면제, 피해자에게 불합리"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김기현 출석정지' 권한쟁의심판 및 '친족상도례' 형법 328조 위헌소원 심판에 대한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까운 가족(8촌 이내 친족·4촌 이내 인척·배우자)을 대상으로 재산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를 규정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제정 71년 만이다. 가족 간 재산 다툼을 형사처벌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취지에서 제정됐지만, 가족 개념이 축소된 지 오래인데도 일정 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무조건 형을 면제하는 건 피해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 헌재 판단이다.

헌재는 27일 형법 328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서 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헌법불합치(위헌으로 혼란이 예상될 경우 한시적으로 효력을 유지하는 것) 결정을 내렸다. 328조 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 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헌재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갖는다.

방송인 박수홍씨. MBN 화면 캡처


나라별 친족상도례 규정.


헌재는 친족상도례를 전면 폐지하는 건 옳지 않으나 대폭 수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제적으로 결합됐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간 처벌은 어렵지만, 예외 없이 무조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건 피해자 입장에서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①형을 면제받는 적용 대상이 너무 넓고 ②재산 범죄 규모가 클 경우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한 피해 회복이 어렵고 ③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국가가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는 이유로 위헌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이런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법관으로 하여금 형 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해, 대부분 사안에서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설령 예외적으로 기소되더라도 '형의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재판에서 피해자의 형벌권 행사 요구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친족상도례와 비교해 한국의 형 면제 범위가 과도하게 넓은 점도 고려됐다. 한국은 절도·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에서 △배우자·직계혈족·동거친족·동거가족 및 위 사람들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하고 △그 외 친족들에 대해선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가 가능(친고죄)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친족상도례 특례를 운용하는 국가로 꼽혀왔다.

헌재는 위헌 요소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법 개정 방향을 정하지는 않았다. "위헌성을 제거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회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을 바꿔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헌재는 비동거 가족인 경우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형법 328조 2항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267 김진표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배제 못한다 언급" 랭크뉴스 2024.06.27
2266 [속보] 野 방통위원장 탄핵안 발의…"내달 3일∼4일 중 표결" 랭크뉴스 2024.06.27
2265 오죽하면 180보마다 감시카메라…국가정원 망친 '비양심 도둑들' 랭크뉴스 2024.06.27
2264 [속보] 화성 아리셀 화재 사망자 23명 전원 신원확인‥유족 통보 완료 랭크뉴스 2024.06.27
2263 ‘전범기업이 회사 모태’ 인정해도…법원 ‘서로 달라’ 강제동원 부정 랭크뉴스 2024.06.27
2262 [속보] 화성 화재 사망자 신원 6명 추가 확인…23명 신원 모두 확인 랭크뉴스 2024.06.27
» »»»»» 이제 가족 돈 빼돌리면 처벌... 친족상도례 70년 만에 대수술 랭크뉴스 2024.06.27
2260 [B스토리] ‘베트남 사람 1인 1병씩’… 베트남서 뜨는 아침햇살 랭크뉴스 2024.06.27
2259 김진표 전 의장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말했다" 랭크뉴스 2024.06.27
2258 “미친 여자” 의사협회장 갈수록 가관…“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상] 랭크뉴스 2024.06.27
2257 '강제추행' 입건된 동탄 청년 변호사 "CCTV 봤더니‥이상" 랭크뉴스 2024.06.27
2256 김진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제기…깜짝 놀랐다” 랭크뉴스 2024.06.27
2255 새 대법관 후보자에 노경필·박영재·이숙연 임명 제청 랭크뉴스 2024.06.27
2254 [단독] “건달 출신 못 믿어” 野 압박에… 김성태 “난 기업가” 탄원서 랭크뉴스 2024.06.27
2253 "나라를 위해 죽었냐, 뭘 했냐" 분향소 설치 말라는 파출소장 랭크뉴스 2024.06.27
2252 尹 대통령 “김진표 회고록, 멋대로 왜곡... 개탄스러운 일” 랭크뉴스 2024.06.27
2251 박수홍 울린 '친족상도례' 효력 잃었지만…父 처벌은 불가할듯 랭크뉴스 2024.06.27
2250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 신원 모두 확인…20명은 하청업체 소속 랭크뉴스 2024.06.27
2249 60회 대종상은 열릴 수 있을까…주최측 “파산은 채권자 기득권 때문” 랭크뉴스 2024.06.27
2248 세브란스병원 무기한 휴진 첫날 “외래 진료 평소 수준…수술 취소 없어 " 랭크뉴스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