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광주지법 판결 논란
일본 제이엑스금속 주식회사 누리집 연혁에 나온 1929년 일본광업 회사 소개. 일본광업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군수물자를 조달한 전범기업이다. 제이엑스금속 주식회사 누리집 갈무리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며 반발이 나오고 있다. 법원은 전범기업과 후신 기업이 다른 회사라고 판단했고 피해자와 기록상 피해자가 동일인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광주지법 민사8단독 김정철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문아무개(1907∼1992)씨와 이아무개(1915∼1980)씨 유족이 일본 제이엑스금속 주식회사(옛 일본광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족들은 옛 일본광업이 일제와 공모해 전남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문씨와 이씨를 각각 1942년 8월∼1943년 6월, 1945년 2월∼1945년 9월 일본으로 강제연행해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강제노역 당시 피해자들은 합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고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사고 위험 속에서 광물을 등에 지고 운반하는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평생 허리를 펴지 못한 채 고통에 시달렸고 가족들도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피해에 대한 근거로 2009년 우리나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문씨와 이씨를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한 결과를 제시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인 2019년 5월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고 제이엑스금속(2016년 설립)은 일본광업(1929년 설립)의 후신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피고 기업의 불법성, 피해자들이 겪었던 노동의 강도와 자유 억압, 강제노역으로 인한 고통받은 삶 등을 고려해 피해배상금 1억9천여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제이엑스금속 주식회사가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등기사항 전부증명서에 1929년이 아닌 2002년 설립돼 1942∼1945년에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제이엑스금속 주식회사 누리집 연혁에는 회사의 모태를 1905년 히타치 광산으로 소개하고 있다. 1928년 일본산업, 1929년 일본광업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45년 2차 세계 대전 종식과 함께 모든 해외 사업 손실, 1992년 일본금속, 2010년 제이엑스 일본광업금속을 거쳐 지난해 지금의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문씨와 이씨가 ‘조선인 노동자에 관한 조사 결과’ 명부에 나온 창씨개명(일본식 이름 변경) 인물과 동일하지 않다고 봤다. 이 기록은 1991년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정부에 이관한 것이다. 재판부는 생일이 일치하지 않고 일부 피해자는 ‘미불금: 없음’, ‘퇴소시 대우: 900엔’이라고 기록됐다며 원고의 피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판 과정에서 제이엑스금속쪽 소송대리인들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들어 원고의 위자료 청구권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일본광업이 전신 기업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씨와 문씨가 일본식 이름으로 바꿨지만 이름의 한자와 본적이 같다고 했다. 피해자 유족은 항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임금을 받았다고 해서 강제동원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고인들의 우리나라 정부의 피해조사 결과까지도 부정한 이번 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5658 ‘신발끈 좀 묶어주세요’ 88만 울린 뇌성마비 청년의 일상 랭크뉴스 2024.08.07
35657 [단독] 국민銀, 파산 직전 위메프에 상환능력 ‘보통’ 평가 랭크뉴스 2024.08.07
35656 “싸우려는 의도 아니었다”는 안세영, ‘협회’와 대화 나설까 랭크뉴스 2024.08.07
35655 "애인이라서" "경력 과시하려고"…허술한 정보사, 기밀 유출 이유도 황당 랭크뉴스 2024.08.07
35654 PG업계 "여행사, '티메프 사태' 소비자에 피해 전가 말라" 랭크뉴스 2024.08.07
35653 조용한 친윤계, 속내는···“한동훈 얼마나 잘하나 관망” “공천권도 없는데 잘 보일 이유없어” 랭크뉴스 2024.08.07
35652 검찰총장 후보 4명 압축…신자용·심우정·이진동·임관혁 랭크뉴스 2024.08.07
35651 이진숙·김태규 등 14명 '방송장악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 제출 랭크뉴스 2024.08.07
35650 이원석 후임 검찰총장 후보 4명‥심우정·임관혁·신자용·이진동 랭크뉴스 2024.08.07
35649 [영상] 귀국 안세영 “싸울 의도 아냐…운동 전념하고픈 마음에 호소” 랭크뉴스 2024.08.07
35648 임성근 ‘명예전역 시도’ 실패…해군·국방부, 불수용 결정 랭크뉴스 2024.08.07
35647 한발 물러선 안세영... "싸우려는 의도 아니야... 운동에만 전념하고픈 마음 호소한 것" 랭크뉴스 2024.08.07
35646 "몇백 날렸다"... 증시 폭락 여파 '미국 주식 거래 먹통' 논란으로 랭크뉴스 2024.08.07
35645 尹, 진해 해군기지서 이틀 휴가…장병 격려하고 운동도 함께 랭크뉴스 2024.08.07
35644 파리서 귀국한 이재용 “갤럭시 셀피 마케팅 잘됐다…실적으로 보여줘야” 랭크뉴스 2024.08.07
35643 “15년을 기다렸다” 84점 만점 청약 통장 잇따라 ‘이게 로또’ 랭크뉴스 2024.08.07
35642 “韓청년들 임금체불 등 착취”…호주 한국계 초밥 체인 벌금이 무려 랭크뉴스 2024.08.07
35641 정부·與 ‘금투세 폐지’ 강공 드라이브… 野 입장은 ‘아직’ 랭크뉴스 2024.08.07
35640 도시락 열자마자 벌떼 공격… 야외 작업자 9명중 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8.07
35639 '스마일 점퍼' 우상혁, 높이뛰기 예선 공동 3위로 결선 진출 랭크뉴스 202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