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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통일부가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 통일부 제공
중국 등 제3국에 체류 중이던 탈북민이 강제북송될 경우 고문은 물론이고 성폭행이나 강제낙태 등도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행을 시도한 경우에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는 등 한층 가혹한 처분을 당했다.

27일 통일부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의 근간이 된 탈북주민 508명의 진술 자료에 2023년 조사한 141명의 증언을 더 해 작성해 공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는 강제북송된 탈북민에게 자행되는 인권 유린 실태가 담겼다.

보고서에서 정부는 "강재북송된 주민들에 대한 고문과 가혹 행위, 강제노동, 현지 공개재판, 차별과 감시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강제북송된 여성 증언자는 집결소에서 주먹으로 수십 차례 가격당했는데, 허락을 받지 않고 화장실에 갔다는 이유였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탈북민 증언을 종합하면 북송된 수감자들에 대한 성폭행은 대부분의 기관에서 상습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강제북송돼 신의주 보위부에 구금됐던 여성 증언자는 "보위부 비서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그는 다른 수감자를 대상으로 수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북송된 여성 가운데 중국인 남성과 사이에서 임신한 여성은 강제낙태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당 보안원이 '아이를 지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니깐 (의사가) 바로 배꼽 아래에 주사를 놓더니 24시간 후에 병원으로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중략) 이후 제가 죽은 아이를 낳았고, 스스로 결정하여 아이를 지웠다는 확인 도장을 찍었습니다"

낙태한 임신부에 대한 사후 치료 등 조치도 없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특히 한국행 시도, 기독교 접촉, 한국 방송 시청·청취 같은 '반체제 행위'를 했다는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고문은 더욱 심했다. 또 다른 여성 증언자는 "2009년 강제북송되어 보위부에서 열흘 동안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를 받던 중에 당황해 중국말을 한다거나. 중국 체류 중 남한 방송을 보지 않았다고 진술하면 기관원들이 거짓말한다는 이유로 때렸다"고 진술했다.

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 탈북민강제북송반대세계연합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강제북송된 여성 증언자는 일가족이 신의주 보위부에서 한국행을 시도한 행적이 드러나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된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강제북송 탈북민을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하는 건 최고의 형벌이라고 지적한다. 수용소에 수감되면 광산이나 농장에서 가혹한 강제노동에 처해지며, 내부에서 공개·비밀처형이 수시로 이뤄져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제북송 탈북민의 경우 일반적으로 노동교화형 수준의 처벌을 받는데, 한국행을 시도한 것이 발각되면 반체제행위로 간주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는 경우가 있다"며 "대부분 석방 없이 완전히 격리하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형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담당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확인한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는 폐쇄된 곳까지 합쳐 총 10곳이다. 현재 14호(평남 개천), 16호(함북 명간), 18호(평남 개천), 25호(함북 청진) 등 4곳이 운영 중이고 12호(함북 온성), 15호(함남 요덕), 17호(함남 덕성), 21호(함남 단천), 22호(함북 회령), 24호(자강 동신)는 폐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보고서에 포함된 '자강도 농출리 관리소'는 정치범수용소가 아닌 것으로 확인돼 이번에는 빠졌다.

북한 노동자들이 지난해 4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 있는 대형 공사현장에서 골조공사를 하는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노예 노동' 실상도 공개됐다. 대부분 노동자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뇌물까지 주며 선발되지만, 당국의 감시 속에 장시간 일하고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러시아에 파견됐던 한 노동자는 "2019년 당시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경까지 매일 16~17시간 넘게 일했고, 휴일은 1년에 2일이 주어졌으며 2개월에 한 번씩 반나절만 쉴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임금은 대부분은 국가계획분, 운영자금 등으로 상납됐다고 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금액은 대부분 당국의 몫이고, 실제 10% 미만이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숙소나 식사 등에 대한 지출을 최소화,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다는 증언도 다수 나왔다. 러시아에 파견됐던 한 탈북민은 "2019년 파견된 40명 가량이 건설현장 내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다"며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6개월 동안 한 번도 못 씻었고, 한 달에 한 번 세수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0일 저녁 블라디보스토크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북한 노동자 숙소에서 포착된 TV의 모습. 화면에선 조선중앙TV의 로고와 북한군의 시원으로 삼는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관련 이야기를 담은 '주체혁명의 첫 기슭에서'라는 소개편집물의 제목이 확인됐다.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불만이 쌓인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20년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임금 미지급에 불만을 갖고 아프다는 이유를 들어 일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2018년 몽골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북한 당국의 해외 노동자 착취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접한 이후 오후 6시까지만 일하는 방식으로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보고서는 또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는 여권 회수, 외출 금지, 외부정보 접촉 금지, 휴대전화-스마트폰 제한 및 금지, 생활총화 등 일상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외부 정보 접촉을 우려해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하고 적발될 경우 본국으로 송환하기도 했다. 2018년 러시아에 파견됐던 노동자는 "스마트폰으로 남한 드라마·영화, 남한 사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등을 시청한 동료가 강제북송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블라디보스토크 대표 관광지인 아르바트거리에 위치한 '해적커피'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 강동완]
통일부는 다양한 수요를 고려해 올해 인권보고서를 기존 '종합보고서' 형태 이외에 리플릿 형태의 '요약보고서'와 '영상보고서'도 제작했다. 이들 보고서는 이날 통일부 누리집을 통해 공개했으며,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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