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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기억의 안식처를 찾아서] <상> 실종경보시대의 그림자
치매인구 100만 시대다. 고령화 시대와 함께 마주할 수밖에 없는 '기억의 흐림'은 가정과 교회, 지역사회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국민일보는 치매사회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들을 보듬는 교회, 향후 교계의 과제와 역할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부평구에서 실종된 ○○○씨를 찾고 있습니다. ○○○㎝, ○○㎏, 반팔티, 반바지. 신고번호 182.’

인천의 한 교회를 출석하는 이미영(가명·51) 권사는 휴대전화에 실종경보 문자가 뜰 때마다 몇 번을 확인하곤 한다. 4년 전쯤 치매 4급 판정을 받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실종경보 메시지에 적힌 이름이 시어머니가 아닌 걸 확인하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달 초 인천 부평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권사는 “시어머니는 요양병원에 모시기엔 인지능력 저하가 심하지 않고 어머니도 요양병원을 싫어해 집에서 모시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길이나 비밀번호를 이따금 잊어버려 집을 못 찾은 경험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문 등록을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실종경보 문자가 남 일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치매는 이 권사 가정에 불화의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그는 “치매 가족을 돌보면서 일상 생활을 유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고 심신의 건강이 눈에 띌 정도로 나빠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제들은 서로 돕기보단 어머니를 떠밀려 하니 형제간의 우애도 상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털어놨다.

치매의 그림자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다.

26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105만2977명으로 추정된다. 치매유병률 추정치는 10.5%로 역대 최대치다.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다.


손일훈(가명·27)씨는 치매를 앓는 친할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2020년쯤 할아버지가 치매라고 말했을 때 솔직히 믿어지지 않았다. 부정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손씨는 “가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할아버지가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니 인지 부조화가 올 것만 같았다”며 “다행히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계셔서 실종 등의 문제는 없지만 집에서 가족끼리 돌봐야 하는 입장이라면 여러 문제와 마주해야 할 것 같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치매 환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구의 한 치매환자 시설에서 만난 최영은(가명·80) 할머니는 경증 치매를 앓고 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할머니는 “올 초 기억이 깜빡깜빡했다. 한 달 전부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때때로 잊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추억은 잊히고, 아들과 며느리가 속상해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해도 솔직히 힘들다”고 울먹였다. 인터뷰 중에도 했던 말을 반복하는 최 할머니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더하게 만들었다.

기독교인이기도 한 최 할머니가 “우리 같은 사람(노인 치매환자) 위해 기도 좀 많이 해달라”고 건네는 말 속에선 이들을 향한 교회의 역할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국민일보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인 이기용 신길교회 목사는 “치매는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해당 가족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서 “오늘의 교회가 있기까지 평생을 헌신하셨던 노년세대를 역으로 돕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역 교회가 치매 문제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치매예방 사역과 세미나, 교회 구성원과 가족을 돕는 전문인력 양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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