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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근로감독에선 ‘성희롱 교육 위반’만 적발
2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아리셀 공장. 연합뉴스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어떠한 산업안전감독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구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선임, 부실한 안전교육 의혹 등 총체적 안전체계 부실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당국의 허술한 감독망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아리셀에 대해 산업안전감독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을 보면, 노동부는 매년 사업장 안전보건 감독 종합계획에 따라, 혹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정기·수시·특별 감독 등을 실시한다. 정부의 산업안전 감독이 일부 사업장만 선별해 이뤄지는 형태이긴 하지만, 아리셀이 고위험 물질인 리튬을 취급하고, 전국에서 이주 노동자 밀집도가 특히 높은 화성 전곡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의 감독망이 촘촘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리셀은 출입구 외 비상구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선임, 부실한 안전교육 등 각종 산업안전보건 법령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 당국의 감시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부가 지난 2023년도부터 정기감독을 계도 중심의 위험성 평가로 대체하면서 안 그래도 허술한 감독제도의 구멍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해 실시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하지만 아리셀 같은 중소기업은 노동부가 말하는 ‘기업의 자율예방체계 구축’이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최명선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안전보건실장은 이날 한겨레에 “기존에도 노동부의 감독은 전체 사업장의 1%도 안 되는 수준에서 이뤄졌다. 아리셀처럼 위반 사항은 많은데 실질적으로 산업재해 요소가 은폐돼 있거나, 산재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 감독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며 “그나마도 위험성 평가점검으로 바뀌고 나서는 적었던 감독물량의 절반 가까이가 더 줄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부가 2년 전 아리셀에 대해 실시한 근로감독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 파견 의혹 등 문제가 적발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 당시엔 성희롱 예방교육 조항 위반 사항만 적발됐다. 아리셀은 용역업체로부터 사실상 이주노동자를 파견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제조업 공정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니어서 불법이다. 제조업 불법파견이 오래 전부터 만연해 온 노동현장의 고질적 병폐라는 점에 비춰보면, 근로감독 당시에도 불법 파견이 버젓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엔 아리셀 소속 직원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신고가 들어왔다가 진정인 조사 전 신고가 취하되는 일도 있었다.

박해철 의원은 “이번 사고는 현 정부의 자율예방체계 중심의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총체적인 실패를 방증하는 사례”라며 “기업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관리·감독 강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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