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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에서 서식하는 큰고니 봄이와 여름이. 날개를 다쳐 을숙도에 정착한 큰고니 한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한여름, 낙동강 하구에 겨울 철새 큰고니가?

낙동강 하구 을숙도 습지에는 이제 막 성체가 된 큰고니 '봄이'와 '여름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백조로 불리는 큰고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제201-2호)인 대표적인 '겨울 철새'. 겨울철에만 우리나라에 머물고 나머지 기간은 시베리아 등에서 서식합니다.

왜 이들이 한여름 낙동강 하구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요? 봄이와 여름이에겐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큰고니 새끼 네쌍둥이

■ 부상당한 큰고니 부부…동물원에서 태어난 네쌍둥이

지난 1996년,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인근에서 쓰러진 큰고니 두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조류보호협회가 구조해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수컷 큰고니 날개에서 총탄이 발견됐습니다.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수컷은 날개 일부를 절단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한번 정해진 짝과 평생을 함께하는 큰고니의 특성상 부상당한 수컷의 곁을 지키다 암컷마저 무리에서 낙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는 날지 못하는 큰고니 부부는 에버랜드로 옮겨져 새 삶을 살았지만, 번식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5월 첫 새끼를 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에버랜드에 온 지 15년 만에 일입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70대에 가까운 고령임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죠. 그리고 2년 뒤에는 네 마리 부화에 성공했습니다. 네 쌍둥이의 이름이 바로 봄,여름,가을,겨울입니다.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 부산 낙동강 하구 을숙도

■ 큰고니 새끼들 을숙도로 이송…귀향 프로젝트 시작

에버랜드 측은 곧바로 큰고니 새끼들의 야생성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합니다. 동물원 울타리를 벗어나 새롭게 살아갈 환경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최종 장소는 바로 우리나라 최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
을숙도는 큰고니들이 겨울철마다 집결하는 주요한 이동 경로입니다. 여기에 있는 낙동강에코센터에서는 철새들을 위한 서식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 쌍둥이 중 날개에 장애가 있는 막내 겨울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3마리가 지난해 10월 을숙도로 옮겨왔습니다. 네 쌍둥이 부모 큰고니는 더는 고향으로 갈 수 없지만, 이들을 대신해 큰고니 새끼들의 '귀향 프로젝트'가 시작된 셈이죠.

지난해 10월, 큰고니가 을숙도 습지에 방사되는 모습

■순조로운 비행 훈련 …셋째 가을이는 '실종'

적응 기간을 마친 세 마리는 조금씩 날갯짓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부산 낙동강 하구 을숙도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갯벌과 을숙도 남단, 맥도 생태공원 등 5, 6km가량을 이동하면서 근육량을 키웠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을숙도에서 65km 떨어진 울산시 울주군 대암호를 비롯해 제주도까지 갔다 올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늘 함께 다니던 셋째 가을이가 지난달 중순 울산시 부근에서 위치추적장치(GPS) 신호가 끊겼습니다. 한 달 넘게 가을이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큰고니의 힘찬 날갯짓

■ 내년 초 시베리아로 '훨훨'…성공 가능성은?

이제 봄이와 여름이만 남았습니다. 둘은 11월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때면 동료 야생 큰고니들이 을숙도로 오기 때문이죠.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측은 이 두 마리가 다른 야생 큰고니들과 함께 서너 달 생활하다, 내년 2월이나 3월쯤 시베리아로 이동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낙동강 에코센터 조류학자인 이원호 박사는 "큰고니의 경우 성호르몬이 분비되면 북쪽으로 올라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 남쪽으로 내려오는 본능이 있다"며 "내년 초 성호르몬이 분비되고 이들이 다른 야생 개체들과 함께 움직인다면 충분히 시베리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에서 부화한 큰고니가 시베리아로 돌아간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그만큼 야생성을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하는 부모를 대신해 봄이와 여름이의 귀향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자료제공: 에버랜드 동물원(주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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