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종교집단 마냥 말 못 하는 부모 많아…
지옥과 같은 시간…참고 또 참았어”
손축구아카데미에서 소속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손웅정 감독.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애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면 너무 화나요. 이런 일이 더 발생하면 안 될 것 같아 고소를 결심했습니다.”

‘손(SON)축구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손웅정 감독과 코치 2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부모 ㄱ(44)씨가 2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손 감독은)최고의 스포츠 스타를 키운 아버지다. 그런 손 감독에게 애를 맡겨 놓은 입장이다 보니, 무슨 종교 집단 신도들 마냥 아무 말 못 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인천에 사는 ㄱ씨의 아들은 지난해 11월 테스트를 받고 합격해 춘천에 있는 손축구아카데미에 입단했다. 언론 등에서 손 감독이 잘 가르치고 능력도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온 것을 보고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ㄱ씨는 “입소시키고 일주일이 지나 아들을 데리러 갔다가 학대 사실을 알게 됐다. 가서 보다가 아내도 놀랐다. 하지만 아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참아야지, 참아야지 했다. 몇달 동안은 저희에게 지옥과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주말에 인천에서 춘천까지 아이를 데리러 갈 때도 일부러 훈련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출발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ㄱ씨는 “훈련을 하면 정말 별의별 욕이 다 나오는데, 부모의 입장에서 옆에서 보는 게 견딜 수 없이 싫었다. 경기 중에도 애를 불러서 욕하고, 하도 난리를 치니까 애들이 얼어붙어서 경기를 제대로 못 할 정도다. 아들이 ‘축구 하기 싫어졌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피해 아동의 허벅지에 난 멍 자국. 피해 아동 쪽 제공

ㄱ씨 부부가 아들의 허벅지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건 지난 3월 일본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다. 아들은 “훈련 중에 깃대로 맞았고, 맞아서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힘들었는데도 참았던 것은 비싼 돈 들여서 부모님이 지원해주는 거니까 버텼던 건데 훈련하러 가는 길이 너무 싫었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고 한다. ㄱ씨는 “애들에게 윽박지르고 때려서 어떻게든 기술을 알려줄 수는 있겠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자기 아들은 때리든 욕하든 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부모의 자식들에게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ㄱ씨도 손아카데미의 훈련이 엄격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본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ㄱ씨는 “훈련과 교육에 엄격한 것과 폭언·욕설을 통해 애들을 겁주면서 운동을 시키는 것은 다르다. 훈련 때뿐 아니라 기숙사에서도 머리와 엉덩이 등을 때리는 등의 학대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피해자가 없도록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손 감독과 코치진은 최근 소속 유소년 선수에 대한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19일 ㄱ씨 쪽이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이던 지난 3월9일 코치 ㄴ씨가 아들의 허벅지를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고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손 감독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고소인의 주장은 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을 반성하며,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8971 "여자친구 팔겠다"‥1,560% 사채 운영하며 협박·공갈 일삼은 조폭 실형 랭크뉴스 2024.06.10
38970 가족에 들킬까 봐…방에서 출산 후 발로 눌러 숨지게 한 미혼모 랭크뉴스 2024.06.10
38969 전모 드러낸 음대 입시 비리···교수가 직접 ‘마스터클래스’ 불법 과외 랭크뉴스 2024.06.10
38968 “6월 초 맞아?” 오늘 낮 최고 34도…경상권은 폭염특보 가능성 랭크뉴스 2024.06.10
38967 결승선 10m 앞 세리머니 하다…날아간 동메달 랭크뉴스 2024.06.10
38966 정부, 김여정 위협에 "정당한 대응을 도발 명분 삼는 오판 말아야" 랭크뉴스 2024.06.10
38965 “아브레우 전문가는 맞는데…” ‘동해석유’에 의문 제기한 서울대 교수 랭크뉴스 2024.06.10
38964 [속보] "푸틴, 몇주내 북한 방문"<러 매체> 랭크뉴스 2024.06.10
38963 [1보] "푸틴, 몇주내 북한·베트남 방문"<러 매체> 랭크뉴스 2024.06.10
38962 "출산 들킬까 봐"…갓난아기 얼굴 발로 눌러 질식사시킨 미혼모 랭크뉴스 2024.06.10
38961 이재명 대선용 당헌당규 개정안 민주당 최고위 의결 랭크뉴스 2024.06.10
38960 SK하이닉스 목표주가 벽 2번 부쉈는데… 삼성전자는 뒷걸음질만 랭크뉴스 2024.06.10
38959 "비전공 학부생이 김앤장 인턴"‥민정수석 딸도 '아빠 찬스'? 랭크뉴스 2024.06.10
38958 차세대 하이브리드 LNG선… 韓·中, 기술 vs 가격 경쟁 랭크뉴스 2024.06.10
38957 美中, 이번엔 핵무기 증강 놓고 충돌…中 “미국부터 반성해야” 랭크뉴스 2024.06.10
38956 밀양 사건 피해자 "유튜브 내려달라"... 방심위 가해자 공개 유튜브 심의 랭크뉴스 2024.06.10
38955 [단독] “검사 아빠가 김앤장 소개, 자소서 안 내고…” 또 특혜성 인턴 랭크뉴스 2024.06.10
38954 [2보] "푸틴, 이르면 6월 중 평양·베트남 순방" 랭크뉴스 2024.06.10
38953 정부 “휴진율 30% 넘으면 업무개시명령…비대면 진료 센터 가동”(종합) 랭크뉴스 2024.06.10
38952 [단독] “검사 아빠가 김앤장 소개, 자소서 안 내고…” 또 특혜성 인턴 랭크뉴스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