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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의 그늘...늘어나는 빈집]
외국인 대상 일본 부동산 매매 사이트 '아키야 앤드 이나카'에 올라온 일본 카나가와현 한 빈집. '아키야(空家)'는 1990년대 중후반 버블경제 거품이 걷히고 인구가 급감하면서 일본 전역에 버려진 빈집을 뜻한다. 사진 아키야 앤드 이나카 홈페이지 캡쳐

일본에선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나 땅을 0엔 또는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일본의 테레비니가타 등에 따르면 이런 부동산은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지방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잘 팔리지 않는 데다, 관리비용ㆍ세금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게 오히려 손해다. 집주인들은 어떻게든 이를 처분하려 하지만, 일반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중개 수수료가 나오지 않는다며 오히려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일컬어 부동산(不動産)이 아니라, 부담만 주는 애물단지여서 부동산(負動産)이란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빈집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총무성의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국 빈집은 약 899만 가구로 조사 때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총 주택 중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재고량의 13.8%에 이른다. 일본은 5년마다 빈집 실태를 조사하는데, 2018년 849만 가구(전체의 13.6%)에서 5년 새 약 50만 가구가 늘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33년에는 빈집 비율이 27.3%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이런 배경에는 한국처럼 저출산·고령화가 있다. 우토 마사아키 일본 도쿄도시대학 교수는 “일본에서는 고령화가 높은 지역일수록 빈집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의 주택 소유자 사망 이후 상속된 주택이 빈집으로 방치되면서 지방의 빈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2020년 일본 국토교통성의 빈집 소유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빈집을 소유하게 된 사유로 ‘상속’(54.6%)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일본에서 빈집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로 낮은 세율이 꼽힌다. 일본에서 고정자산세는 과세표준의 1.4%지만, 주택용의 과세표준은 이의 6분의 1 수준이다. 우토 교수는 “비싼 철거 비용을 내는 것보다 주택으로 남겨두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2015년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빈집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안전·위생 측면에서 위험하거나, 주변 경관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상태의 건물을 지방정부가 ‘특정 빈집’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특정 빈집’ 소유자에게 지도·권고·명령 등의 단계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게 했는데, 만약 소유자가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소유자는 철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면 토지가 공매로 넘어갈 수 있다. 따라서 건물 소유자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건물을 매각하는 등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만 이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적용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게 우노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특정 빈집을 철거할 때 철거에 따른 행정비용을 지방정부가 먼저 부담한 뒤 소유주에게 청구해야 하는데 지방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실제 실행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중부 마엔차 지역에서 빈집을 재생해 지방 도시의 인구 유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1유로 프로젝트' 대상 빈집 모습. 연합뉴스

다른 주요 선진국에서도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빈집을 자기 돈으로 리모델링하면 1유로(약 1480원)에 살 수 있는 ‘1유로 프로젝트’ 시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산학기술학회의 ‘빈집제도의 역할과 개선 방향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은 도시지역의 경우 주택소유자협회가 지역 빈집을 알선해 재이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독일은 빈집을 방치부동산으로 규정해 건물 환경개선을 직권으로 강제하는 ‘근대화 명령’을 시행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빈집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 유휴부동산 징발을 허용하는 ‘주택징발제도’, 빈집 임대를 쉽게 한 ‘일시적 주택계약’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빈집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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