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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연구도 합의도 없는 답정너식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 동물 120건, 동물 전공 위원은 2명
전남 진도군 식용 개농장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진돗개 '봉자'가 뜬장에서 길러지던 모습. 라이프 제공


산양, 을숙도, 마라도, 뿔쇠오리, 진돗개…

이들의 공통점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
이 관리하는
천연기념물
이나
천연보호구역
이라는 점이다. 떼죽음과 고양이 급식소 철거, 관리부실 문제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는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국가유산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동물은 102건
. 이 가운데 서식지와 도래지, 번식지가 32건이며,
동물은 70종
이다. 동물 중에서는 조류가 46종으로 제일 많고 포유류와 축양동물이 각각 7종, 어류 4종, 곤충 3종, 파충류 1종, 해양동물 2종이다.

위 사례에서
을숙도는 천연기념물 가운데 도래지
에 해당하며,
산양(217호)과 뿔쇠오리(450호), 진돗개(53호)
는 각각 포유류와 조류, 축양동물이다.
마라도
의 경우 천연기념물 가운데 동물과 별도로
천연보호구역
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달 문화재보호법을 제·개정한
국가유산기본법
이 시행되면서 천연기념물은 명승과 자연유산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 분과에서 관리하던 업무를 자연유산위원회 동·식물유산분과가 담당하게 됐지만 관리 인력은 여전히 그대로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자연유산위원회 전체 위원 14명 가운데
동·식물유산분과 위원은 6명(겸직 포함)
이고 이 가운데
동물 분야는 2명(조류와 포유류(수달))에 불과
하다. 동·식물유산분과에 전문위원 11명이 따로 있긴 하지만 이들은 심의 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더욱이 동물 복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가유산청의 천연기념물 동물 관리가
개체 수 유지, 관리에 집중
돼 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학계와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가 개별 사안마다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의인문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는 "동물 종 보전에 있어서도 개체 동물의 복지 문제는 무시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동물 복지를 높이면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답정너식 결정이 아닌,
조사와 연구
를 바탕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론화 체계
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양 떼죽음, 먹이만 주면 해결되나

강원 양구군 방산면 오미리 도로에서 만난 산양이 사람을 응시하고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 모임 제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받은 산양 멸실(사망) 신고서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망한 산양 수는 1,022마리
(
본보 6월 14일 자
)였다. 국가유산청과 환경부가 추정하는 국내 서식 산양 수가 1,000~2,000마리임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떼죽음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관기사
• 사체로 발견된 천연기념물 산양, 결국 1000마리 넘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222580002161)

산양이 떼죽음을 당하는 동안 관할부처인
국가유산청과 환경부
제대로 된 원인 규명
은커녕 부
처 간 협업도 진행하지 않았다
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설명자료를 내고 강원도 일대
산양 먹이 급식대와 공급횟수
를 두 배 이상 늘렸고 계속 확대시킬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먹이주기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야생동물 대상 먹이주기 효과에 대한 근거를 요청한
본보의 질의에 국가유산청은 5개의 연구 논문
을 제시했지만 모두
포유류가 아닌 조류
에 관한 것이었다. 또 산양 떼죽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와 관련해서도 보다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은 "먹이를 공급하면 그 주변 일부 산양에게는 당장 도움이 되겠지만 떼죽음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먹이주기 관련 포유류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를 확대한다는
설익은 계획
만 발표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부처 간 협업뿐 아니라 전문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을숙도와 마라도, 고양이만 쫓아내면 되나

제주도 세계유산문화본부 내 임시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 제주=고은경 기자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에 이어
부산 사하구 을숙도
에서는 각각
뿔쇠오리와 철새
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그곳에 살던
고양이들을 쫓아내는 정책
이 시행됐거나 될 예정이다.

마라도
에서는 지난해 3월 준비 없이 무조건적 포획이 돼선 안 된다는 지적(
본보 2023년 1월 21일 자
)이 있었지만 결국
고양이 45마리가 반출
됐다. 고양이 일부는 입양처를 찾았지만 나머지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내 임시보호소
에서 지내고 있으며 추후 지역 동물보호단체인 제주비건이 짓는 고양이 보호소로 이주할 예정이다. 결국 쫓겨난 고양이 관리는 오롯이
시민단체 몫
으로 돌아갔다.

을숙도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을숙도 내 길고양이 급식소는 2016년부터 지역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학대방지협회(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가
사하구청, 부산시
와 함께 운영해 왔다. 하지만 7년 만인 지난해 10월 국가유산청은 민원 제기를 근거로 급식소를 철거하라는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다. 이에 협회는 올해 2월 급식소가 철새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담아
현상변경 신청서를 제출
했으나 불허됐다.
협회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피앤알)
은 국가유산청과 사하구청을 상대로
행정심판
을 청구한 상태다. 이 가운데 사하구청을 상대로 낸 행정심판은 25일 기각됐다.

협회는 이와 더불어 현상변경 신청 심의를 위한 국가유산청 심의위원회에서 위원들이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국가권익위원회 갑질센터
에 신고해 조사 중에 있다.
김애라 동물학대방지협회 대표
는 "국가유산청이 제시한 급식소 운영 관련 논문이 그대로 을숙도에 적용될 수 있는지 어떤 조사나 판단을 하지 않은 반면 이에 반대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묵살됐다"고 비판했다.

진돗개, 등록 두수만 줄이면 되나

전남 진도군의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는 진돗개들. 이 농장에서는 천연기념물 진돗개 예비견 2마리가 발견됐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진돗개
가 국가유산기본법(옛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허가 없이 '진도개보호지구'인
진도군 밖으로 무단 반출
(
본보 2023년 9월 12일 보도
)되거나 진돗개와 예비견이
개농장
에서 발견(
본보 2023년 4월 5일 보도
)되는 등 관리부실 실태는 동물단체들에 의해 속속 밝혀졌다.

이와 더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돗개의 삶도 녹록지 않음
이 드러났다. 지난해 발간된 공주대의 '2022년 진도개 보존 및 관리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진돗개들은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
에서 길러지는가 하면 암컷은 평균 9년, 수컷은 9~10년 번식에 동원됐다.

문화재청은 기존 진돗개 관리지침을 대체하는 '천연기념물 축양동물 관리지침'을 재작년 3월 제정∙고시하면서
진돗개 등록 두수
를 기존 4,000마리 이상에서
500마리 이상으로 줄이는 등 조치
에 나섰다.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진돗개수는 2021년 1,609마리, 2022년 1,208마리, 지난해 1,262마리다. 이에 대해
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
는 "500마리 이하가 아니라 이상으로 돼 있기 때문에, 지침 개정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진돗개 문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여전히
예비견과 심사 탈락견에 대한 보호 방안
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 근본적 문제는 다른 야생동물과 달리 진돗개는
민간에서 사육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
는 "6개월령 이하 강아지의 매매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데다 천연기념물도 돈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며 "궁극적으로는 수를 크게 줄이고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사무국장은 "국가유산청이 관리 동물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대표적 사례들"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동물에 대한 이해와 개념부터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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