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39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에 20일 역대 최연소로 당선된 박정현 신임 회장. 사진 교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인 박정현 부원여중 교사가 과거 여제자에게 보낸 부적절한 내용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선거가 무관심 속에 치러지면서 후보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6일 교총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13년 인천의 한 고교 3학년 담임을 맡던 도중 특정 학생을 편애했다는 민원이 들어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이후 경징계인 '견책' 조치를 받고 인근 중학교로 전근을 갔다.

당시 이 학생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12장 분량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이 최근 공개됐다. 편지에는 “아침에 널 만나기 위해 눈이 빨리 떠졌다”, “사랑한다”, “같이 급식실에서 음식을 담으며 참 행복했다”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편지를 받는 이에게 “여신님”이라고 칭하는 문구도 있었다.



“젊은 교총 앞세우더니” 사퇴 요구 확산
교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 박정현 신임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줄잇고 있다.
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교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제 어디 가서 교총이라고 말도 못하겠다”, “모두가 탈퇴해야 정신 차리겠냐” 등 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젊은 교총’을 앞세우더니 교실에 관한 인식을 11년 전으로 후퇴시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편지 내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22일 발표한 박 회장 명의의 사과문 이후 아직은 입장 변화가 없다”고 했다. 당시 박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제자를 응원하고 격려했을 뿐,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적절한 처신을 제자에게 한 일은 결코 없다”고 했다.



저조한 투표율·토론회 보이콧 “후보 검증 부족”
교육계에서는 “박 회장의 과거 문제를 알고도 회장으로 당선시킨 교총도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의 징계를 둘러싼 의혹은 회장 선거 기간이던 지난달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박 회장은 2위 후보 조대연 교수를 5.97%포인트 격차로 따돌리고 교총 역사상 최연소 회장으로 당선됐다.

교총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교육계 관계자는 “회원들의 무관심 속에 선거가 치러지며 자정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회장 선거 투표율은 57.3%로, 정성국 전 회장(현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될 당시인 2022년 선거(84.3%)보다 20%p 이상 떨어졌다. 교총 관계자는 “2022년 투표는 분회장이 직접 투표용지를 배부하고 수거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회원 자율에 맡기는 온라인 투표로 전환하며 투표율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개 토론회 등 후보 검증 기회도 부족했다고 한다. 교총 관계자는 “상대 후보를 비방할 수 없다는 내부 규칙에 대해, 박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반발하면서 토론회를 보이콧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후보 소개 자료에 징계 이력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등 후보 검증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총의 위기는 보수 교육계의 위기…“인재가 없다”
교총 회장을 둘러싼 논란을 보수 교육계가 처한 위기로 보는 시선도 있다. 교총이 사실상 국내 유일한 보수 성향 교육단체이기 때문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진보 쪽에서는 전교조 등 특정 집단이 정치세력화하는 과정에서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자리 잡은 반면 보수에서는 구심점도 없고 (인재) 풀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교총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인사는 “이번 교총 회장 선거를 보면 선거인단이 10만 명이 안 됐다”며 “보수 쪽의 세가 약해지며 좋은 사람도 모이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간 교총은 회원 수가 10만 명이라는 점을 들며 국내 최대 교원단체라고 소개해왔다.

한편, 교총 각 지역 회장단은 28일쯤 긴급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총 내부 다수의 위원회에서도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6284 "몰래 헬스장 와 녹음한 뒤 고소"…3만 관장들 분노한 사연 랭크뉴스 2024.08.09
36283 축구협회보다 수 많다…배드민턴협회 임원 40명, 기부금은 '0' 랭크뉴스 2024.08.09
36282 [속보]김유진 태권도 금메달… 57kg급 16년 만의 금메달 랭크뉴스 2024.08.09
36281 태권도 김유진, 16년 만의 57㎏급 우승…한국, 대회 13호 금메달(종합2보) 랭크뉴스 2024.08.09
36280 [속보] 세계 24위 김유진, 상위랭커 줄줄이 꺾고 생애 첫 금메달 랭크뉴스 2024.08.09
36279 정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까…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 놓고 업계는 ‘동상이몽’ 랭크뉴스 2024.08.09
36278 서울 그린벨트 해제? "오늘 풀어도 10년 뒤 얘기, 집값 잡겠나" 랭크뉴스 2024.08.09
36277 [영상] 태권도 김유진 결승 1라운드 승…‘상위랭커 도장깨기 전문’ 면모 보여주나 랭크뉴스 2024.08.09
36276 “종주국 자존심” 앞세운 김유진…세계 1·2위 꺾고 금메달 랭크뉴스 2024.08.09
36275 [올림픽] 태권도 김유진, 57kg급 금메달‥베이징 이후 16년 만 랭크뉴스 2024.08.09
36274 김유진, 여자 57㎏급 16년 만 금메달… 韓역대 올림픽 최다 金 달성 랭크뉴스 2024.08.09
36273 ABC "9월 10일 美대선 토론 성사"…트럼프 "해리스는 멍청해" 랭크뉴스 2024.08.09
36272 [1보] 한국태권도, 이틀 연속 금메달…김유진, 16년 만에 57㎏급 우승 랭크뉴스 2024.08.09
36271 이탈리아 바다서 밧줄에 감긴 2m 장수거북 사체 발견 랭크뉴스 2024.08.09
36270 현대차·기아 美서 절도방지 소프트웨어 설치후 도난율 64%↓ 랭크뉴스 2024.08.09
36269 [올림픽] '은메달 확보' 태권도 김유진 "관두고 싶을 정도로 훈련" 랭크뉴스 2024.08.09
36268 3R서 무려 10대3…女태권도 김유진, 세계 1위 잡고 銀확보[올림픽] 랭크뉴스 2024.08.09
36267 신유빈의 마지막 다짐 “마지막 동메달 결정전은 멋지게”[올림픽x인터뷰] 랭크뉴스 2024.08.09
36266 태권도 김유진, 세계 1위 중국 뤼쭝수 꺾고 여자 57㎏급 결승행 랭크뉴스 2024.08.09
36265 곰인형 들고 홀로 집 나선 4살…"왜 혼자야?" 시민들 힘모아 무사 귀가 랭크뉴스 2024.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