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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가 대사관에서 양국 국기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한약재를 유심히 관찰하는 외국인 중년 남성을 본 적이 있다면 이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 독일 대사. 지난해 여름 부임한 그는 지난 12일 독일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한국 전통시장에 푹 빠졌다"며 한 수산시장 '멸치 골목'에서 찍은 사진도 보여줬다. 편안한 점퍼 차림에 미소를 띤 표정이다. 그는 "(직전 부임지인 태국) 방콕에선 전기 오토바이로 출퇴근해서 '스쿠터 대사'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서울에선 '시장 대사'라고 불린다"며 웃었다.

지난달 28일 관저에서 개최한 독일 헌법 공포 기념일에선 유려한 영국식 영어에 수트 차림으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등 다양한 손님을 맞았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기본법'이라는 이름으로 숙의를 거쳐 만들어진 이 헌법은 1949년 5월 23일에 공포됐고, 한국 등 세계 많은 국가 헌법 체계의 근간이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의 별명 중 하나는 "시장 대사"다. 전통 시장을 워낙 좋아해서다. 사진 제공 주한독일대사관


Q : 헌법 공포일의 의미는.

A :
"전쟁 중 독일은 도덕성의 붕괴를 겪었다. 나치와 홀로코스트가 대표적 사례다. 전쟁 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숙의를 거쳤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당이 득세하기 이전의) 바이마르 공화국은 왜 실패했을까부터, 고민을 하고 이웃 국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것이 기본법이 헌법이다. 헌법의 생일을 기념하며 당시 정신을 되새긴다."

Q : 곧 부임 1주년인데.

A :
"한국의 시장과 산을 다니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한국에선 등산객들이 음식을 나눠 먹고 에너지 넘치게 산을 타는 문화가 있어서 더 즐겁다. 시장 다니는 것도 좋아하는데 경동시장도 즐겨 찾는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사관 통로에 장식된 사진 중 하나다. 김경록 기자


Q : 일본ㆍ태국 등에서 근무했고 아시아 과장도 지냈는데.

A :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아시아는 알면 알수록 모르겠다. 외교관 되기 전부터 아시아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는데, 하나의 문을 통과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문이 열리더라. 중국부터 일본에 동남아시아까지, 아시아엔 다양한 문화와 매력이 있고, 독일 외교에도 중요하다. 한국어 속담 중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우물 밖으로 점프하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 한국의 특징은.

A :
"과거와 현재의 조화가 흥미롭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궈낸 경제성장도 인상적이지만, 부임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한국 사회는 지금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정체성 고민을 깊게 하는 것 같다. 다양한 논의가 자유로이 이뤄진다는 점도, (권위주의) 아시아 국가와는 다른, 좋은 점이다. 한 가지 꼭 말하고 싶은 건, 한국이 작은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끔 한국을 두고 '고래 등 사이 새우'라고 표현하던데, 한반도(약 22만 ㎢) 면적은 영국(약 24만 ㎢)과 비슷하다. 한국은 많은 것을 성취해왔고 앞으로도 진전을 이룰 독일, 나아가 유럽의 중요한 외교 파트너다."
등산을 좋아하는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에게 한국은 천국이다. 사진 제공 주한독일대사관

양국관계 현재와 미래는.
A :
"양국 간 관계는 이미 다채롭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 대응에서의 협력에도 관심이 깊다. 생태와 경제를 하나로 녹여 생각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우선인데, 이는 전 세계가 직면한 이슈라는 점에서 외교의 역할이 분명 있다. 또한 인구 변화 역시 중요한데, 개인적으론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칭 '페미니스트 외교관'인데. 진전이 있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기업 이사회나 외교 테이블을 보라. 남성이 압도적 다수 아닌가. 남녀 모두를 위한 페미니스트 외교가 필요하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 김경록 기자


Q :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북한 도발까지 외교 과제도 산적해 있다.

A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물리적 방법으로 국경을 침범했다는 점과, 핵보유국으로 유엔이 인정한 국가인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천명했다는 점에서부터 수용 불가다. 북한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하고 있는 것 역시, 한국과 유럽의 외교ㆍ안보가 묶여 있음을 반증한다. 우크라이나 지원은 재건과 교육 등 분야가 다양하고,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듯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Q : 독일은 통일을 먼저 이룬 국가이기에 한국에 의미가 크다.

A :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바란다는 점에서 우린 뜻을 같이한다. 독일 통일 과정은 다소 달랐다. 동독 핵 도발도 없었고, 동서 간 교류도 비교적 원활했다. 북한이 지금 한국 측의 대중문화 유입 등을 극렬히 금지하는 것 자체가 한국을 두려워한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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