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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직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의 행정이나 정책을 연구해오라며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제도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짧게는 한두 달부터 많게는 수년 동안 해외에 체류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요. 사비가 아닌 국비나 시비를 지원받는 만큼 인기도 많고 경쟁률도 높습니다. 그만큼 공무원 해외 연수자 선정을 위해서는 공정한 심사가 필요합니다.

김포시청도 지난 3일 시청 공무원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외 배낭연수자들을 선정했습니다. 총 11개 팀 61명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미국과 유럽 등지로 연수를 가게 되는데요. 팀당 최대 1,050만 원을 지원받습니다. 그런데 이번 해외 배낭연수 선정을 두고 시청 내부에서 계속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 심사위원장 조카 2명 해외연수자 선정

김포시는 해외 연수자를 심사하기 위해 ‘김포시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시청 공무원 중에 심사위원들이 뽑혔고, 심사위원장 자리에는 김포시에서 중직을 맡고 있는 고위공무원 A 씨가 앉았습니다. 위원회에는 심사위원 과반수 이상이 참석해 적격성을 심사했고,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 연수자들을 뽑았습니다.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심사 결과를 두고 공정성 시비가 붙었습니다. 논란의 원인은 해외연수에 선정된 모 팀 소속의 성씨가 같은 두 공무원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공무원들이 심사위원장인 A 씨의 조카들이었던 겁니다. A 씨 조카들은 각각 다른 해에 공무원으로 채용돼 김포시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다른 과에 근무하고 있지만, 이번 해외 배낭연수 공모에는 한 팀으로 지원하게 된 겁니다.


■ 올해 돌연 재직기간 제한 조건 ‘삭제’

심사위원장과 심사 대상 공무원 2명이 혈연 사이인 게 공교로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런 구실로 해외 연수를 보내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A 씨의 조카 중 손아래인 B 씨가 2022년 채용돼 공무원이 된 지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인 2023년까지만 해도 김포시 해외 배낭연수자에 선정되려면 조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재직기간 3년 미만 직원은 제외한다’는 조항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뤄진 해외연수 심사 기준으로 B 씨는 연수를 갈 자격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삼촌이 심사위원장이 된 올해에 재직 기간이 3년이 되지 않는 공무원도 연수를 갈 수 있게끔 돌연 기준이 변경된 겁니다.


갑작스럽게 재직기간 제한 조항이 삭제됐으니 해외연수에 뽑히지 못한 김포시청 공무원들은 자연스럽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작년에 들어온 어린 직원이 선망의 대상인 해외연수자로 뽑히자, 공정한 선발 절차가 이뤄진 게 맞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게 된 겁니다.

■ 김포시 “시의회 문제 제기로 조항 변경”

이런 논란에 대해 김포시는 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이 아니므로 평가에 개입할 수 없고, 대상자 선정에도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 5명에 더해 6·7급 직원 20명 중 5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구성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공정하게 뽑아봤더니 심사위원장의 조카가 포함돼 있었을 뿐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궁금한 건 왜 재직기간 제한 조항이 하필 올해에 삭제됐냐는 점입니다. KBS의 질의에 김포시는 ‘2023년 공무원 국외배낭연수’ 추진 후 재직기간 제한 조건에 문제점이 파악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문제점 파악이 된 경위에 대해서는 ‘김포시의회 임시회의’에서 문제가 제기됐다고 공식 답변했습니다. 시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니 그에 따라 모든 공무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올해 배낭연수 계획을 짰다는 겁니다.

김포시 답변서 중 일부

시의회에서 문제 제기된 적 없어... 거짓 답변한 김포시

그래서 정말 김포시의회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지 취재해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에 KBS는 “김포시의회 임시회에서 문제가 제기된 적 없다. 있다면 근거를 달라”고 김포시에 재질의했습니다. 하루 뒤 공식 답변에 대한 근거 대신 직급이 비교적 낮은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본인을 담당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발신자는 “제가 잘못 이해하고 썼다”며 “시의회에서 (문제 제기) 발언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봤지만 그런 적은 없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순전히 자신의 불찰이었다는 겁니다. 정말 담당 공무원의 실수였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김포시청은 KBS 질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짓 답변을 한 셈이 됐습니다.


■ “공정성 시비 붙을 관계라면 자발적으로 직책 회피해야”

물론 심사위원장이 조카의 해외 연수를 위해 힘을 썼다고 해도, 촌수가 멀어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정한 심사가 필요한 해외연수 지원자와 심사위원장이 혈연 관계라고 하면, 심사위원장이 먼저 직책을 기피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한국청렴본부 이지문 이사장은 “법적 이해충돌 관계자가 아니라고 해도, 누가 보더라도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사이라면 자발적으로 관련 직책을 회피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다”며 “이래야 괜한 공정성 시비로 혈연 관계인 해외 연수 선정자들이 억울한 상황을 겪는 것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번 김포시청의 해외 연수자 선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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