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구 990가구 단지 분양 실적 없어
주택금융공사, 대출액 90% 보증
대출은행 등은 돈 떼일 걱정없어
대구 달서구에는 준공 후 2개월이 넘도록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있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다. 김규현 기자

대구 지하철 1호선 상인역에서 1.3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들어선 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 아파트. 최고 29층, 9개 동 규모에 990가구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달서구청의 준공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입주한 집은 한 가구도 없다.

아파트는 통상 착공 시점에 주택을 선분양해 건설비를 조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곳 사정은 다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26일 한겨레에 “분양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시행사가 시기를 봐가며 분양하려고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4월 말 기준 9667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다.

이 사업장엔 제이비(JB)금융그룹과 디지비(DGB)금융그룹 산하 은행·캐피탈 등 계열사 5곳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5128억원(지난해 말 기준)을 내줬다. 중견 금융그룹이 특정 사업장에 계열사들을 동원해 ‘몰빵’ 대출을 한 건 드문 일이다. 불투명한 분양 전망 탓에 대출금 회수에도 경고등이 켜졌지만, 이 금융사들이 반영한 충당금(떼일 가능성 있는 금액을 미리 비용에 반영하는 것)은 전체 대출액의 10% 미만이다.

이들이 ‘믿는 구석’은 공적 보증이다. 제이비금융 쪽은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경우 정부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90% 보증서로 대부분의 신용 위험을 피했다”고 했다. 주금공이 전체 피에프 대출액의 90%에 이르는 4600억원 규모 지급 보증을 서준 까닭에 돈 떼일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주금공이다. 아파트가 미분양돼 시행사가 피에프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이를 대신 상환하고, ‘악성 재고’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장의 시행사는 분양이 늦어지면서 이자 비용이 늘어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주금공 쪽은 피에프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하반기 이전 분양을 시작하기 위해 시행사 등과 협의 중이다.

대구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는 대규모 공공자금을 투입해 부동산 개발업자와 금융사는 ‘묻지마 투자’를 하고, 그 책임은 공공이 온전히 짊어지게 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2022년 10월 이후 주금공 등 정책 금융기관의 피에프 보증 지원 규모를 계속 불려 갔다. 현재 지원 한도는 30조원이다. 부실 사업장의 과잉 부채 조정보다, 사업자와 건설사 구제 및 연명에 무게를 둔 정책이다.

금융 당국 핵심 관계자는 “올 하반기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등 거시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하면 주택 경기도 살아날 수 있다. 미분양이 점차 줄면서 정부의 보증 손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554 바이든, 부통령을 “트럼프” 또 실언···‘사퇴론’ 혹 떼려다, 혹 키웠다 랭크뉴스 2024.07.12
37553 올림픽 특수? "바가지 때문에 안 간다"…프랑스 대신 '이 나라'로 발길 랭크뉴스 2024.07.12
37552 이근 “쯔양 녹취록, 내가 구제역 핸드폰 박살내 유출” 랭크뉴스 2024.07.12
37551 러 외무부 “한국의 우크라 무기 공급 가능성은 협박… 유감” 랭크뉴스 2024.07.12
37550 이병훈 전 프로야구 해설위원 별세 랭크뉴스 2024.07.12
37549 미국의 ‘통합억제’ 전략에 적극 동참한 윤 대통령…한반도 안보 불안정 가중 우려 랭크뉴스 2024.07.12
37548 “軍 복무 4개월 연장”…의무복무 기간 총 3년 ‘이 나라’ 어디 랭크뉴스 2024.07.12
37547 "의사가 임신 몰랐다?" 만삭 낙태 영상, 주작으로 지목된 증거들 랭크뉴스 2024.07.12
37546 성인 80%, 한번은 감염…여성만 걸린다? 남성도 치명적인 이 병 랭크뉴스 2024.07.12
37545 ‘남북 철도 협력’의 상징 판문역…북한, 철로 철거 포착 랭크뉴스 2024.07.12
37544 공포영화 걸작 '샤이닝' 주연 셸리 듀발 75세로 별세 랭크뉴스 2024.07.12
37543 임성근 통신기록 조회한다…공수처, 경찰에 포렌식 협조요청 랭크뉴스 2024.07.12
37542 "무단횡단 보행자 피하려다"…승용차 상가 돌진해 3명 사상(종합) 랭크뉴스 2024.07.12
37541 '옐로카드' 받은 한동훈·원희룡‥국민의힘 '과열' 분위기 식을까? 랭크뉴스 2024.07.12
37540 화이자, 먹는 GLP-1 비만 치료제 개발 재개 랭크뉴스 2024.07.12
37539 尹 대통령, 닷새간의 방미 일정 마치고 귀국 랭크뉴스 2024.07.12
37538 이스라엘, 남성 군복무 기간 넉 달 늘려 36개월로 랭크뉴스 2024.07.12
37537 "안경알 바꾸러 왔어요"…안경점 들른 '이 손님' 보러 구름인파 몰렸다는데 랭크뉴스 2024.07.12
37536 두산그룹株 지배구조 개편 유불리 따져보니... 에너빌리티 주주는 손해, 로보틱스는 이익 랭크뉴스 2024.07.12
37535 김성태 전 회장 실형 선고…‘불법 대북송금’ 인정 랭크뉴스 202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