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부족으로 "'누구나 산재 보상' 알고 있다" 30% 그쳐
신청하고 싶어도 복잡하고 고용 압박…"적극적 제도 개선 필요"


경찰·노동부, 화성 화재 관련 아리셀 압수수색
(화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경찰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위험물저장소를 살펴보는 모습. 2024.6.2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지난 24일 화재로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회사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업체 메이셀은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모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장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미등록(불법) 체류자를 포함해 모든 근로자는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은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언어장벽, 고용불안 등으로 실제 보상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산재보상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노동부, 화성 화재 관련 아리셀 압수수색
(화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모습. 2024.6.26 [email protected]


산재보험 미가입해도 보상되는데…29%만 "알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아리셀에 인력을 보낸 메이셀은 4대 보험 중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가입했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가입하지 않았다.

메이셀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는 산재보상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다.

산재보험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기 때문에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재해자는 모두 보상 대상이기 때문이다.

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장이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이 재해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 이력과 재해 경위 등을 직권으로 조사해 피보험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심지어 불법 체류자도 산재를 당한 경우 절차를 거쳐 보상받을 수 있다.

사망자의 경우 가족이 급여의 60% 정도를 평생, 자녀는 24세까지 유족연금으로 지급받는다. 부상자는 치료비 전액과 생활비(기존 급여의 70%)를 지원한다.

그러나 한국어가 서툴고 우리나라 법·제도를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여전히 산재 신청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1년 5월 발간한 '이주노동자의 사회보험과 4대 전용보험 정책 과제' 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승인 없이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에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8.8%에 그쳤다.

고용허가제 대상인 비전문취업비자(E9) 노동자는 그나마 43.9%가 인지하고 있었으나 방문취업 동포(H2)나 재외동포(F4) 비자 노동자는 이 비율이 14.6%로 떨어졌다.

아리셀 공장 화재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 비자는 F4 비자가 가장 많고, H2 비자, 결혼이민(F6) 비자, 영주권(F5) 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가입했는지를 묻는 말에는 46.9%가 '가입했다', 24.1%가 '가입하지 않았다', 29.0%가 '모른다'고 답했다.

이주노동자의 주관적인 인식을 물은 내용이라 실제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의 비율과는 다를 수 있으나 '모른다'가 29.0%에 달한다는 건 그만큼 정보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화성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며
(화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6일 경기도 화성시청에 설치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2024.6.26 [공동취재] [email protected]


입지 불안한 외국인 근로자, 알아도 신청까지 '먼 길'
자신이 산재보상 대상임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는 보상을 신청하고 실제 보상받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어가 미숙한 외국인 근로자가 스스로 필요한 서류를 갖춰 산재 신청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자는 물론이고, 합법 체류자도 임시·단기 근로자는 고용 불안 등으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는 산재를 신청하는 대신 사업장과 개인 간 합의로 암암리에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에 대한 낮은 인식이 낮은 가입률로 이어졌고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강화, 산재를 당한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출국 유예,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이주노동자 배정 제한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을 중심으로 '산재보상대책반'을 구성하고 유족 등의 산재보상 신청이 들어오면 즉시 상담과 안내를 제공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내·외국인 여부, 고용허가제 포함 비자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근로자에 대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며 "근로감독을 통해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행·사법적 조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385 바이든 “내가 최적임자” 후보 사퇴 일축…부통령을 “트럼프” 또 말실수 랭크뉴스 2024.07.12
37384 ‘400kg~500kg 남성’ 40세 전 죽는다 했는데…최근 근황보니 랭크뉴스 2024.07.12
37383 ‘제네시스판 AMG’ 내년 3분기 출시…하이브리드는 “빠른 시점 출시 목표” 랭크뉴스 2024.07.12
37382 제재받은 한동훈·원희룡…“축구협회·국힘 전대가 국민 걱정이라고”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4.07.12
37381 ‘불법 대북송금’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1심서 징역형 실형 선고 랭크뉴스 2024.07.12
37380 검찰, 대통령실 보관 중인 ‘김건희 명품백’ 확보 나서 랭크뉴스 2024.07.12
37379 성심당 '새벽 웨이팅' 사라지나…‘테이블링 시스템’ 도입한다 랭크뉴스 2024.07.12
37378 [단독] ‘두바이 초콜릿 열풍 우리가’... 롯데百 잠실에 두바이 디저트 ‘바틸’ 연다 랭크뉴스 2024.07.12
37377 한동훈·원희룡 비방전에 선관위 첫 제재···“자폭·자해 전대” 당내 우려 랭크뉴스 2024.07.12
37376 이준석 "국힘 대표 시절 여권 댓글팀 의심 정황... '대선 때 있던 애들' 듣기도" 랭크뉴스 2024.07.12
37375 ‘불법 대북 송금’ 김성태 前 쌍방울 회장, 1심서 징역 3년6개월…법정구속 면해 랭크뉴스 2024.07.12
37374 최저임금 170원 올려 1만30원…노동계 “실질임금 삭감” 랭크뉴스 2024.07.12
37373 이스타항공 기내서 연기, 리튬이온 보조 배터리에 물부어 진압 랭크뉴스 2024.07.12
37372 물난리 속 버스에 주민 태워 소방학교 견학·탐방 강행한 경북도의원 랭크뉴스 2024.07.12
37371 서울 아파트값 5주 연속 상승세… 2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랭크뉴스 2024.07.12
37370 "담배 사고 온다"던 의대생 숨진채 발견…폭우속 익산 MT 비극 랭크뉴스 2024.07.12
37369 [속보] ‘쌍방울 대북송금’ 김성태 1심 실형…법정구속은 면해 랭크뉴스 2024.07.12
37368 '쯔양 협박 모의' 사이버 레커 처벌은? "돈 안 받았어도 공갈미수죄 적용 가능" 랭크뉴스 2024.07.12
37367 "'어이, 이 양반아'는 호남 말투"…택시 난동 前강북구청장 선처 호소 랭크뉴스 2024.07.12
37366 전북 익산에 MT왔다 폭우 속 실종 대학생 숨진 채 발견 랭크뉴스 202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