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아리셀 공장 화재 분향소 표정

“타지서 고생한 부모님 세대 떠올라”
“유가족 손잡고 위로 드리고 싶어”
공식 합동분향소 설치 늦어질 듯
26일 경기 화성시청 1층에 설치된 서신면 전곡리 공장화재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화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24일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분향소는 사고 이후 처음 설치된 것이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서신면 전곡리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 추모공간이 들어선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이곳에선 영정 사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헌화한 국화 15송이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 24일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이 사망했지만 시신 훼손이 심해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도 추모객의 발길은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중국 등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일하며 가족 생계를 챙기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신원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분향소를 찾아왔다는 김한종(55)씨는 “이번 사고를 보며 사우디나 독일처럼 먼 타지에서 고생했던 우리 부모님 세대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사고 희생자들이 고통스럽게 떠나셨을 것 같다.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분향소에 유가족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씨는 “유가족 한 분이라도 손을 잡고 위로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만나뵙지 못하고 가게 됐다”고 했다.

최은희(52)씨는 묵념을 하던 중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최씨는 “남편이 이번 화재 진화 작업에 투입됐던 포클레인 기사”라며 “남편에게서 연락이 올 때까지 생중계로 화재 현장을 챙겨보며 눈을 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다행히 무사했지만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무고한 죽음을 떠올리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조문객 중에는 중국동포도 다수 있었다. 이번 화재 피해자의 상당수는 중국 국적 근로자다. 중국 국적의 이모(44)씨는 “나도 화성에 있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라며 “사고 소식을 접하고 같은 동포로서 남 일 같지 않아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이틀 전에도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던데 그때 방심하지만 않았어도 막을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며 “희생자들이 나보다 일찍 비극을 맞은 것일 뿐, 언제든 내게도 닥칠 수 있어 불안함에 출근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일반 시민과 시청 직원 등 63명이 분향소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합동분향소 설치는 사망자 신원 확인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당초 계획 중이던 공식 합동분향소 설치는 사망자 신원 확인 이후 유가족들의 동의를 구해야 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0891 원희룡 "나경원과 단일화, 진전 없으면 더 이상 언급 안할 것" 랭크뉴스 2024.06.29
40890 남녀 임금격차 최대 '오명' 일본의 결단…女관리직 비율 공개 의무화한다[지금 일본에선] 랭크뉴스 2024.06.29
40889 [2보] 이란 대선 '이변'…개혁파 후보 1위로 결선 진출 랭크뉴스 2024.06.29
40888 '전여친 낙태 논란' 허웅 "이선균 본 사건과 무관, 언급 사과" 랭크뉴스 2024.06.29
40887 "이건 기적을 만드는 물벼락" 가수에 국대까지 600명 뭉친 사연 랭크뉴스 2024.06.29
40886 바이든 망친 토론에 유럽이 더 충격… "트럼프 재집권하나" 랭크뉴스 2024.06.29
40885 강경보수 뚫고 개혁 후보 '돌풍'… 이란 보궐 대선, 결선투표 가나 랭크뉴스 2024.06.29
40884 [1보] 이란 대선 개혁파 후보 '깜짝' 1위…내달 5일 결선투표 랭크뉴스 2024.06.29
40883 연예인 ‘동네 친구’ 번개 모임…되찾은 일상 낭만 가득하지만 랭크뉴스 2024.06.29
40882 방통위 여야 공방 계속…“거대 야당 오만함”·“방송 장악 꼼수” 랭크뉴스 2024.06.29
40881 ‘버스가 가건물에 돌진’ 12명 부상…남양주 가구공장서 불 랭크뉴스 2024.06.29
40880 '이태원 음모론' 불지핀 김진표.."의도와 달라…尹 소신 높게 평가" 랭크뉴스 2024.06.29
40879 “이 얼굴이 10대라니” 담배 팔았다 영업정지 점주 울분 랭크뉴스 2024.06.29
40878 대구 빌라 화재로 수십 명 대피, 5명 연기 흡입 랭크뉴스 2024.06.29
40877 5㎞/h 사고에 드러눕고 범퍼 교체… 운전자 부글부글 랭크뉴스 2024.06.29
40876 아리셀 작업자들 "근무 기간 안전교육 받은 적 없어… 비상구도 어딘지 몰라" 랭크뉴스 2024.06.29
40875 [신은정 기자의 온화한 시선] 착한 오지랖 ‘스몰토크’가 필요하다 랭크뉴스 2024.06.29
40874 "한라산 200㎜" 6월 역대급 폭우에 제주 피해 속출 랭크뉴스 2024.06.29
40873 상반기 14% 뛴 美증시 ‘속빈 강정’?…주도주 5개뿐이라는데 업종 보니 랭크뉴스 2024.06.29
40872 ‘기상 특보 발효’ 제주공항 30편 결항·62편 이상 지연 랭크뉴스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