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희생자 23명 중 내국인 3명만 신원 확인
나머지는 시신·유족 DNA 대조 작업해야
지역 시민들 "형제자매 잃은 마음" 추모
경기 화성 모두누림센터 2, 3층에 마련된 '서신면 전곡리 공장화재 피해 관련 피해가족지원실'. 유족들은 26일 이른 아침부터 모여 이곳에 모여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연 기자


"일한 지 석 달도 안 된 스물여덟 아들을 하루아침에 떠나보냈으니 친구 꼴이 지금 어떻겠어요."

26일 오전 8시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피해통합지원센터에서 만난 중국 국적 남성 A씨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날 "아들이 일하는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친구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도저히 혼자서는 못 가겠다며 덜덜 떠는 친구의 손을 잡고 이곳을 함께 찾은 것이다. A씨는 "빨리 신원 확인부터 돼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A씨 친구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먼발치에서 애꿎은 담배만 태웠다.

2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을 찾은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화재 발생 사흘 째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가족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다. 주검 훼손이 심한 데다 희생자 대부분의 신원 확인이 아직 안 됐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공장 화재 사망자 23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이는 내국인 3명 뿐이다. 나머지 20명의 신원 확인은 시신에서 채취한 유전자(DNA)와 유족 유전자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DNA 확보 후 대조 작업을 거쳐 신원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이론적으로 2, 3일 걸린다. 중수본은 일단 희생자 8명의 유족으로부터 DNA 채취를 마쳤다. 나머지 DNA 채취 및 대조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경우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늦어도 내주 중에는 신원 확인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사고 소식을 듣고 센터를 찾은 유족들에게는 정작 이런 DNA 검사 과정 등이 상세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신원 확인까지 걸리는 기간 등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계산일 뿐이다. 또 외국인 희생자의 일부 유족은 국외에 머물고 있어 입국 절차 등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이런 변수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유족들에게 신원 확인까지 걸리는 기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이날도 "신원 확인 소요 기간은 확인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흘째 가족을 찾아 화재 현장과 장례식장, 경찰서 등을 빙빙 돈 유족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신원 확인 소식이 들려올까봐 자리를 비우지도 못한 채 도시락을 배달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유족 B씨는 퉁퉁 부은 눈으로 "한 순간의 사고로 사촌 누나를 잃었다"면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우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게 없어 지켜보고만 있다"고 털어놨다. 긴급비자를 받고 전날 밤 입국한 유족도 있었다. "어머니 소식을 듣고 중국 대련에서 급하게 왔다"는 C(29)씨는 내내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6일 경기도 화성시청에 마련된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사건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화성시청 1층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탓에 단상에는 위폐와 영정사진 없이 국화만 빼곡히 놓였다. 분향소를 찾은 박철균(62)씨는 "같은 지역 시민으로 형제자매를 잃은 마음이라 남일 같지 않다"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224 주말 내내 폭우 내려…“우산 꼭 챙겨야”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23 타인의 마음 읽으며 ‘맥락’ 짚기…인공지능보다 앞선 인간의 능력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22 “오늘밤 밖에 돌아다니지 마세요”…수도권 돌풍 몰아치고 물폭탄 덮친다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21 나경원 만난 MB “힘 분열되면 안 돼”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20 진수희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 뒤 '이상민 경질 보고서'에 격노‥원장 잘려"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9 제주, 장맛비에 호우특보…120mm 내린 한라산 ‘출입 통제’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8 초면인데…톱스타만 한다는 소주 모델 당당히 꿰찬 女 정체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7 고문으로 간첩 누명 쓴 어부…법원 “국가와 이근안이 7억 배상하라”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6 MB, 나경원 만나 "당정 힘 모아야"…나 "사심 정치가 배신 정치"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5 [why] “1000억어치 팔았어요” 무신사가 성수동 한복판에 매출 전광판 세운 까닭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4 윤 대통령, 제2연평해전 승전기념일에 “평화는 말 아닌 힘으로 지키는 것”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3 제주, 주말 장맛비에 한라산 출입 통제… “올레길 걷기도 자제”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2 이태원 참사 유족 "윤 대통령 '조작 가능성' 언급 사실이면 사죄해야"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1 "이 얼굴이 미성년자? 국민투표하자" 편의점 점주 억울함 호소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10 SK그룹 대수술···SK온, ‘긴 잠’서 깨어날까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09 "내 전용기 타시라" 각별했던 尹-김진표 충돌…과거엔 어땠나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08 다탄두 탄도미사일 위력은…‘미니트맨-Ⅲ’ 평양 30분내 파괴 美 핵전략 핵심[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07 "그걸 신어? 용감하네"…제니퍼 로렌스에 굴욕 준 이 양말 [세계한잔]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06 말 더듬고 흐려 조롱받은 바이든… 美 시청자 다수 “트럼프의 승리” new 랭크뉴스 2024.06.29
45205 추경호, 사의표명 5일 만에 업무 복귀···“진심으로 일하겠다” new 랭크뉴스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