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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4년 전인 2020년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던 모습. AFP=연합뉴스


회사 견습기자 채용 논술시험 채점을 하다 인사팀에 문의를 했다. “이 시험 오픈북(open book)이었나요, 클로즈드북(closed book)이었나요.” 인터넷 검색 없이는 적기 어려울 듯한 통계들을 정확히 담은 글들이 적지 않아서였다. 담당자는 “종이와 펜만 제공됐다”고 했다. 새삼 감탄했지만 평가는 논증력이나 작문력 위주로 했다. 평가자마다 기준은 다를 테지만, 논술이 암기 능력 테스트는 아닐 테니까.

□ 미국 대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27일(현지시간) 처음 열리는 TV토론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열공’ 모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전현직 참모 10여 명과 준비에 매진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측근들과 비공개 회의를 10여 차례 가졌다고 한다. 관심을 끄는 건 행사를 주관하는 CNN이 정한 토론 규칙이다. 전체 토론 시간은 90분인데 각 후보에게는 펜과 빈 메모장, 그리고 물 한 병만 제공된다. 중간광고를 위한 두 번의 휴식에도 참모를 접촉하거나 준비된 자료를 볼 수 없다.

□ 우리나라 대선 토론에서도 자료 지참 여부는 룰 협상의 주요 쟁점이다. 2022년 대선에서는 자료를 지참해야 한다는 윤석열 후보 측과 자료 없이 토론하자는 이재명 후보 측이 팽팽히 맞섰다. 대장동 현안을 집요하게 물어뜯겠다는 쪽과 정치 초보의 빈틈을 파고들겠다는 쪽의 이해가 정면 충돌한 것이다. 몇 차례 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며 양자 토론은 끝내 무산됐다. 안철수∙심상정 후보까지 참여한 4자 토론은 오픈북 방식이었지만, 윤 후보는 RE100이나 청약점수 등 돌발적 질문에 곤욕을 치렀다.

□ CNN이 클로즈드북 방식을 택한 건 '누가 그나마 더 멀쩡한가'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올해로 81세인 바이든 대통령, 78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능력은 미국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사다. 두 사람의 말실수는 일일이 언급하기도 버겁다. 우크라이나와 이라크를 혼동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한국 대통령이라고 잘못 말하거나(바이든), 연설 도중 30초간 침묵을 하고 자신의 주치의 이름을 틀리게 언급(트럼프)한다. 누가 치명적 발언 실수를 하느냐에 토론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통령 후보가 비전이나 정책이 아니라 단편적 지식이나 인지능력을 평가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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