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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의 화재 진행 상황이 담긴 내부 CCTV 화면. 독자 제공

" 아들이 모르는 번호는 보이스피싱이라고 받지 말라고 했는데… "
경기도 화성 리튬 1차전지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로 전신 2도 화상을 입고 서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서모(45)씨의 노모 A씨(70)는 참사 사흘 만인 26일 병원을 찾아 이렇게 말하며 통곡했다. 사고 다음 날인 25일 오후에야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들었다고 하면서다.

A씨는 지난 19일 아들과 나눈 마지막 전화 통화를 떠올리며 아들의 변을 본인 탓으로 돌렸다. 그는 “노인들 보이스피싱 많이 당한다고 모르는 번호는 받지 말라해서 병원 전화를 못 받았다. 아는 사람 번호는 내가 다 저장해 놓았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25일) 오후 6시 40분쯤에야 병원이라는 문자를 보고 그제서야 알았다”고 울먹였다. A씨는 “허리도 아픈데 잘 수가 없어 한 숨도 못잤다. 경기 부천에서 아침부터 택시 타고 부랴부랴 왔다”고도 했다.

병원 중환자실 면회는 하루 1회, 보호자 1명만 가능해 이날은 서씨 여동생만 오빠를 만났다. 현재 서씨는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의식이 없는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폐복부 손상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아이고, 아이고,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굴이랑 다리가 퉁퉁 다 부어 있더라”며 쏟아지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냈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퉁퉁 부어있었다. “주말도 없이 일한다고 해서 아들 얼굴 못 본 지 오래됐다. 그만두게 할 걸…”이라고 자책까지 했다. 서씨의 아버지(78)도 “자식 다 키웠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큰 일 당할 줄은 몰랐지”라고 말했다. 서씨 여동생과 남편은 전북 익산에서 아침에 KTX를 타고 올라왔다고 했다.

아리셀 직원들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서씨는 화재 당시 2층 화장실과 계단 쪽에서 소방관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대가 투입된 건 사고 발생 약 6시간 후인 오후 3시 10분쯤 초기 진화가 완료한 뒤였다. 화성에서 혼자 사는 서씨는 지난 3년간 아리셀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A씨는 “아르바이트로 들어가서 얼마 전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들었다”며 “아들이 일반 사무직으로 일한다 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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