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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전국 생산량의 70% 주산지 
파도 약한 섬 앞바다, 양식 최적화
솎아내기·건조 등 양식 비법 남달라
40년 납품 외길, '최상품'만 농심으로
전남 완도군 평일도의 다시마 위판장에 놓인 농심 너구리. 농심 제공


농심 너구리가 1982년 11월 처음 나와 소비자 입맛을 저격한 지 2년째인 1984년 어느 날
. 너구리 원재료를 조달하던 농심 자재 과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동통통 면발'과 함께 너구리의 상징과도 같은 완도 다시마를 납품하던 업체 대표가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말을 전했기 때문이다. 다시마가 빠진 너구리를 만들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당시 농심 과자 '꿀꽈배기'에 아카시아 꿀을 공급해온 신상석씨는 이 얘기를 듣고 해당 업체를 찾았다. 너구리에 들어가는 말린 건다시마를 기계 대신 가위로 일일이 자르는 수작업 현장을 보자 자신감이 생겼다. 이어 꿀 사업을 접고 다시마를 구하러 생산지인 전남 완도군 평일도로 들어갔다.

그 후로 40년.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너구리의 중심엔 여전히 평일도 다시마가 있다.
지난 20일 평일도를 찾아 너구리 다시마의 생산 주역 삼총사를 만났다. 다시마 양식업을 하는 어민(천지형씨), 다시마 위판을 책임지는 완도금일수협(한창영 상무), 다시마를 너구리용으로 가공하는 납품업체(신상석 조일농산 사장)다.

완도 하면 으레 전복이 떠오르지만 평일도만큼은 예외다.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평일도 다시마는 주민이 '보물'이라고 부르는 섬 앞바다에서 길러진다.
평일도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주변 섬들에 둘러싸여 있어 파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다시마를 바닷물에 휩쓸리지 않고 양식하기에 안성맞춤인 자연 조건이다.

여기에 너구리 출시 때부터 인연을 맺으면서 쌓인 양식 비법이 평일도를 다시마 주산지로 키웠다. 신지도, 약산도, 소완도 등 완도 근해 다른 섬에서 이뤄지는 다시마 양식과 비교한
평일도 다시마의 1등 비결로는 솎음질(솎아내기), 건조 작업이 꼽힌다.


'보물'에서 태어난 너구리 다시마



전남 완도군 평일도의 한 어민이 다시마 양식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농심 제공


길이 160cm, 너비 15~25cm인 다시마 농사는 매년 10월 100m 길이의 굵은 밧줄에 포자를 붙이면서 시작된다. 1, 2월에 이뤄지는 솎음질은 바다 밑으로 자라는 다시마를 길어 올려 30~40개의 줄기를 6, 7개로 추리는 일이다.
얼음물 같은 겨울 바다와 칼바람을 견뎌야 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발육 상태가 좋은 다시마 줄기만 솎아내야 쑥쑥 큰다.


천씨는 "장갑 3, 4개를 끼고 솎음질을 해도 손이 꽁꽁 언다"며 "어선에 불을 피워 놓고 손을 불길 속에 넣다 뺐다 하면서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겨울 내내 서너 번의 소끔질을 거친 다시마는 가공하기 쉬운 폭넓은 '최상품'으로 자란다.
평일도에서 "허리가 예쁘다"고 표현하는 다시마다.

바다에서 갓 건진 다시마를 볕이 쨍쨍할 때 바싹 말려야 하는 건조 과정도 남다르다.
다시마 수확철인 5월 초중순부터 평일도 전역에 건조를 위해 펼쳐지는 '다시마 밭'엔 흙 대신 자갈이 깔려 있다. 자갈에서 올라오는 반사열은 해를 등진 다시마 뒷면까지 물기를 쏙 빼준다. 평일도는 또 밭에서 살짝 뜬 그물에 놓인 다시마 위로 그물을 하나 더 친다. 다시마를 구겨지지 않고 쫙 펴지게 하는 '샌드위치 그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일도 다시마가 모두 농심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40년 동안 경매로 사들인 평일도 다시마를 경남 김해 공장으로 공수해 0.4~0.8g의 너구리용으로 재가공하는 신 사장 손을 거쳐야 한다.


매년 6월에 한창인 다시마 경매에서 신 사장은 '큰손'이다. 그는 연간 경매 물량 1,700톤(t) 중 30%를 가져간다. 농심이 해마다 구매하는 완도 다시마 400톤과 거의 일치한다.
또 신 사장은 최고 품질을 고집하는 농심의 주문을 반영해 A급 상품만 다루고 있다.
최근 신 사장이 사간 다시마는 kg당 1만5,200원으로 역대 최고가 기록을 깼다.

"농심의 꾸준한 구매로 고품질 생산 집중"



너구리 다시마 생산 삼총사인 어민 천지형(왼쪽부터)씨, 신상석 조일농산 사장, 한창영 완도금일수협 상무가 최상급 다시마를 들고 있는 모습. 완도=박경담 기자





이런 이유로 평일도 어민 사이에서 신 사장이 고른 다시마는 1등급으로 통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물질이 껴 있지 않아 깨끗하고 온통 검은 다시마다. 질이 다소 떨어져 너구리용에 못 미치는 중품 다시마는 국물용, 건강식품용으로 활용된다.

신 사장이 평일도로 향한 1984년만 해도 다시마 어가는 열 손가락 안에 꼽혔다. 하지만 현재는 전체 어가 600여 가구 중 380여 가구가 다시마를 일군다. 잘 큰 평일도 다시마에 값을 제대로 치르는 신 사장과 농심이란 안정적 공급처를 보고 어가가 몰렸다. 그는
"평일도 다시마는 색깔, 맛, 향기 등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데다 너구리용으로 자르기에 수율도 좋다"
며 "좋은 다시마를 높은 가격에 사니 생산자도 품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시마 생산 조력자인 완도금일수협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완도금일수협은 다시마 위판장 운영을 맡고 어가에 사업 자금 대출, 면세유 등을 제공한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터진 외환위기 당시 주변 수협이 모두 부도났을 때도 건실한 다시마 어가를 바탕으로 버틴 게 이 지점이다.
한 상무는 "농심의 꾸준한 다시마 구매는 완도 어민이 품질 좋은 다시마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평일도 다시마로 우린 해물 맛 국물이 일품인 너구리 매출은 1983년 150억 원, 2000년 410억 원, 2010년 940억 원, 2023년 1,200억 원을 거두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라면 중 매출액은 5~10위 안에 항상 든다. 서구권 등 일부 국가에 나가는 수출용 너구리 다시마는 해당국 식품 관련 규정 준수를 위해 갈아 수프에 섞는다. 농심 관계자는 "완도 다시마와 함께 최고 품질의 너구리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의 인생을 맛있게 하는 농심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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