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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화성시청 본관 1층, 서신면 전곡리 공장화재 추모 분향소가 준비 중이다. 박종서 기자
"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겠다’고 하더라고요. (사고) 바로 전날에 한 말이에요 "
25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 화성시청에 마련된 ‘화성 참사’ 유가족 대기실에서 나온 중국 국적 30대 남성 A씨는 흡연 구역으로 가 담배를 피우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지난 24일 경기 화성 리튬 1차전지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로 숨진 중국 국적 17명 중 1명인 B씨(48)의 사촌이다. A씨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날 친척과 함께 B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B씨는 “일이 너무 힘들다, 다음 달까지만 일하고 그만두려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다음날 출근한 B씨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담배 4개비를 연거푸 태운 A씨가 전한 B씨의 사정은 이렇다. B씨는 10여년 전 남편과 함께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중국에 있는 시어머니에게 자녀를 맡기고, 한 전자 회사에서 8년을 주·야간으로 일했다. 고된 업무 환경에 주간 일자리를 찾고자 했고,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아웃소싱 형태로 회사를 옮겼다. 주간에 검사·포장 업무를 맡게 된 B씨의 새 직장은 이번에 사고가 난 아리셀 공장이다.

25일 오후 경기 화성시청 1층에서 '서신면 전곡리 공장화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전광판에 띄워져 있다. 박종서 기자
새 직장에서 일한 지 3개월이 채 안 됐지만 B씨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가족에 토로했다. 최근 회사에서 직원 몇 명이 그만두면서 남아있는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났다고 했다. B씨는 “일을 그만두면 당분간은 쉬고 싶다”고 A씨에게 말한 다음 날 통근 버스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출근했다. 가족은 이 명단에 올라온 B씨의 이름을 보고 그가 변을 당한 것을 알게 됐다. B씨 남편은 오열했고, 자녀는 중국에서 급하게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났지만, 참사 희생자 23명 중 신원이 확인된 건 한국인 3명이다. 당국은 유족의 DNA 채취 검사 및 분석 등을 통해서 희생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확인할 계획이지만, 희생자가 외국 국적인 경우가 많은 데다가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서 신속한 신원 확인에 애를 먹고 있다.

대기실에 모인 화성 참사 유족 20여명은 모두 충혈된 눈과 굳은 표정으로 DNA 검사 결과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국적 희생자의 친척 박모(65)씨는 “가족이 온종일 굶으면서 계속 울음으로만 지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중국 국적 희생자의 유족 30대 이모씨는 “(희생자는) 가족의 외동아들이어서 아버지가 정말 많이 울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대기실 앞 복도엔 서툰 한국 말씨의 대화 소리만이 이따금 울릴 뿐 적막감이 흘렀다.

화성시청 1층엔 이번 화재 사고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합동 분향소가 차려졌다. 25일 오후 10시 30분까지 분향소엔 국화 16송이가 놓여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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