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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1개 폭발 뒤 불 급속 확산…'대규모 인명피해'도 의문


(화성=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배터리 1개가 폭발한 뒤 단 42초 만에 암흑으로 변한 공장 내부. 그리고 사망 23명, 부상 8명 등 총 31명의 인명피해 발생.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될 전망인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의 발화 원인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화성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재 합동 감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건물 2층에서, 그것도 출입구와 비상구가 있는 공간에서 20명이 넘는 많은 작업자가 대피하지 못하고 숨진 데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25일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9개 기관은 이날 화재 현장 합동 감식을 벌였다.

현장 감식은 대피 경로와 소화 시설 등을 확인하며 화재 원인 및 확산 경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작업장 내부 CCTV 등을 보면 이번 화재는 1개의 리튬 배터리 폭발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다른 배터리들이 연속해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연기와 불길이 확산했다.

합동 감식에 참여한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박사는 "배터리가 한 곳에 몰리지 않고, 곳곳에 널려 있었다"며 "최초 발화한 배터리가 수미터를 튕겨 나가 다른 배터리를 충격하고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불길이 옮겨붙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번 화재 사건 원인 규명의 핵심은 이 첫 번째 배터리가 왜 폭발했느냐이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보통 열 폭주 현상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된 배터리에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지 않도록 막는 분리막이 손상되면 화재와 폭발이 날 수 있는 것이다.



리튬은 공기 및 열과의 반응성이 높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해도 폭발과 함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서도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불이 시작됐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절연 파괴 원인에 대해서는 논단할 수 없다"면서 "베터리 셀 내부의 경년열화에 따른 절연 파괴로 인해 발생한 단락이 발화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이번 화성 공장 배터리 폭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추정이 어렵다.

현재 초기 단계인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야 폭발 및 화재 원인의 윤곽이 다소나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도 차이가 있어 당시 화재와 이번 화재를 유사 사례로 비교하며 원인을 추측하기도 쉽지 않다.

판교 데이터센터에 보관됐던 배터리는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이고, 아리셀 공장에 보관 중이던 배터리는 이차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이 낮은 일차전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해당 공장에서는 지난 22일 건물 2동 1층에서 리튬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한차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돼 이번 화재와 관련성이 있는지 주목된다.

당시 불은 작업자가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공정을 하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 한 배터리의 온도가 급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후 과열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에는 작업자가 이상 현상을 파악해 해당 배터리를 별도 공간에 비치했고,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붙지 않아 작업자들에 의해 비치된 소화기로 진화됐다.



화재 원인과 함께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에 대한 규명도 필요하다.

이번 화재에서 사망자 모두 최초 발화 지점인 공장 2층에서 발견됐다. 이 건물에는 리튬 일차전지 3만5천개가 보관돼 있었다.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은 보고서를 통해 원통형 배터리가 원인 미상으로 폭열, 폭발하면서 급격히 연소가 확대돼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층 내부에 설치된 CCTV를 보면 배터리 폭발과 함께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42초 만에 검은 연기가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입구 옆 계단을 통한 탈출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사망자 중 대다수인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물 내부 구조를 숙지하지 못해 피해가 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독가스도 인명피해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아리셀은 리튬 외에 톨루엔, 메틸에틸론, 염화싸이오닐(염화티오닐), 수산화나트륨 등의 화학물질도 취급했다.

이중 전지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염화싸이오닐이 기화한 상태에서 호흡이 이뤄지면 사람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다.

불이 난 아리셀 공장 3동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가연성 내장재가 타면서 많은 유독가스도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대형 인명피해를 낸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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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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