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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충북 음성에서 119 구급대원이 뱀에 물린 남성의 발을 확인하고 있다.

■ 산책하다가, 차에서 내리다가… 뱀 물림 속출

지난 7일 밤 8시쯤,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산업단지 주변에서 산책하던 한 남성이 갑자기 나타난 뱀에 왼쪽 엄지 발가락을 물렸습니다.

지난 10일 밤 10시 30분쯤에는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의 한 도로에서도 30대 남성이 차에서 내리다가 뱀에 물렸습니다.

모두 야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뱀이 먼저 사람을 공격했는지, 실수로 뱀을 먼저 건드렸는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뱀 물림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픽] 오은지

'뱀 출몰' 올해 119 신고 2,700여 건… 지난해 800여 명 물려

2,761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다섯 달 사이 소방청 구조정보시스템에 기록된 '뱀 포획·구조 출동' 건수입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뱀을 마주치거나 집이나 상가 건물에 뱀이 들어와 포획해달라고 119에 신고한 사례 등입니다.

6년 전인 2018년 1월~5월 사이에는 1,095건이었습니다.

해마다 늘더니 지난해 1~5월에는 2,43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뱀을 목격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뱀이 한 도로 주변의 풀숲을 지나가고 있다

"이상 고온 영향… 동면하던 뱀 빨리 깨어나"

먼저 뱀의 습성을 이해해야 하는데요.

뱀은 체온을 외부 환경의 온도에 따라 변화시키는 '변온동물'입니다.

온도가 뱀의 활동이나 생존, 번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온도가 낮으면 뱀은 활동성이 떨어져 햇볕을 쬐며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유지합니다.

반면, 온도가 높으면 뱀도 과열을 피하려고 그늘진 곳이나 시원한 장소를 찾게 됩니다.

결국, 뱀 대부분은 따뜻한 4월~6월에 활동성이 강해지고, 이 시기에 번식합니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나타난 이상 고온 현상이 뱀의 이러한 생태 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해 12월~지난 2월 사이의 겨울이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국 평균 기온은 2.4도로 평년보다 1.9도 높았습니다.

겨울철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지면서 뱀이 동면에서 더 빨리 깨고, 번식을 위한 먹이 활동도 더 빨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동시에 그만큼 뱀이 사람과 마주치는 시기도 앞당겨져, 뱀과 더 자주 맞닥뜨리게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겨울인 지난 1월 뱀 출몰 신고는 31건, 2월에는 33건이었습니다.

최근 6년간 따져봐도 올해가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해 7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모리대학교 연구팀이 ‘기온 상승과 뱀 물림 위험의 연관성’을 발표했다.

"기온 1도 상승하면, 뱀 물릴 확률 6% 증가"

기후 변화와 뱀 생태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7월,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뱀에 물릴 확률도 6%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조지아주 일대 병원 응급실 방문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에 뱀에 물려 입원한 건수가 5천 건 이상이었고, 당시 환자가 뱀에 물린 날짜의 최고 기온과 기압, 습도를 분석해서 나온 결과였다고 설명했는데요.

연구팀의 로렌스 윌슨(Lawrence Wilson) 박사는 "애틀랜타 지역의 개발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인간과 뱀의 만남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후 변화와 도심 개발이 뱀의 활동 패턴과 서식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에 따라 사람과의 접촉 빈도도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어류·양서파충류팀 전임 연구원은 "적정한 온도를 찾는 뱀은 기온이 오를수록 서늘한 아침과 저녁, 밤 시간대에 활동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철, 야간 산책을 즐길때 뱀과 더 자주 마주칠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 연구원은 "뱀이 먼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시야가 좁아지는 밤에 실수로 뱀을 건드리거나 뱀에 접근하면 물릴 수 있다"면서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지난해 7월, 충북 괴산에서 뱀에 손가락을 물린 여성이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 "물린 부위 강하게 묶으면 피부 괴사 위험"

만약 뱀에 물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독사를 조심해야하는데요.

소방청이 제시하는 응급처치 요령을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물린 장소에서 즉시 떨어져 119에 신고하고, 반지나 시계 등을 제거해야 합니다.

깨끗한 물이 있다면 물린 부위를 씻어내고, 그 부위에서 2~3cm 윗부분에 도톰하게 접은 휴지 등을 대고 붕대나 손수건 등으로 감싸야 합니다.

이때 물린 부위를 입으로 빨아내지 말아야 합니다.

또, 물린 부위가 부어오르는 과정에서 너무 강하게 묶으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피부 괴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뱀에 물리지 않으려면 풀숲에서 맨발이나 샌들 착용을 금지하고, 비 온 뒤 밤에 이동할 때에는 불빛으로 길을 비추면서 막대기로 두드리며 걸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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