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3년 5월 대구 전기차 화재 진화 현장.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해 말 전기차를 구매한 권모(36)씨는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제조공장 화재 사고 소식에 차량 매뉴얼을 다시 찾아봤다. 화재 발생 시 대처법을 찾아보니 “충분한 양의 물이나 진화에 적합한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진화가 어렵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권씨는 “배터리 화재 사고가 나면 진화가 어렵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매뉴얼도 보고 유튜브 검색도 해봤다”며 “명쾌한 대처법을 발견하지 못해서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대형 화재 사고로 리튬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불안 또한 커지고 있다. 권씨처럼 전기차 화재 대처법 등을 찾아보는 이들도 적잖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가 흔히 일어나는 사고는 아니다. 통계적으로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휘발유·경유·LPG)보다 화재에 취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25일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72건이었다. 3년 전인 2021년(24건)보다 3배 늘었지만 이는 전기차 수요 증가에 비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등록 차량 수 대비 화재사고율을 보면 0.013% 정도다. 이는 지난해 내연차 화재사고율(0.016%)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인 화재위험 기준 제정기관인 미국화재보험협회(NFPA)도 전반적으로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화재발생률만 놓고 보면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화재에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진화의 어려움’이다. 이 대목에서 전기차의 화재 위험도가 급격히 뛴다. 지난 24일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사고에서 진화에 22시간 이상인 걸린 것처럼 전기차에 불이 났을 때도 화재 진압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인력이 들어간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한 보고서를 인용한 데 따르면 전기차에 불이 났을 때 진화에 걸리는 시간은 휘발유 차량보다 8배가량 더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진압을 위해 필요한 물의 양도 내연차는 1t 정도라면 전기차는 110t이 있어야 한다. 소요 인력도 2.5배 더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제주에서는 충전 중인 전기차에 불이 나서 3시간30분 만에 진화되기도 했다.


전기차 화재 진압은 왜 어려울까. 리튬배터리의 특성으로 발생되는 열 폭주 현상이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지적된다. 리튬배터리는 화재에 노출됐을 때 내부 온도가 단기간에 빠르게 치솟아 3초 만에 800도에 이르기도 한다. 물로 쉽게 진화되지 않고 완전히 탈 때까지 진화가 안 되기도 한다.

진화가 어려운 만큼 화재 가능성을 낮추고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벨기에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주차를 금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해 소방당국은 올해 장비·기술개발(R&D) 사업에 3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현대차·기아, 한국자동차공학회 등과 함께 ‘전기차 화재대응 소방기술 공동개발 협약’을 맺기도 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1253 서울 시내버스 노조 총파업 가결…28일 돌입 예고, 시는 비상수송대책 발표 랭크뉴스 2024.03.26
41252 면허정지 보류에…노환규 "내가 그랬지, 전공의 처벌 못한다고" 랭크뉴스 2024.03.26
41251 [속보] 국민연금 “한미사이언스, 임주현·이우현 선임 찬성” 모녀 손 들었다 랭크뉴스 2024.03.26
41250 '아리랑위성 운영' 국가위성운영센터 해킹 공격 받아 랭크뉴스 2024.03.26
41249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차기 의협회장 선거서 65% 득표로 당선 랭크뉴스 2024.03.26
41248 [속보] 의사협회 신임 회장에 임현택 대한소아청년과의사회장 당선…65%% 득표 랭크뉴스 2024.03.26
41247 [속보] 의협 새 수장에 '초강성'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의정 갈등 더 꼬이나 랭크뉴스 2024.03.26
41246 ‘하루 만에···’ 김여정 “일본과 정상회담 추진 않겠다” 랭크뉴스 2024.03.26
41245 지역·필수의료 대책은 사라지고 ‘2천명 찬반’만 남았다 랭크뉴스 2024.03.26
41244 '보훈부 장관 출신' 與박민식 "홍범도 흉상 이전 반대했다" 랭크뉴스 2024.03.26
41243 송영길 아들 "아버지, 유세 한 번 하게 해달라"…눈물 호소 랭크뉴스 2024.03.26
41242 이재명 "대파 한 뿌리 875원? 약 올리냐"....尹 향해 "매만 때리는 의붓아버지" 랭크뉴스 2024.03.26
41241 밀리는 국힘 "84석 우세"…기세 오른 민주 "110곳 유력" 랭크뉴스 2024.03.26
41240 '김건희→김건희 여사' 자막 바꿨다고…野이성윤, KBS토론회 불참 랭크뉴스 2024.03.26
41239 의협 차기 회장에 임현택… "파시스트적 尹정부와 끝까지 투쟁" 랭크뉴스 2024.03.26
41238 [속보] 국민연금, 송영숙 한미 회장 측 추천 이사 선임 찬성 랭크뉴스 2024.03.26
41237 [속보] 국민연금 “한미사이언스, 임주현·이우현 선임 찬성”… 모녀 손 들었다 랭크뉴스 2024.03.26
41236 조국혁신당 "파란불꽃 펀드 200억 모아…54분만에 완판" 랭크뉴스 2024.03.26
41235 윤 대통령, 의료계 향해 ‘내년도 의료예산 논의’ 제안 랭크뉴스 2024.03.26
41234 품질까지 갖춘 中 '덤핑 폭격'…K제조업 짓밟힌다 랭크뉴스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