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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조사 각하 이어 행정소송 기각
하미학살 피해자 등 5명이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제기한 진실 규명 각하 처분 취소 소송 선고 기일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양심은 국내에만 적용되는가?’ ‘하미의 진실은 승리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장현은 기자

“저는 너무 실망했다는 말씀 밖에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희 하미마을 학살 피해자들은 한국군에 가족을 잃고 민간인 학살을 당했습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는데 어째서 이런 판결이 나는 것일까요…한국 정부에 실망할 수밖에 없고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응우예티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베트남 하미학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신청했으나 조사 단계에서 각하된 베트남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이같은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25일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7) 등 5명이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제기한 진실화해위 각하 처분 취소 소송 선고 기일을 열고 “외국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까지 (진실규명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과거사정리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원고 청구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미학살은 1968년 2월24일 베트남 꽝낭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마을에서 한국군 해병대가 135명의 주민을 총격해 살해한 사건이다. 대다수가 노인·여성·아이였으며, 사건 다음날에는 불도저에 의한 주검 훼손까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베트남 다낭시에 거주하는 응우옌티탄 등 하미학살 피해자와 유가족 등 5명은 지난 2022년 4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2005년 12월 진실화해위 출범 이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관련 진실규명 신청이 처음 접수된 것이었다.

하지만 진실화해위는 지난 2023년 5월 하미학살 사건의 조사 신청을 각하했다. 당시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기본법은 외국인을 위해서 확대돼 적용될 사안은 아니라 판단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응우예티탄 등은 “과거사법에 외국인에 대해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며 지난해 7월 진실화해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행정 소송에서의 쟁점 역시 ‘외국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이 진실규명 대상에 해당하는지’였다. 이날 오후 시민단체 회원, 취재진 등 30여명으로 꽉 들어찬 서울행정법원 비(B)204호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 신청이 과거사정리법의 목적 달성을 위해 진실 규명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취지는 분단, 한국전쟁, 독재 등의 시기를 거치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권 등이 침해된 경우 이에 대한 진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의 주장에 의할 경우 진실 규명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법 효력이 미치는 영토적·인적 한계 등에 의해 조사나 진실규명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고 외교적 갈등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면 과거사정리법을 안 거쳐도 대한민국에 권리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밝히며 청구 기각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를 대리한 변호인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선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권리 구제 방법이 있다는 법원 판단과 관련해) 전쟁 고아로 살다가 이제 노인이 된 베트남인이 대한민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는 정말 어렵다”며 “(사건 당시) 증거 인멸을 하기 위해 시체까지 다 태웠다. 증거도 인멸해놓고서 ‘가해국의 법정에 와서 소송을 제기해보라’는 법원의 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을 상대로 한 중대한 인권침해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사건을 조사하지 않기 위해서 만든 논리다. 진실화해위는 그렇게 편협된 조사 대상을 갖고 있지 않다”라며 앞서 진실 규명이 결정된 해외 입양 관련 사건이나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 등 사례를 들었다. 신청인 중 한 명인 응우옌티탄은 이날 판결 뒤 화상 연결을 통해 “진실화해위가 우리 요구를 받아 들여서 진상 규명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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