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희생자 23명 중 외국인 노동자 18명
아직 가족 생사조차 모르는 가족들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24일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을 찾은 희생자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어차피 (대한민국) 시민이 아니잖아.”


25일 오전 10시쯤 경기 화성시 화성시청에 있는 24시간 피해통합지원센터를 찾은 한 조선족 유족이 서툰 한국어로 울먹였다. 이들은 전날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었다. 그런데 숨진 가족을 만나기는커녕 어떤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는 지도 아직 정확히 모른다.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23명 중 외국인이 18명(중국 국적 17명, 라오스 국적 1명)이나 된다.
당국이
행정력을 총동원해 현장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신원 식별조차 쉽지 않다. 가족이 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데다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화재 현장과 장례식장, 시청을 오가며 암담한 마음으로 숨진 가족을 찾아 헤매고 있다.

훼손 심각, 대조할 DNA 확보도 난항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수습된 22명의 시신은 화성 장례식장 5곳에 분산돼 안치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까지 빈소는 한 곳도 열리지 않았다. 빈소를 차리려면 신원 확인부터 해야 하는데 첫 단계부터 막힌 것이다. 장례식장 일정표에도 '6번' '11번' '16번' '21번' 등 발견 순서에 따른 번호가 이름 대신 붙어있을 뿐이었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부검을 거치고 어느 정도 신원 특정부터 돼야 한다. 유족 접촉, 빈소 마련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날 밤 찾은 장례식장 5곳에서도 시청, 근로복지공단 직원만 텅 빈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는 점도 신원 확인 작업을 지연시킨다. 시신 4구가 안치된 다른 장례식장 직원은 "
외국인 시신은 대조할 유전자(DNA)를 찾는 것부터가 어려울 것
"이라고 봤다. 사망자 가족이 한국과 본국 중 어디에 있는 지도 명확하지 않아서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외국인 등록번호가 확인된 소수 희생자 중 가족들이 국내에 체류 중인 경우 순차적으로 연락을 취하려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유족들이 한국에 머물고 있어도 큰 차이는 없다. 전날 문을 연 화성시청 24시간 통합지원센터에는 이날 오전까지 "가족을 찾아달라"며 찾아온 외국인들이 줄을 섰지만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신원 확인이 지연되는 이유를 설명 드리고 격한 감정이 누그러지도록 돕는 중"이라며 "그간 만난 외국인 유족들 연락처를 일단 확보해두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무력감에 잠긴 외국인 유족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난 다음 날인 25일 피해통합지원센터로 향하는 안내 푯말이 화성시청에 마련되어 있다. 김태연 기자


이들의 마음고생은 이뿐이 아니다. 가족의 생사조차 아직 모르는 유족들도 있다. 출근 후 연락이 끊긴 20대 딸을 찾아 경기 시흥에서 화재 현장까지 달려온 중국인 채모(79)씨는
"딸의 차를 공장 근처에서 발견했다. 사망한 것 같다
"며 "
아무도 도와주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해주지도 않아 직접 찾았다
"
고 가슴을 쳤다. 이어 "시신을 찾으려면 가족의 DNA가 필요할 텐데 장례식장 5곳을 다 돌아보며 DNA를 제공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호소했다. 전날 사고 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유족도 "아이가 일하는 공장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뉴스로 알았다"며 "일터에선 연락 한 통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아리셀 직원들은 유일하게 신원이 확인된 한국인 유족을 만나러 왔으나, 함께 안치된 다른 4명의 외국인 여성들에 대해선 별 다른 질문이나 조치도 없었다고 장례식장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115 과거 '급발진 주장' 택시운전자 블랙박스 공개…"가속페달만 밟아" 랭크뉴스 2024.07.05
39114 시청역 역주행 사고 차량 보험이력 보니…지난 6년간 6번 사고 랭크뉴스 2024.07.05
39113 "이 언덕을 어떻게 매일 걸어 오르라고"‥서울시, 상명대 앞 버스노선 조정 추진 랭크뉴스 2024.07.05
39112 키어 스타머 英 총리 공식 취임… 14년 만에 정권 교체 성공한 노동당 랭크뉴스 2024.07.05
39111 ‘수사 외압 시발점’ 168초 통화와 ‘김건희 로비’ 의혹의 재구성 [논썰] 랭크뉴스 2024.07.05
39110 ‘여사 문자 무시’ 논란…돌발 변수에 당권 경쟁 ‘후끈’ 랭크뉴스 2024.07.05
39109 “서른살에 어떤 직업을?” 여학생의 ‘기대’가 처음으로 남학생을 앞질렀다 랭크뉴스 2024.07.05
39108 박정훈 대령 “이첩 보류는 윤 대통령 지시 받들기 위한 것”···군 “사실 아냐” 랭크뉴스 2024.07.05
39107 시청역 참사, 부부싸움 때문?…경찰 "CCTV엔 다툼 모습 없다" 랭크뉴스 2024.07.05
39106 "내가 그 사람이에요" 기말고사 중 사라진 고교생, 찾아온 곳 랭크뉴스 2024.07.05
39105 시청역 역주행 사고 車, 6년 동안 6번 사고 랭크뉴스 2024.07.05
39104 ‘채상병 사건’ 수사심의위 “6명 혐의 인정”…임성근은 빠졌다 랭크뉴스 2024.07.05
39103 與 당권주자들 이구동성 "공정 경선" 서약...현실은 '난타전과 줄 세우기' 랭크뉴스 2024.07.05
39102 중국, 공시 위반 벌금·형량 상향 조정…최대 19억원·징역 10년 랭크뉴스 2024.07.05
39101 "10분간 핫도그 58개 삼켰다"…美 먹기 대회서 '새 챔피언' 탄생 랭크뉴스 2024.07.05
39100 울산 아파트 화단서 5천만원 돈다발 경비원이 발견 랭크뉴스 2024.07.05
39099 미국 실업률 4.1%, 예상보다 높아... 9월 금리 인하 기대감 랭크뉴스 2024.07.05
39098 손웅정은 넘어진 아이 발로 차고…"꼴값 떨지 마" "미친놈같이" 폭언 난무 '충격' 랭크뉴스 2024.07.05
39097 검사 탄핵 공방 가열…“피해자 행세” vs “국회서 인민재판” 랭크뉴스 2024.07.05
39096 "위헌에 위헌을 더했다" 강력 반발‥'더 세진 특검법' 대응? 랭크뉴스 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