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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리튬전지, 도입 때부터 '폭발 가능성' 제기돼…실제 폭발 사건도 수십건
화성 화재 원인, '적절한 보관' 여부가 중대 관건
리튬, 별도 보관하고 '물·녹슨 철'과 접촉 피해야


화성 일차전지 제조 공장서 치솟는 연기와 불길
(화성=연합뉴스)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4.6.24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에서 난 화재는 일단 리튬전지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은 비교적 안전한 화학물질로 여겨지지만, 리튬전지는 폭발 사고나 화재가 심심치 않게 반복되고 있다. 리튬전지 제조와 보관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업체가 제조하던 군용 리튬전지는 폭발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상태여서 적절한 조처가 있었는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는 '군 납품용 리튬전지'를 보관하던 곳이었다. 물과 녹슨 철을 피해야 하는 등 보관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가 이번 화재 원인 규명의 중대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튬전지 공장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화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2024.6.25 [공동취재] [email protected]


화재 발생 장소에 '군 납품 전지' 보관…군에서 폭발사고 자주 발생해
25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군 납품용 일차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장소다.

국방기술품질원 자료를 보면 군용 일차전지는 1990년대 신형 FM 무전기를 도입하면서 개발됐다.

당초 군이 채택할 때부터 폭발(파열) 위험성을 인지했으나, 에너지밀도가 높고 저장기간이 길며 사용할 수 있는 온도 범위가 넓어 폭발 위험성은 추후 기술 개발로 해결하기로 하고 도입됐다.

실제로 군에서는 리튬 일차전지 폭발 사고가 상당히 자주 발생했다.

올해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에 발표된 논문(개인 휴대용 군용 전원 발전 방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까지 10년간 육군에서만 95건의 전지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의 투자보고서와 한국IR협의회 기술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7년 9월 방위사업청에 75억900만원 규모 리튬 일차전지 공급사업을 수주해 2018년 11월 납품을 완료했다.

에스코넥은 투자보고서에서 2017년 계약한 배터리가 '9BA-6853AK'라고 밝혔다. BA-6853AK는 근거리 FM 무전기인 PRC-999K에 사용되는 배터리이다.

그런데 지난해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육·해·공군과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으로부터 확보한 '최근 3년(2021년 1월∼2023년 9월)간 국군 리튬배터리 폭발·화재 사고 및 대책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군에서 3년간 31건의 리튬배터리 폭발 사고가 있었다.

근거리 FM 무전기인 PRC-999K, 장거리 AM무전기인 PRC-950K에 결합해 사용하는 리튬배터리에서 각각 19건과 6건의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다만 근거리 FM 무전기에 사용되는 BA-6853AK는 에스코넥 경쟁사인 비츠로셀에서도 납품하고 있어 폭발 사고가 에스코넥이 납품한 전지에서 발생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합동 감식
(화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4.6.25 [공동취재] [email protected]


리튬, '물·녹슨 철' 피해 보관해야…보관수칙 안 지키면 '폭발' 가능성
산업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정보를 보면 리튬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화학물질관리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제3류 자연발화성물질 및 금수성물질'로서 관리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고인화성 물질, 물에 격렬히 반응해 가연성 기체를 방출하는 물질, 부식성 물질' 등에 해당한다고 분류하고 위험·안전 문구를 달도록 해 한국과 비슷하게 취급한다. 미국은 리튬 자체에 대해선 별다른 규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가 약한 이유는 리튬이 대체로 안전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리튬은 고체 괴(塊·덩어리)인 경우 순 산소와 접촉해도 상온에서 자연발화하지 않는다. 또 물과 반응해 수소를 발생시키지만, 다른 알칼리 금속과 비교하면 반응속도가 아주 느리다.

하지만 화학물질인 만큼 위험성이 없지 않아 취급 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리튬전지로 제조, 보관하는 과정에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번 화재 원인과 관련해서도 '보관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을 비롯한 '물 반응성 물질'에 대해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물 반응성 물질의 취급·저장에 관한 기술지침'이 존재한다.

다만 이 기술지침은 안전을 위해 법에 규정된 수준 이상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물 반응성 물질 취급·저장 기술지침은 리튬금속을 '분리된 방이나 건물'에 저장하도록 규정한다.

저장할 때는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저장실에 '화염을 사용하지 않고 충분한 열을 공급'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충분한 열을 공급해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지침은 리튬이 '녹슨 철제금속'과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튬과 철의 녹슨 부분이 마찰하면 불꽃이 발생하는데, 이때 공기 중에 가연성 기체가 있으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리튬이 물에 닿지 않게 건조한 공간에서 보관됐는지, 녹슨 철제금속과 접촉하지 않았는지' 등이 인재(人災) 여부를 가르는 중요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난 업체에서 전지 전해액으로 사용한 염화싸이오닐의 경우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고 이때 유독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하성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은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수 있고, 물과 반응해 수소와 같은 가연성 가스를 만들 수 있다"면서 "가연성 가스가 만들어지면 작은 마찰에도 폭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화재 가능성에 관심도 많고 보호장치도 많이 적용되지만, 일차전지는 그간 화재가 자주 발생하지 않아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이 없다"면서 "관련 안전수칙과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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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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