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생존자 6명 인터뷰
“쉬는 시간 10분, 눈빛으로 서로 응원했는데…”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화재로 22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제조공장 근로자 대다수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가족들을 중국에 두고 건너온 중국 동포들이었다. 24일 화재 당시 아리셀 공장 3동 1층에서 근무하다 탈출한 백모(41)씨는 “(작업 현장에는) 옌볜에서 온 사람이 많다. 대부분은 가난해서 자식 떼어놓고 돈 벌겠다고 온 엄마들”이라며 “맨날 모여서 고향 얘기했던 사람들이 지금 저렇게 됐다니까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25일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에서 살아남은 작업자 중 6명을 인터뷰했다. 생존자들은 여전히 동료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아리셀 공장에서 4개월간 일했다는 백씨는 “(화재 피해를 본) 근로자 거의 다 외국인이고 외로운 사람들”이라며 “나도 중학교 2학년 아들을 혼자 중국에 두고 남편하고 넘어와 돈을 번 지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25일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백씨는 “근로자 안전수칙은 공장 벽에 잘 붙어 있었다. 선배들이 후배들도 잘 가르쳤다”며 “직원들은 대부분은 가까워서 모여서 떠들고 서로 언니 동생 하는 사이였다”며 “같은 동포들끼리 돈 벌자고 왔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청업체 직원으로 3개월째 근무한 40대 중국 동포 홍모씨도 화재 당시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홍씨 역시 중국에 대학생 아들을 남겨두고 남편과 같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되짚으면서 “우리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하니까 뻥뻥 터지는 소리는 못 들었다”며 “대신 사이렌 울려서 무슨 일인지 나와서 보니까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망자에 대해선 “평소 작업 도중 쉬는 시간이 10분밖에 없어 화장실 갔다 오기도 바빠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며 “같이 옌볜에서 온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눈빛으로 늘 서로를 응원했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은 화재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조차 어려워 했다. 당시 불이 났던 3동 바로 옆 공장에서 일했던 안모(48)씨는 “아직도 머리가 아파서 계속 누워있는 상황이다. 아무도 안내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오후에 혼자 병원에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5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유가족들이 도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40대 중국 동포 김모씨는 “아직 정신이 안 돌아왔다”며 “정신없이 대피해서 집에 왔다. 병원에 가라는 안내는 따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한 중국 동포 허모(25)씨도 직원들 사망 소식에 대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너무 충격을 받아 말을 하기 어렵다”면서 눈물을 삼켰다.

외국인 노동자가 주를 이뤘던 3동 공장에는 일용직 노동자와 하청업체 직원 등이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중국 동포 A씨는 “중국인 직원 중에서도 회사와 직접 계약한 직원과 용역이 있었다”며 “다 같이 살아 나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원통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089 [속보]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단체전 준결승 진출 랭크뉴스 2024.07.31
37088 이란 심장부서 하마스 일인자 피살…5차 중동전쟁 확전 기폭제 되나 랭크뉴스 2024.07.31
37087 [올림픽] '3연패 도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첫판 캐나다 완파(종합) 랭크뉴스 2024.07.31
37086 왕추친의 개인전 32강 탈락은 예고된 참사? 사진 기자의 실수로 라켓이 부러져[파리는 지금] 랭크뉴스 2024.07.31
37085 [단독] 박정훈 해임 문건…‘장관’에 3줄 찍찍 긋고 ‘사령관’ 써넣어 랭크뉴스 2024.07.31
37084 ‘50억 클럽’ ‘재판거래’ 의혹 권순일 전 대법관 소환 랭크뉴스 2024.07.31
37083 ‘탁구채 파손’ 세계 1위 왕추친 32강 탈락…“내 능력 부족 탓” 랭크뉴스 2024.07.31
37082 방통위, 이진숙 취임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 의결 완료(종합) 랭크뉴스 2024.07.31
37081 분노 유발자 IOC, 이젠 태권도를 ‘유도’로 표기…“벌써 이게 몇번째?” 랭크뉴스 2024.07.31
37080 이진숙 취임 첫날 방통위,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 임명 랭크뉴스 2024.07.31
37079 [단독] 운전면허만으로 허가…‘무서운 도검’ 관리는 허술 랭크뉴스 2024.07.31
37078 김우진 앞에서 1점 쏘고도 '깜짝 스타' 된 '이 선수' 한국인들 응원 나섰다는데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7.31
37077 [속보]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 진출 랭크뉴스 2024.07.31
37076 방통위, 공영방송 여권 추천 이사 13명 선임안 의결 랭크뉴스 2024.07.31
37075 위법 논란 '2인 체제'서 또 의결 강행‥이진숙 '법카' 고발도 잇따라 랭크뉴스 2024.07.31
37074 파업 위로비로 200만원 달라는 삼성전자 노조… 이재용 자택 앞서 실력 행사 예고 랭크뉴스 2024.07.31
37073 계속된 무더위에 중대본 1단계 가동…폭염 위기경보 ‘심각’ 상향 랭크뉴스 2024.07.31
37072 양궁 1점 쐈는데 응원 쏟아졌다…김우진과 붙은 이 선수 누구길래 랭크뉴스 2024.07.31
37071 정몽규 "난 10점 만점에 8점... 축구협회장은 '국민욕받이'"... 자서전 출간 랭크뉴스 2024.07.31
37070 임영웅·뉴진스의 힘?…대중음악, 티켓 판매액서 뮤지컬 제쳐 랭크뉴스 202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