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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상급부대 장교야" 한 마디에… 최전방 민통선 검문소 뚫려

지난해 2월, 최전방 지역인 강원도의 한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검문소에 승용차가 멈춰 섰습니다.

승용차에 탄 남성은 검문소 근무병들에게 "상급부대 장교"라고 본인을 소개했고, 출입문을 열 것을 요구했습니다.

엄격한 출입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민통선 안으로 진입한 이 남성은 26분가량 군사 시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20장 넘게 촬영했습니다.

이 남성의 정체는 당시 27살이던 최 모 씨.

최 씨는 상급부대 장교는커녕, 현역 군인도 아닌 '민간인' 신분이었습니다.

"상급부대 장교"라는 한 마디에, 민간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최전방 지역의 보안이 뚫린 겁니다.

검문소 근무병들은 상급부대에 같은 이름의 장교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수색에 나서 최 씨를 붙잡았습니다.

KBS 자료화면(기사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좋은 추억으로 인생의 전환점 삼으려고"… 황당한 범행 사유

최 씨는 결국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최 씨는 과거 해당 군 부대에서 복무했던 '예비역'이었습니다. 군 부대 내부 시스템과 지리를 잘 알았던 탓에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법정에 선 최 씨가 밝힌 범행 동기는 다름 아닌 '추억'이었습니다.

최 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군 부대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었고, 결혼 전에 이곳을 방문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우발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원래 가려고 했던 통일전망대가 단축 운영을 하는 바람에 방문을 못 하게 되자, 이왕 그곳까지 간 김에 (민통선 내부) 구경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국가 안보를 해할 목적으로 통제구역에 침입한 것이 아니고, 사진도 추억을 간직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다른 사람에게 부탁받거나 공유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변호했습니다.

최 씨 본인도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 "옛날 추억을 상기하고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으려고 했는데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현직 장교를 사칭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만 행위를 해 최전방 군사기지에 침입했다"면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 법원 "이적 행위 정황은 없어"…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청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권노을 판사는 오늘(25일) 최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권 판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은 의도적으로 경계 근무 중인 군인들을 속이고 군사시설에 침입했고, 다수의 사진을 촬영했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이적(利敵) 행위를 하려고 출입했거나, (그런 목적으로)사진을 촬영했다는 정황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최 씨는 이번 재판에 앞서 군형법에 따른 초소침범죄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최 씨는 기자에게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습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최 씨의 범행과 관련해 "당시 검문소에 근무하는 초병의 통제가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해당 검문소와 그 부대는 출입 통제에 대한 절차를 준수할 것을 강조하고 교육해서, 그러한 절차대로 이뤄지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보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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