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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제지공장서 설비 점검하던 19세 노동자 숨져
민주노총, 분향소 설치하고 진상규명 촉구


메모 읽는 A씨의 어머니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지난 16일 전북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일하던 A(19)씨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25일 오전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A씨의 유족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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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한 번도 엄마 걱정을 시키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제 할 일을 했던 아들이었습니다."

25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의 전주페이퍼 공장 앞에서 이곳에서 일을 하다가 숨진 A(19)씨의 어머니가 아들을 떠올리며 흐느꼈다.

A씨 어머니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이날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아들이 남긴 메모장에는 하고 싶은 계획들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렇게 일찍 가려고 엄마에게 그렇게 많은 사랑을 줬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A씨 어머니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11월 이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고, 성실한 품성 덕분인지 한 달 뒤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이후 수습 기간을 거쳐 사내 교육을 받은 뒤 지난달 26일부터 설비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혼자 설비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기계실로 갔다가 쓰러졌고, 끝내 숨졌다.

이후 유족들은 A씨가 지냈던 회사 기숙사에서 유품을 정리하다가 그가 남긴 수첩을 발견했다. 수첩에는 자기 계발 계획과 공부 흔적 등이 적혀있었다.

유족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은 통상 2인 1조로 근무해야 할 현장에 A씨가 혼자 근무하고 있었던 점, 점검하던 설비에서 유해가스가 나올 수 있는 점 등을 미뤄 안전 매뉴얼이 정확히 지켜졌는지 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공장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A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같은 자식이 저 공장 안에 많다"며 "순간순간 너무 많이 보고 싶다.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돼 너를 편히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이날 전주페이퍼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단체는 "지난 주말 고용노동부가 사고 발생 현장 작업 환경을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회사는 이에 앞서 점검 하루 전 탱크와 배관 현장을 깨끗이 청소했다"며 "회사가 사망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무언가 숨기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과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A씨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주페이퍼 측은 "A씨는 가동 전 설비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순찰 중이었고, 이 업무는 2인 1조가 필수는 아니다"라면서 "사고 다음 날 고용노동부 등이 합동 조사를 했는데 사고 지점의 유해가스의 농도는 0%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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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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