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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24일) 새로운 비상임위원을 임명했습니다.

비상임위원은 사건을 심판하는 각종 회의에 심판관 격으로 들어갑니다. 특히 위원 9명이 모두 참석해 주요 사건을 심의하는 '전원회의'에 들어가기 때문에 위상이 남다릅니다.

새로운 비상임위원으로 위촉된 건 오규성 변호사.

17년 동안 판사로 일했고, 퇴직한 뒤엔 2020년부터 2년 동안 공정위에서 '심판관리관'으로 전원회의 운영 총괄을 도맡기도 했습니다.

법적 전문성에 공정위 업무 이해도까지 갖춘 인사라는 평이 많습니다. 그런데 환영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 '김앤장 변호사'에 질의할 '김앤장 출신 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우려를 사는 대목 중 하나는 오규성 신임 비상임위원의 '전전전 직장', 김앤장 법률사무소입니다.
오 위원은 2022년 공정위에서 심판관리관 임기를 마친 뒤 김앤장으로 직행했습니다.

당시 공정위 사건과 관련한 업무를 맡지 않아 이해충돌 소지는 없었다고 합니다. 재직 기간은 1년 남짓입니다.

문제는 공정위 주요 사건의 상당수를 김앤장이 대리한다는 점입니다. 올 상반기 공정위가 처리한 가장 큰 사건인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자사 상품 우대 사건도 김앤장이 대리했습니다.

일반 법정으로 치면, 판사가 한솥밥 먹던 변호사의 말을 판단하고 검증하는 상황이 공정위에서 꽤 자주 펼쳐질 거란 얘깁니다.

물론 오 위원이 김앤장에 몸담은 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또 근무 연이 있는 변호사가 피심인(심의 대상자)을 대리하게 되면, 오 위원이 회피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앤장은 오 위원에 한때 고액 연봉을 준 회사이자, 3년 임기를 마치고 난 뒤에도 여전히 문이 열려있을 회사입니다. 이곳 변호사의 주장을 다른 로펌 변호사에 하듯이 날카롭게 검증할 수 있겠냐는 의문은 남습니다.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을 막기 위해, 공정위는 그간 대형 로펌 출신들을 비상임위원에 임명하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실제로 이전까지 김앤장 근무 이력이 있는 이를 비상임위원에 위촉한 전례는 없 습니다.

■ 2:2 균형 깨진 비상임위원 구성

공정위 비상임위원이 되려면 법률가나 기업가, 또는 관련 분야 학자로서의 경력이 15년 이상 있어야 합니다.

이 외에 비상임위원의 구성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지만, 관례는 있습니다.

공정위는 그간 비상임위원 4명 중 2명은 법률 전문가로, 2명은 경제 전문가로 꾸려왔습니다. 법률과 경제의 비중을 2:2로 두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던 겁니다.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불공정한 행태를 시정하는 '경제기관'이자, 각종 사건을 심판하고 처리하는 '준사법기관'이기도 한 공정위의 성격을 반영한 관례입니다.

오 위원은 판사 경력 17년의, 자타공인 법률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오 위원의 전임자는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로, 경제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습니다.

경제 전문가 쿼터에 법률 전문가가 임명되면서, 2:2 균형이 깨진 셈입니다. 이 3:1의 구성은 다음 비상임위원 인사까지 최소 1년 8개월까지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여러 모로 의문이 남는 인사.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오 위원의 이력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오 위원의 '전전 직장'을 말하는 건데, 오 위원은 지난해 약 반 년 동안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실에서 선임행정관을 지낸 이력이 있습니다.

■ '전문성'이 우려 불식시킬까

오 위원의 전문성과 능력엔 이견이 없습니다. 소통과 업무 능력은 검증된 인사란 평이 많습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미국 UCLA 로스쿨에서도 법학 석사를 취득했고, 판사 경력도 17년입니다.

공정위에서 심판관리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소통을 잘하는 국장으로 명망이 높았다고 합니다.

심판관리관으로 오던 2020년 당시에도 연거푸 판사 출신 인물을 임명하는 데 우려가 컸지만, 막상 임기를 마칠 땐 '더 있어 달라'는 부탁이 들어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오 위원이 '공정위 2회차', 비상임위원 임기를 마칠 때도 평이 비슷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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