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인재 대탈출 코리아 엑소더스가 온다]
1부. 늙어가는 기업 - <상> 해외로 짐싸는 슈퍼인재
높은 노동강도에도 처우는 인색
연구인력 10년새 1000명 급감
두뇌공백에 경쟁력 약화 불가피
수출 잭팟 방산도 해외 인력유출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울산)=김경택 기자


[서울경제]

“조선업의 두뇌가 야드를 떠나고 있습니다. 한번 떠난 인력은 돌아오지 않고 신규 지원자를 찾기는 더 어렵습니다.”

이달 초 방문한 국내의 한 조선소에서는 10여 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의 열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오히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라면 미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기자와 만난 한 조선소의 인사 담당자 A 씨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와 하드웨어 인력난의 급한 불을 껐지만 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는 연구·설계 인력들은 사실상 충원이 막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청년 두뇌들의 해외 이탈 현상이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의대→해외 빅테크→국내 첨단 대기업’ 순으로 인력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통 제조업에서 인력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산업이 철강·조선·화학 등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이다.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심하고 연봉과 처우가 박하다 보니 두뇌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2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조선업 ‘에이스’들의 산실로 통했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지난해 학부생 졸업생 중 조선소에 취업한 사람은 고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두뇌 대부분이 다른 업종으로 노선을 변경한 셈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복수전공·부전공 제도를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컴퓨터·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분야로 취업을 하고 있다”며 “특히 조선 3사의 경우 연구 인력의 80% 가까이가 석박사로 구성됐는데 조선해양공학과 학부생조차 대학원 진학 시 같은 분야로 가는 비율이 30%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두뇌 공백은 조선업의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 현재 국내 조선 업계는 호황기를 맞아 3년 치가 쌓여 있는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1만 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어느 정도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고부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선박의 구조와 설계, 신기술 개발 등은 사정이 다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 2200명이 넘던 조선소 연구 인력(조선 3사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은 올해 2월 기준 약 1300명으로 1000명 가까이 줄었다.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면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선박 위주로 수주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런 현상은 장기적인 경쟁력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대체한 생산 현장조차도 이들이 단기 근무 뒤 본국으로 돌아가고 고참급 국내 근로자들이 은퇴하면 생산 노하우까지 끊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인력 공백을 해소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당장 대졸 초임 기준 조선 3사의 평균 연봉은 4800만~5400만 원 수준으로 7000만 원이 넘는 반도체 기업 등과 2000만 원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조선업뿐만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조선업은 물론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지방에 위치한 철강·기계 등 중공업 현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할 후방 산업은 이미 뿌리에서부터 고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105만 7000명으로 2014년(124만 7000명) 대비 19만 명이 급감했다. 20대 이하는 2014년 62만 5000명에서 지난해 55만 5000명으로 7만 명 감소했다. 지난해 제조업에서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20대를 뛰어넘은 건 2014년 산업 분류 개편 이후 처음이다.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방산 업종에서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유럽·중동 등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방산 기업들이 잇달아 수출 잭팟을 터트리자 개발 인력부터 생산직에 이르기까지 해외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방산 기업들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인력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방산 경쟁력이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 등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8396 ‘팰리세이드 하이리무진’ 나온다…고급화 트렌드 잡는 현대차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4.07.16
8395 100㎜ 물폭탄에 시장 침수, 119출동 97건…전남 서남부 피해 속출 랭크뉴스 2024.07.16
8394 [인터뷰]'트럼프 2기' 내각 후보 "中견제할수록 韓과의 경제관계 중요해져" 랭크뉴스 2024.07.16
8393 AI 때문에 국회의원이 사라진다고?...‘충격’ 보고서 공개 랭크뉴스 2024.07.16
8392 ‘축구장 2배’ 쿠팡 물류센터 20대 과로사에…“골프 쳐도 그 정도 걸어” 랭크뉴스 2024.07.16
8391 행정관이 '깜빡'해 못 돌려줬다?‥검찰 "실물 보자" 랭크뉴스 2024.07.16
8390 [단독] 검찰, ‘허위 공시로 주가 조작 혐의’ 코스닥 상장사 실소유주 구속기소…위증교사 정황도 랭크뉴스 2024.07.16
8389 [속보] 서울 봉천터널 내 화재 수습…“부분 통행 재개” 랭크뉴스 2024.07.16
8388 서울 봉천터널 달리던 트럭서 화재…“부분 통행 재개” 랭크뉴스 2024.07.16
8387 “거버넌스 나쁜 회사, 목표 주가 설정에 패널티 과감히 부과해야” [2024 베스트 애널리스트] 랭크뉴스 2024.07.16
8386 올림픽 앞둔 파리서 순찰하던 군인 흉기에 찔려… "테러 관련성 미확인" 랭크뉴스 2024.07.16
8385 "이러다 화곡동 이사 안갈라", 전세보증 사고 대부분 '근생빌라' 랭크뉴스 2024.07.16
8384 ‘봉선화 연정’ 부른 가수 현철 별세… 향년 82세 랭크뉴스 2024.07.16
8383 이스라엘, 전투에서 승리해도 전쟁에선 지고 있다 랭크뉴스 2024.07.16
8382 “부부싸움 하다 홧김에”…아파트에 불 지른 50대 체포 랭크뉴스 2024.07.16
8381 달려온 견인차에 깔려 숨져… 고속도로 사망 사고 진실 랭크뉴스 2024.07.16
8380 文정부 마지막 총장 김오수... 그가 민주당 검사탄핵을 반대하는 이유 [인터뷰] 랭크뉴스 2024.07.16
8379 해운대 주점서 조폭 추정 20여명 흉기난투극…4명 부상 랭크뉴스 2024.07.16
8378 바이든 “트럼프보다 겨우 3살 많다···정신력 좋아” 랭크뉴스 2024.07.16
8377 공개 사과한 밀양 가해자…댓글 1,800개 보니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