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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혼란 “지금까지 기조와 안 맞아”
“집 사는 사람 대출 도와주겠단 취지” 지적
지난달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세로 돌아선 가운데 정부가 스트레스 디에스알(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시행을 돌연 두 달 연기하기로 했다. 연기 결정을 언론 브리핑 직전에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진 금융권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해 들어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예의주시했던 기조와는 대치되는 결정이어서다.

25일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디에스알 2단계 시행일을 7월1일에서 9월1일로 두 달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디에스알은 연 소득 대비 전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뜻한다. 갚을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돈을 빌리라는 취지로, 현재 은행권 대출에는 40%, 비은행권 대출에는 50%의 디에스알 규제가 적용된다. 1년에 번 돈의 최대 50%까지만 원리금 상환에 투입할 수 있도록 대출한도를 규제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디에스알은 미래의 금리 변동에 따라 원리금 상환 비율이 40~50% 상한을 넘어설 위험을 미리 평가하는 제도다. 과거 5년 중 가계대출 금리의 변동 추이를 살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출한도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기본 스트레스 금리는 1.5%인데, 금융당국은 지난 2월 1단계 스트레스 디에스알을 시행해 스트레스 금리의 25%(0.38%)를 가산해 왔다. 당초 예정으론 7월부터 2단계를 적용해 50%를 가산(0.75%)하고, 내년부터 3단계로 100% 가산키로 했는데, 시행 시기를 갑자기 뒤로 미룬 것이다.

금융위는 시행 연기를 발표하며 서민 차주의 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정책 방향이 모호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면서 은행권을 압박해 왔는데, 이번 연기 결정은 그간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이 서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번 결정이 증가세를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늘어나는 걸 계속 걱정하는 모양새였고 그걸 줄이려고 (스트레스 디에스알을) 시행하는 것인데 연기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기조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일부 차주의 숨통이 트이는 효과는 있겠으나, 결국 집 사고 싶은 사람 대출 일으키는 것을 몇 달간 더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당국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스트레스 디에스알 시행 연기 배경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피에프) 연착륙’도 언급했지만, 정책 효과의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1단계 스트레스 디에스알이 시행 중이었던 데다가 두 달 동안의 한시적인 연기가 피에프 연착륙에 큰 도움이 되기도 어렵다는 시각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다. 부동산 시장 자체를 살리려는 생각으로 보이는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기 결정은 은행들이 이미 2단계 시행 준비를 마친 가운데 갑작스럽게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 2단계가 시행될 경우 차주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일부 문제 제기가 언론 등을 통해 나왔으나 업계에서 연기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도 아니고 발표 직전까지는 특별히 공유된 바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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