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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속 강남’ 반포 엄마들의 투자노트 강남이라고 다 같은 강남이 아니다. 집값과 소득·자산 수준은 물론 투자 트렌드까지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그 정점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이 있다. 반포는 ‘강남 속 강남’으로 불리며 같은 한강변인 강남구 압구정동과 함께 국내 최고 부촌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34평) 아파트값이 40억원을 넘나들 정도다.

아파트 상가에 빼곡히 들어찬 금융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만 봐도 이곳이 부자 동네임을 가늠케 한다. PB센터는 철저하게 돈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입주가 시작된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엔 증권사 PB센터만 6곳이 둥지를 틀었다. 원베일리를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2번 출구를 나오자 2010년대 반포의 집값 상승을 이끈 래미안 퍼스티지가 눈에 들어왔다. 병풍처럼 펼쳐진 아파트를 보며 50m쯤 걸었을까. 계성초등학교를 끼고 돌자 아파트 2개 단지가 길 하나를 두고 위용을 뽐낸다. 외벽에는 각각 ‘ACRO’ ‘RAEMIAN’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두 단지는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 원베일리다. 반포 ‘대장주’ 자리를 두고 지난 10년 사이 세대교체가 이뤄진 아파트 3개 단지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셈이다.

뭔가 낯설게 느껴지는 건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 외벽에 붙은 간판들이다. 1층에는 미래에셋증권, 2층엔 삼성증권, 3층엔 KB국민은행·KB증권(복합점포)과 NH투자증권, 5층에는 유안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들어서 있었다. 6곳 모두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PB센터다. PB센터는 부자 고객이 많은 지역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차준홍 기자
실제 이 상가를 둘러싸고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와 아크로리버파크(1612가구), 래미안 퍼스티지(2444가구), 반포센트럴자이(757가구) 같은 아파트는 집값이 3.3㎡(1평)당 1억원대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의 경우 최근 42억5000만원에 팔렸고, 전셋값만 2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와 반포주공1단지를 헐고 짓는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5002가구), 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까지 ‘잠재 고객’도 1만 가구에 가깝다.

1. 아파트 상가 PB센터 6곳, “영리치들 5억~30억 맡겨” 상가 2층 삼성증권 PB센터로 들어가 봤다. 점심시간이 막 지났는데도 고객 2팀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다른 PB센터도 비슷했다. 눈에 띄는 건 70~80대는 물론 30~40대 고객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젊은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PB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각 증권사 PB가 고객으로 마주한 ‘반포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김경진 기자
금융자산은 적게는 5억원, 많게는 30억원 이상 PB에 맡기고, 젊은 층이 비교적 많은 만큼 투자처도 다양하다. 압구정동과 비교하면 투자 성향이 적극적인 셈이다. 투자 지식도 해박하다. 익명을 원한 한 PB는 “젊은 엄마들은 웬만한 투자 동향을 꿰고 있다”며 “어지간한 PB를 뛰어넘는 전문성을 갖고 있어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반포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는 뭘까. 반포 PB센터장들은 “절세”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어디에 투자할까’보다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투자처는 뭘까’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주식·채권·펀드를 비롯한 금융 투자로 연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낼 경우 초과분에 대해 20~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2. “자녀세대 반포 살길 원해” 대물림+절세 최대 관심사 채권에 대한 관심이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포 엄마들이 요즘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 3가지를 꼽아 달라’고 하자 PB센터장 6명 가운데 4명이 채권이라고 답했다. 조완제 삼성증권 반포WM지점장은 “저(低)쿠폰 채권을 활용한 한국 장기채에 관심이 많다”며 “싸게 사는 만큼 수익이 커지고 매매차익은 비과세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래미안 원베일리에 사는 주부 이모(46)씨도 그중 하나다. 이씨는 “나중에 자녀 결혼자금으로 쓰려고 저쿠폰 장기채에 3억원을 투자했다”며 “예금보다 수익이 높고 절세 효과까지 있어 적절한 투자처라고 봤다”고 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만기 5년 안팎인 중기채로 방망이를 짧게 쥐려는 엄마들도 있다.

김경진 기자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특히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빅테크 기업만 찾는다고 한다. 반포주공1단지에 살다 아크로리버파크로 이사 왔다는 주부 이모(64)씨는 “원래 국내 주식만 하다가 지난해부터 미국 빅테크 7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며 “모두 4억원 정도를 넣었는데, 3억원 넘게 수익이 났다”고 했다. 그는 해외 주식 수익에 양도소득세를 22% 물긴 하지만 국내 주식 투자로 평가 손실이 생겨 돈이 묶이는 것보단 낫다고 했다.

3. “19억 들고 원펜타스 청약” 내달 ‘20억 로또’에 큰 관심 공모주 투자도 반포 엄마들의 자산을 불리는 수단이다. 홍은미 KB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반포센터장은 “공모주 청약은 몇 주 배정받기 어려워 직접 투자보다는 코스닥 벤처펀드 같은 공모주 펀드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공모주 펀드는 전체 자산의 30% 정도만 공모주를 담고 나머지 70%는 채권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김경진 기자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단기 상품도 인기다. 파킹형 ETF란 차를 잠시 주차(park)했다가 빼는 것처럼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ETF로, 하루 단위로 수익률이 계산된다. 연 환산 수익률은 4% 전후다. 이혜정 한국투자증권 반포PB센터장은 “짧게 투자하면서 금리 동향을 보고 움직이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원베일리 상가 5층에 있는 유안타증권 PB센터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부동산 투자 세미나를 들으러 40여 명이 몰려서다. 이날 강사로 나선 박형렬 블리츠자산운용 부사장은 “압구정·여의도·목동·한남동·서초의 동시다발적인 재건축으로 2030년대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화려한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향미 유안타증권 GWM반포센터장은 “반포 엄마들은 자녀에게 부(富)를 이전하려는 게 최고 관심사 중 하나”라며 “자녀 세대가 반포에 같이 거주하길 원하고, 절세까지 하려다 보니 부동산 매수·증여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같은 아파트(원베일리) 입주민끼리 결혼 상대를 찾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요즘엔 오는 7월 분양 예정인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대학생 자녀 한 명을 둔 사업가 유모(58)씨도 그런 경우다. 유씨는 “현금을 19억원 정도 들고 있는데, 이 돈으로는 아들에게 반포 20평대 아파트도 사줄 수 없다”며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을 한 뒤, 떨어지면 잠원동이나 서초동 아파트 급매물을 잡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 84㎡ 일반분양가는 20억원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주변 신축 아파트보다 15억~20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기존 반포 아파트를 ‘갭 투자’하려는 수요도 많다. 김기홍 베일리솜사탕 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래미안 원펜타스에 청약해 보고 안 되면 기존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겠다는 문의가 많다”며 “전용 84㎡를 기준으로 원베일리는 20억원, 아크로리버파크는 17억원, 래미안 퍼스티지는 15억원 정도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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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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