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숨진 지 1209일만에 대전현충원 안장
추모객 100여명 모여…“하늘 나라에선 행복하길”
군인권센터 “변 하사가 남기고 간 과제 이어갈 것”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고(故) 변희수 전 하사의 안장식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2024.06.24 문재원 기자


“고(故) 변희수 하사는 수년간 갖가지 혐오적 발언과 차별적인 모욕적인 언사를 견뎌내고 긴 시간을 돌아 현충원에 왔습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충혼당에서 진행된 변 하사 안장식에서 추모사를 낭독하자 추모객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일부 추모객들은 준비해왔던 손수건으로 참아 왔던 눈물을 닦아냈다. 변 하사의 부친은 단상 위에 세워져 있는 변 하사의 영정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안장식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날 안장식에는 변 하사를 추모하기 위해 검정색 차림을 한 또래 친구 등 100여명이 찾았다.

변 하사의 유족들과 군인권센터,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 등은 차례로 헌화에 나서 고인의 넋을 기렸다.

변 하사는 2019년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군으로부터 강제 전역 조치를 당하고 2021년 3월3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현충원에 안장된 건 숨진 지 1209일만이다.

변 하사는 사망 3년여 후인 지난 4월 순직을 인정받았으며, 지난 5일 국가보훈부로부터 대전현충원 안장이 결정됐다.

임 소장은 “오늘의 현충원 안장이 앞으로의 고통과 힘듦을 평생 가슴속에 묻고 가야 할 유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며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오늘에서야 변 하사가 이곳 순국 선열들이 계신 곳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추모사를 낭독했다.

카이스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모씨(23)는 “그동안 변 하사가 겪은 차별과 그로 인한 고통을 생각하면 분노와 슬픔을 느끼지만, 이번 현충원 안장은 변 하사의 용기와 투쟁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며 “변 하사의 용기에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았고,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기만을 바란다”고 추모했다.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고(故) 변희수 전 하사의 안장식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2024.06.24 문재원 기자


향후 군인권센터는 변 하사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활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국방부와 육군이 변 하사의 순직을 불인정해 고인과 유가족은 아직까지도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며 “군 당국에서는 본인들이 위법으로 처리한 결정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변 하사가 현충원에 안장된 것만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닌, 군 당국이 반드시 사과하는 자리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 하사가 남기고 간 과제들은 남은 사람들이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퍼스트코리아 시민연대와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의 보수단체가 24일 대전국립현충원 앞에서 변 하사의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강정의 기자


한편 퍼스트코리아 시민연대와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의 보수단체는 이날 대전현충원 앞에서 변 하사의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변 하사의 순직은 개인적인 일로, 군인사법 규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889 불경기에 ‘비계 삼겹살’ 후폭풍까지…제주도, ‘관광 비대위’ 세웠다 랭크뉴스 2024.06.27
39888 볼리비아군 쿠데타 시도 실패…주도자 체포·군부 철수 랭크뉴스 2024.06.27
39887 천하람 “국민의힘, 상임위에서 민주당 전과기록 읽고 있더라” 랭크뉴스 2024.06.27
39886 북, '공중폭발'을 '탄두분리'로 왜곡하나…다탄두시험 성공 의문 랭크뉴스 2024.06.27
39885 원희룡 “윤 대통령은 하늘이 만들어···한동훈, 친분으로 장관” 랭크뉴스 2024.06.27
39884 "계약금 2배 주고 취소"…2주새 3억뛰자 분당 집주인 마음 바꿨다 랭크뉴스 2024.06.27
39883 입주 끝났는데 60%가 그대로…청산미룬 조합장 이제 정부가 고발 랭크뉴스 2024.06.27
39882 “피멍들게 때린 코치, 손흥민 친형이었다”…父와 피소 랭크뉴스 2024.06.27
39881 볼리비아군 ‘쿠데타 시도’…대통령궁 무력 진입했다가 회군 랭크뉴스 2024.06.27
39880 [단독] 손웅정 고소 학부모 “별의별 욕 보는 게 견딜 수 없었다” 랭크뉴스 2024.06.27
39879 [단독] “난 국정원 출신” 진화위 국장, 사진 금지 공문 합격 직후 보내 랭크뉴스 2024.06.27
39878 '훈련중 음주' 피겨 선수, 이해인이었다…"성추행은 아냐" 주장 랭크뉴스 2024.06.27
39877 "와인은 두번째 아메리카노"…아침 7시에 문 여는 술집의 정체 [비크닉] 랭크뉴스 2024.06.27
39876 "집 있으면 손해" 0원에 집 판다…부동산 애물단지 된 日,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6.27
39875 中 다롄서 날아온 아들, 엄마 찾기 위해 DNA채취부터 했다 랭크뉴스 2024.06.27
39874 오늘부터 세브란스 무기한 휴진…사그라지지 않는 휴진 움직임 랭크뉴스 2024.06.27
39873 "이거 없인 못 살아"…아프리카 장악한 中 제품 세가지 뭐길래 랭크뉴스 2024.06.27
39872 아마존 시총 2조달러 돌파···리비안 23% 급등 랭크뉴스 2024.06.27
39871 북한군 포탄에 으스러진 손으로 그린 ‘숫자 7’ 랭크뉴스 2024.06.27
39870 "김수영 시인은 나를 아방가르드한 여자라고 좋아했어요" 랭크뉴스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