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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24일 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소 이주노동자 19명을 포함해 22명 노동자의 목숨을 황망하게 앗아간 경기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에, 사망자들의 주검이 안치된 장례식장에는 밤늦도록 정치권과 노동계의 조문이 이어졌다. 가족을 찾으려 나선 중국 동포는 눈시울을 붉힌 채 장례식장을 헤맸고, 신원이 밝혀진 사망자 유가족은 끌어안고 통곡했다.

25일 자정 기준, 신원이 확인돼 유일하게 가족에게 소식이 전해진 사망자 ㄱ(52)씨의 주검이 안치된 송산 장례문화원에서 유가족들은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서로를 끌어안았다. ㄱ씨는 공장 내부 2층에서 소방 당국에서 최초로 발견됐지만, 심정지 상태였다. ㄱ씨는 세 자녀를 둔 아버지로, 성년이 된 두 자녀와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거로 알려졌다. 남편의 죽음을 확인한 ㄱ씨 아내는 연신 울음을 터트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ㄱ씨 가족과 지인들은 뒤늦게 도착한 자녀들을 껴안으며 오열했다.

이날 밤 송산장례문화원을 찾아 ㄱ씨 가족을 만난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아이들한테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 전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 차원에서 더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유가족한테) 드렸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 전문가이기도 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이날 ㄱ씨 가족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눈 뒤, “우선은 상황 파악이 필요한 단계”라며 “(2022년) 화성 의약품 폭발 사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가 사건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하는 활동을 경험했던 지역인만큼 문제를 함께 풀어가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9월 화성 향남읍 상신리 제약단지에 있는 화일약품에서도 폭발과 함께 큰불이 나 20대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당시 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논의, 희생자 추모 등이 이어졌다.

이날 저녁 중국 국적의 한 남성은 붉어진 눈으로 송산 장례문화원을 찾았다. 그는 “친형과 사촌 누나 2명이 아리셀 공장에서 일했는데 누나들 전화기가 꺼져있다. 여기 오면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친형과 왔다”며 다급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확인했다. 그의 가족은 아리셀 공장에서 일한 지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조선호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이분들이 정규직원이 아니고 용역 필요할 때 파견받아서 쓰는 일용직이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결국 가족을 찾지 못한 채 낙담한 표정으로 장례문화원을 떠나야 했다.

25일 자정까지 목숨을 잃은 노동자 대부분은 신원 확인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지문과 혈액 등을 채취해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송산장례문화원 관계자는 “시신 훼손이 너무 많이 돼서 신원 파악이 어렵다”며 “변사나 재난 등에 따른 사고의 경우 경찰 입회 하에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도 정치권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안타까운 참사 앞에 집권 여당의 일원으로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왔다”며 “중국인 노동자가 이번 사고로 많이 돌아가셨는데, 예우를 지키며 그분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대원들이 사망자를 이송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날 오전 10시31분께 화성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5일 자정 기준, 확인된 총사망자 수는 22명이다. 사망자 가운데 한국인 2명, 중국인이 18명, 라오스인이 1명, 국적 미상이 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확인된 사망자 외에 연락 두절 상태인 실종자가 1명 추가됐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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