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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화재 참사]

유족들 5~6개 병원 헤매며 발 동동
대부분 파견직… 내부 낯설어 큰 피해
외교부 “해당국 공관과 긴밀히 협조”
119구급차가 24일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사상자 이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화성시 리튬배터리 제조공장 화재 참사는 이주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장으로 내몰리는 이른바 ‘위험의 이주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주노동단체들은 이번 사고가 단일사고로는 가장 많은 이주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최악의 참사라고 지적했다.

24일 화성 송산장례문화원에서 만난 40대 중국인 남성 A씨는 아리셀 공장에서 일하던 사촌 누나 두 명을 찾고 있었다. 그는 사고 현장을 먼저 찾으려다가 급하게 장례식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A씨는 “마지막으로 누나들을 본 건 명절 때다. 매형들도 지금 장례식장으로 오고 있다”며 “살아있었으면 연락이 왔을 텐데 연락이 안 된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A씨와 동행한 친구 B씨도 “재난 문자를 보고 나서야 사고가 난 줄 알았고, 경찰이나 회사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 노동자 가족들도 5~6개 병원으로 뿔뿔이 흩어져 가족을 찾아 헤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숨진 22명 중 20명이 이주 노동자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으로 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사망자는 중국인이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라오스인이 1명, 한국인은 아니지만 국적이 불분명한 1명도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소방 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이어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 작업자 명부가 불에 타버린 것도 수습 과정을 더디게 만든 요인이다. 특히 아리셀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경우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때 파견받는 형태로 근무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작업자들이) 2층 출입구 앞쪽으로 대피했다면 인명 피해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데, 이분들이 놀라서 막혀 있는 (작업실) 안쪽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참사로 기록됐다. 2007년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사고(10명 사망), 2020년 4월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3명 사망)보다 사망자가 더 많다.

섹 알 마문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이 대부분 이런 위험 상황에 놓여있다. 안전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박현준 화성이주노동자센터 소장도 “이주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더럽고, 임금이 싸고 안전 조치가 미흡한 사업장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단속이 미치지 않는 곳을 중심으로 외국인 산업재해 사고는 갈수록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형 화재로 22명의 노동자가 숨진 경기도 화성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 공장을 찾아 화재 진압을 마친 소방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는 이주 노동자 희생자에 대한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외국인 유가족에게 전담 직원을 배치해 필요할 경우 항공료와 체류비, 통역 서비스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교부도 “외국인 사망자 및 유가족 지원 등을 위해 해당국 주한 공관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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