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22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24일 오전 공장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속수무책이었다.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라는 새로운 유형의 재난 앞에서 소방당국은 ‘2차 확산 방지’와 ‘사후 수습’ 말고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었다. 그사이 스무명이 넘는 노동자가 화마에 휩쓸렸다. ‘금속 화재’ 등 특수 유형 화재에 대비해 소방당국이 만든 진압 매뉴얼은 불구덩이에 고립돼 스러져가는 생명을 구하는 데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불이 나 2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불이 붙으면 물이나 이산화탄소 살포 등 통상적 방법으로 끌 수 없는 리튬의 특성 탓에 소방당국은 초동 진화에 실패한 뒤엔 불이 주변으로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을 구축한 채 사실상 ‘자연진화’ 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화성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재

불은 오전 10시31분쯤 공장 북서쪽에 있는 배터리 완제품 검수동에서 시작됐다. 불이 난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으나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됐다는 현장 근무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관 등 진화 인력 145명과 펌프차 등 장비 50대를 현장에 보냈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1차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공장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이 연속 폭발하며 급격히 불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리튬 배터리를 제조해 완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불이 난 3층짜리 철골구조 건물(연면적 2300여㎡)에는 3만5천개가 넘는 원통형 리튬 배터리가 보관 중이었다고 한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은 리튬 화재 진압에 필요한 마른모래와 팽창 질소를 준비해 갔으나 불길이 워낙 거세 현장에 도착하고도 4시간 가까이 내부 진입을 하지 못한 채 불길 확산 차단에만 주력했다. 불은 화재발생 4시간40분만인 오후 3시10분쯤 꺼졌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3시쯤 불길이 잦아든 뒤 현장 진입을 시도한 구조대원들은 건물 2층에서 불에 타 숨진 실종자들의 주검 21구를 찾아냈다. 앞서 숨진 1명은 화재 직후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뒤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공장 안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은 출입구 쪽에서 발생한 불이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미처 대피를 하지 못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희생자 대부분은 외국인으로 18명이 중국인, 1명은 라오스인이었다. 한국인은 2명이었다. 이들은 건물 2층 남서쪽 구석방에 몰려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건물 바깥쪽으로 통하는 비상계단 2개가 있는데, (불길이 갑작스럽게 번지면서) 미처 탈출을 못 한 것 같다”고 했다.

소방청이 2023년에 마련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를 보면, “(리튬과 같은) 가연성 금속은 분말이 공기 중에 부유하면 폭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물·폼·할로겐약제·이산화탄소 소화기로는 소화할 수 없으며, 진압 후에도 장기간 고온 발화된 상태가 유지되므로 수분 접촉 등을 통한 재발화에 주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801 [속보] 볼리비아軍, 장갑차 앞세워 대통령궁 진입…"쿠데타 진행중" 랭크뉴스 2024.06.27
39800 여제자에 "사랑한다, 여신님"…교총회장 편지, 내부서도 시끌 랭크뉴스 2024.06.27
39799 한국서 나고자란 이주청소년... 취업 못하면 나가라니 '무슨 날벼락' 랭크뉴스 2024.06.27
39798 '메이셀'의 과거도 수상하다…외국인 불법파견 위해 만든 업체? [화성 리튬공장 참사] 랭크뉴스 2024.06.27
39797 용인 전철역 옆에도 폐가…2040년, 서울도 '빈집 쓰나미' 온다 랭크뉴스 2024.06.27
39796 북한, 오물풍선 사흘연속 살포‥한달 새 일곱번째 랭크뉴스 2024.06.27
39795 소동파를 ‘우주대스타’로 찬양?…고려를 원숭이로 욕한 혐한파였다[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랭크뉴스 2024.06.27
39794 "경찰한테 사고 대신 냈다고 해"…여친에 허위 자백 시킨 변호사 결국 랭크뉴스 2024.06.27
39793 콜롬비아 고지대 대중교통 케이블카 추락…1명 사망·21명 부상 랭크뉴스 2024.06.27
39792 한은 뉴욕사무소 "AI 기술 발달, 통화정책 불확실성 더 높일 것" 랭크뉴스 2024.06.27
39791 "뜨겁지 말입니다"…후임병 호소에도 계급장 태워 화상 입힌 선임병 랭크뉴스 2024.06.27
39790 유명 호수에 다리 담갔다가…주먹만한 물집 뒤덮여 '충격' 랭크뉴스 2024.06.27
39789 '홀로코스트 부정' 독일 95세 노인 징역 16개월 랭크뉴스 2024.06.27
39788 윤 대통령, 정신건강 정책 ‘대전환’ 선언…내달부터 ‘전 국민 마음투자사업’ 랭크뉴스 2024.06.27
39787 "이렇게 컸네, 송일국씨 아니에요?"…삼둥이 만난 유재석 깜짝 랭크뉴스 2024.06.27
39786 DNA 가닥 오가며 유전자 이동…크리스퍼 넘는 차세대 편집기술 나와 랭크뉴스 2024.06.27
39785 러 외무차관, 한국대사에 "대결적 정책 재검토 촉구" 랭크뉴스 2024.06.27
39784 '폭스바겐 7조원 투자' 美전기차 리비안주가 23%↑…상승폭 줄어 랭크뉴스 2024.06.27
39783 "X이나 먹어라"…英 총리 집 호수에 들어간 남성, 바지 내리고 한 행동 랭크뉴스 2024.06.27
39782 '임성근 골프 모임' 추진 카톡방에 등장한 도이치 공범? 랭크뉴스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