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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경기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대형 화재 사망자가 안치된 화성유일병원 앞에 경찰 차량이 서있다. 고나린 기자

오후 1시 1명, 오후 4시 9명, 오후 5시 16명, 오후 6시 22명.

24일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실종자’ 숫자가 ‘사망자’ 숫자로 변해갈수록, 화성시 일대 장례식장에는 번호표를 달고 안치되는 노동자의 주검이 늘어갔다.

처참한 화재 속에 훼손 정도가 극심해 이날 저녁까지도 대부분 성별 등 최소한의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주노동자가 사망자 대부분을 차지해 신원확인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족과 이름을 찾지 못한 주검이 안치된 장례식장에는 ‘울음’보다 ‘적막’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주검들이 장례식장에 도착할 때마다 ‘타는 냄새’가 맴돌았다.

이날 사망자 4명이 안치된 함백산추모공원 장례식장의 이소영 화성시청 위생정책과 주무관은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주검이 전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찾은 공무원과 경찰만 적막한 안치실 앞 복도를 지켰다. 주검을 살펴본 경기남부경찰청의 한 과학수사대원은 “휴대전화 등 소지품도 모두 타버려 유전자 감식이 필요한데, 가족을 찾고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여서 신원 확인에는 한층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망자 22명 중 중국인이 18명, 라오스인이 1명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은 2명, 국적 불명은 1명이었다. 화성유일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고인이 외국인이면 유전자를 채취하고, 유가족들 유전자를 대사관에서 채취해온 뒤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신원 확인을 하고 빈소를 차리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설명에 따르면 아리셀에는 외국인고용허가(E-9)나 방문취업(H-2) 비자를 사용해 취업한 이주노동자는 없었다. 다만 중국동포는 재외동포(F-4) 비자로 체류하면서 제조업 사업장 등에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 기록이 남아있다면 신원확인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등록이주노동자 신분이었다면 신원확인은 쉽지 않다.

이날 최초 사망자로 발견돼 신원이 확인된 50대 남성 노동자의 가족과 지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이날 오후 송산장례문화원에 도착했다. 먼저 와 있던 다른 가족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끌어안고 오열했다. 사망자는 세 아이의 아빠로, 충북 청주에 가족을 두고 화성으로 나와 일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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