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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20명 중 2명 한국인, 20명 외국인 
연속 폭발 초기 급격한 불길 진화 어려워 
외부 통하는 계단 있었지만 탈출 못한 듯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리튬)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큰불이 나면서 22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화재는 다닥다닥 붙은 11개 공장건물 중 한 동에 집중됐으나, 배터리 셀 1개에서 시작된 폭발이 거대한 화염으로 순식간에 번지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전 10시 30분쯤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한 시간 뒤쯤 근로자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끝내 사망했고, 이후 수색작업 중 21명이 추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2명은 한국인, 20명은 외국인 근로자로 파악됐다. 이 밖에 중상자 2명, 경상자 6명 등 오후 6시 기준 사상자는 30명으로 집계됐다.

불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3층짜리(연면적 2,300여 ㎡) 공장 3동 1층 작업장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낮 시간이었으나 연쇄 폭발로 불이 붙은 배터리에서 대량의 연기가 솟구치면서 현장은 급속도로 혼란에 빠졌다. 50대 근로자 A씨는 “3동 1층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 어디서 폭발이 나고 불이 났는지도 모른 채 황급히 공장을 빠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시신을 수습하는 소방대원들의 모습. 뉴스1


폭발에 취약한 리튬전지가 대규모 인명 피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리튬전지는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뜨거워지면서 폭발이 일어나고 불이 나면 다량의 불산 가스를 뿜어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이 난 공장 3동은 리튬전지 검수 시설이 있고, 주로 포장 작업이 이뤄진다. 불이 날 당시 공장에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 주로 쓰이는 지름 30㎝, 높이 45㎝의 리튬전지 완제품 3만5,000여 개가 보관돼 있었다. 이날 불이 난 3공장 근무자 67명 가운데 1층에 15명, 2층에 52명이 있었는데 피해는 2층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2층에서 외부로 빠져나오는 계단이 있었으나,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의 화재조사관(특별사법경찰) B씨는 “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와 달리 폭발도 잦지만, 한번 폭발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으로 커지는 특성이 있다”며 “소방시설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 위치 및 상황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시뻘건 화염이 솟구치고, 유독가스까지 뿜어져 나오면서 150명 넘는 인력과 장비 50대를 동원한 초기 진압도 여의치 않았다. 소방대원들은 오후 3시쯤 주불이 잡히고도 추가 폭발 위험이 잦아든 뒤에야 본격 구조 작업에 뛰어들었다. 김 과장은 “선착대 도착 당시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이 연속 폭발하며 급격히 불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구조대원이 곧바로 내부 수색에 나서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건물 전체는 철구조물이지만 내외장재가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샌드위치 패널은 샌드위치처럼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재료다. 단열재로는 우레탄 또는 스티로폼이 들어간다. 단열과 방음 기능이 놓고 건설 기간이 짧고 저렴하지만 화재에 취약하고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를 내뿜어 대형 화재의 원인이 됐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열기를 식히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사본부를 꾸려 곧 관계기관 합동감식에 나서는 등 화재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비상벨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등 소방안전 수칙 준수 여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수원지검도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중대재해'라는 점을 고려해 2차장 검사를 팀장으로 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전담수사팀은 공공수사팀 및 형사3부 7개 검사실로 구성됐다.

국내 대형 화재 참사. 그래픽=이지원 기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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