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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하사의 유골, 대전현충원의 ‘충혼당’에
“일부 혐오 세력 반대해도 논쟁 사안 아냐”
고 변희수 하사 현충원 안장식이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엄수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아버지는 안장식 내내 영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끝엔 국화 한송이가 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후들거리는 사지를 안간힘을 다해 지탱하는 모습이었다. 군복을 단정하게 입은 영정 속 딸도 맨 앞줄에 앉아 흐느끼는 아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골이 납골당에 봉안된 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울먹이며 아버지를 다독였다.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희수는 여기서 안식할 것입니다. 이곳을 찾은 국민이 순국선열을 추모하면 희수도 함께 기려지는 것이에요.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24일 오후 3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엄수된 고 변희수 하사의 안장식에는 변 하사의 유족과 100여명의 추모객이 함께했다. 충북 청주 목련공원에 있던 변 하사의 유골은 이날 대전현충원으로 옮겨져 봉안됐다. 안장식에 앞서 오후 2시 계룡대 육군본부 앞에서 노제가 치러졌다. 성전환을 이유로 강제전역을 당한 지 4년5개월 만이었다. 변 하사의 유골함 뒤를 따른 추모객들은 “육군본부는 사과하라”며 소리쳤다.

변 하사의 안장 소식에 일부 동성애 혐오 보수단체가 현충원에 몰려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안장식과 노제를 준비한 군인권센터는 “안장식은 법률에 따라 순직자로 분류된 변 하사가 법률이 정한 절차를 밟아 안장 심의를 통과해 진행되는 것으로, 일부 혐오 세력이 안장에 반대한다고 해서 논쟁 사안으로 여겨지거나 사회적 논란으로 다뤄질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고(故) 변희수 전 하사의 안장식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변 하사의 유골이 봉안된 곳은 대전현충원의 납골당인 ‘충혼당’이다. 대전현충원의 장병 묘역은 고 채수근 상병을 마지막으로 꽉 차 변 하사는 들어가지 못했다. 안장식은 대전현충원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소송 과정까지 변 하사와 함께했던 군인권센터가 안장식과 노제 진행을 도왔다.

안장식에서 임 소장은 “소송에 이기고 나서도 고인이 현충원에 들어오기까지 3년 이상의 시간 동안 갖가지 혐오적이고 차별적·모욕적인 발언들이 있었고, 그 시간을 견디며 돌고 돌아 순국선열들이 계신 곳에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오늘 왔다. 몇년 전 미연방 대법원 긴즈버그 대법관이 제게 한 말이 기억난다. 인권의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앞으로도 이 고통을 안고 살아갈 변 하사의 부모님에게 오늘 이 시간이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 중 국외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군 당국으로부터 강제전역 조처를 당했다. 변 하사는 ‘여군으로서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다’며 육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이 미뤄졌고, 변 하사는 2021년 3월3일 충북 청주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4월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변 하사가 사망에 이른 주된 원인은 강제전역 처분으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이라며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유족은 바로 국가보훈부에 ‘변 하사를 충북 청주 목련공원에서 대전현충원으로 이장해달라’고 신청했고, 보훈부는 지난 4일 이를 승인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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