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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농식품부, 농산물 수입 놓고 대립각
송미령 장관 “한은, 농정 전문가 아냐” 비판
한은 “韓 식료품 물가, OECD 국가 중 1위”
송 장관, ‘사과 수입’ 주장엔 “검역 통과돼야”

한국은행이 국내 농산물·식료품 물가가 해외에 비해 높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하면서 농정 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가계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수입을 장려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핵심 주장이다.

농식품부는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농업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물가 기준으로 분석, 농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한은의 보고서를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수입 대책의 현실성에 대한 비판을 넘어 한은 연구 결과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날이 선 발언까지 쏟아냈다.

전문성을 지적 받은 한은이 재반박에 나서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물가를 보는 지표의 기준이 달라 서로 입장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농산물과 식료품 물가는 해외보다 얼마나 비싼 것일까. 한은은 왜 수입을 주장하는 것일까. 조선비즈가 짚어봤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식료품 가격 얼마나 높을까… 1위 vs 19위
한은이 국내 식료품 가격이 높다고 꼬집은 것을 두고, 송 장관은 한국의 식료품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하는 인텔리전스 유닛(EIU) 통계를 사용해 한국의 식료품 물가가 OECD 33개국 평균의 1.6배라고 꼬집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송 장관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통계를 들어 우리나라 농식품 물가 수준이 38개 OECD 국가 중 19위라고 언급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송 장관의 주장이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송 장관이 언급한 순위는 기준년(2015년) 대비 특정 시점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물가지수’이기 때문이다. 상승률을 기준으로 국가별 물가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상승률이 낮더라도 물가 수준은 높을 수 있어 지수의 크기로 국가별 물가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A국과 B국의 농식품 물가지수가 2015년 100에서 2022년의 150으로 올랐다고 치자. 이 경우 두 국가의 물가는 나란히 50% 상승한 것이 된다. 그러나 두 나라의 농식품 가격은 다를 수 있다. A국의 사과 가격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르고, B국의 사과 가격이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라도 상승률은 50%로 같기 때문이다.

한은이 근거로 댄 EIU 데이터도 한계는 있다. EIU의 물가 수준에는 각국의 소득 수준이 반영되지 않고, 한국의 물가는 서울을 기준으로 추정하기에 물가가 과대 추정되는 문제가 있다. 송 장관은 이와 관련해 “(EIU가)아주 흔하게 쓰는 데이터는 아니다”라면서 “조사 방식도 예컨대 각 도시에서 사과 가격 2개를 뽑아 평균을 내고 그냥 비교하다 보니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OECD 통계를 사용해도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EIU와 유사한 OECD 지출 목적별 물가지수 통계로 세부 품목별 물가 수준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식료품 물가 수준은 OECD 평균보다 56% 높았다. 38개국 중 1위에 해당했다. 데이터를 어떤 기관이 조사했느냐에 따라서 물가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송 장관 주장을 반박하는 결과다.

./한국은행 제공

농업 생산성·개방도 기준 무엇이 맞나
송 장관은 한은의 보고서가 총요소생산성이 아닌 노동생산성을 기반으로 사용한 것도 지적했다. 한은은 노동생산성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농업 부가가치가 OECD 38개국 중 27위라고 주장했는데, 잘못된 수단으로 생산성을 측정했다는 것이다. 총요소생산성이란 노동과 인적자본, 물적자본 이외에도 기술 발전 등 요인까지 반영한 총체적인 생산성을 뜻한다. 노동 생산성은 일정량의 노동으로 얻을 수 있는 생산성을 의미한다.

어떤 기준을 쓰느냐에 대해서는 송 장관과 한은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분석 목적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총요소생산성은 정확한 수치를 산출하기가 어려워 생산성 수준을 국가별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인구수와 종사자 수, 국내총생산(GDP)을 알면 비교적 쉽게 산출할 수 있어 생산성 수준을 비교하는 게 가능하다. 한은은 이런 장점을 고려해 노동생산성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누가 더 많이 생산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노동생산성을 보는 것이 맞고, 어느 나라의 농업 기술이 더 좋은지를 보려면 총요소생산성을 보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그는 “총요소생산성을 정확히 산출하기가 어려워서 거시 분석에서는 노동생산성을 많이 쓴다”고 했다.

사과 놓고 시작된 논쟁…. 수입 전반으로 번져
농식품부와 한은이 논쟁을 시작한 출발점은 ‘사과’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사과 물가가 급등한 것을 두고 “기후변화 속에 생산자 보호를 위해 지금의 정책을 유지할지,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 수입을 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사과 수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검역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당장 수입은 어렵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우리 사과 시장을 보호하려고 (수입 절차를) 일부러 늦추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절차에 빠르게 응하면 빠르게 처리될 수 있지만, 철저히 (검역)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역 협상에는 평균 8년 1개월이 걸리고, 만약 검역 과정을 철저히 하지 않을 경우 과수화상병 등 우리나라 농업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한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사과를 넘어 농산물 전반에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식량자급률은 49.3% 수준이고, 나머지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입을 더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게 송 장관의 핵심 주장이다.

송 장관은 “한은은 어떤 품목 수입량이 많으면 개방도가 높다고 봤는데, 국내총생산(GDP) 중 교역량(수출+수입) 비중을 개방도로 봐야 한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오히려 개방도가 너무 높아서 문제”라며 “한국 시장은 세분화돼 있어 수입이 많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개방도를 다르게 볼 수 있는데, 품목 수로는 개방도가 낮지 않지만, 수입 비중으로 보면 곡물을 제외한 과일, 채소는 OECD 주요국과 비교해 (개방도가)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림부는 교역량으로 개방도를 판단해야 한다며 수출·수입을 다 본 것이고, 우리는 수입 비중을 기준으로 개방도를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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