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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에르메스 두고 '미친 경제학' 비유
원가는 140달러…리셀 거치면 4500만원까지 치솟아
요즘 명품들의 원가가 고객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죠. 얼마 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380만원짜리 핸드백 제품 원가가 8만원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기가 막히다', '현대 봉이 김선달이다' 등의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마진이 높다는 것은 영업이익률을 통해 드러납니다. 영업이익률은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으로, 이 기업이 얼마나 장사를 잘하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죠. 지난해 디올의 한국 사업 영업이익률은 29.8%를 기록했습니다.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샤넬의 한국법인인 샤넬코리아 역시 이 기간 16.0%의 영업이익률을 찍었습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17.4%를 기록했고요.

모든 글로벌 브랜드가 다 그런 거 아니냐고요? 한때 시가총액 1위의 애플도 이 수치를 못 냅니다. 애플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4%에 그쳤거든요. 심지어 이 수치가 역대 최대치입니다. 7조52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애플조차 달성하기 어려운 성과라는 뜻이죠.

최근에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에르메스를 두고 '미친 경제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정말 투자할 가치가 있는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겁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 기준 버킨25 블랙 모델의 가격은 매장가 기준 1만1400달러(약 1500만원)에서 재판매(리셀) 시 2만3000달러(약 3100만원)까지 치솟습니다. 2배가 넘게 뛰는 셈이죠. 그럼 리셀 매장에서 구매하는 고객들은 얼마를 지불해야 할까요. 3만2000달러(약 4500만원)입니다. 1500만원의 제품이 두번의 유통과정을 거치면 단숨에 4500만원으로 뛴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제품의 제조 원가는 1000달러(약 140만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매장에서 구매하지 못하는 고객들은 원가의 32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구매 실적'이 없으면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게 바로 이 '버킨백'이기 때문입니다.

에르메스는 리셀러의 무분별한 구매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1년에 쿼터백은 2개만, 아더백은 아더백은 6개까지 구매 가능합니다. 보통 인기가 많은 버킨과 켈리 라인이 쿼터백에 해당되고, 그 외의 제품들이 아더백에 해당하죠.

아더백을 열심히 구매해서 실적을 쌓고, 그게 증명이 되면 버킨백을 구매할 '기회'가 제공되는 거죠. 게다가 열심히 실적을 쌓아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받기 어려워서 '얼마를 써도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 문제로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 고객 2명이 에르메스를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에르메스가 한 품목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다른 품목을 구매하도록 ‘연계’해 독점 금지법을 위반한다는 게 소송의 골자입니다.

WSJ은 "에르메스는 구매 5분 만에 2배의 가격을 벌 수 있다"라며 "그러나 손에 넣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에르메스 고객들은 알고도 삽니다. 그럴 가치가 있다는 판단인 거죠. 원가가 얼마든, 리셀가가 얼마든 상관이 없습니다. 명품은 신분제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계급을 나타낼 수 있는 확실한 '증명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에르메스는 이 산업의 꼭대기에 있고요. 명품 산업이 불황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는 이유일 테죠.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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