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쪽)을 기증한 조병훈(22)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체육교사가 꿈이었던 20대 청년 가장이 음주 뺑소니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나며 5명의 생명을 살렸다.

2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4월1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조병훈(22)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쪽)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6년 전 아버지가 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숨진 뒤 가장 역할을 해온 조씨는 3월17일 스스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음주 뺑소니 차량에 치였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조씨의 가족은 기적을 바라며 조씨가 다시 깨어나길 희망했다. 하지만 다시 깨어날 수 없다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듣고 ‘이대로 떠나긴 너무 어리기에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4월1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쪽)을 기증한 조병훈(22)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부천에서 1남 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난 조씨는 매우 활발했고 어려운 친구를 보면 먼저 도왔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해 태권도 4단 자격을 딴 조씨는 지역 태권도 대회에 나가 금메달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부천대 스포츠재활학과에 입학한 조씨는 총학생회에서 문화체육국장을 맡아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다. 그의 꿈은 아이들에게 즐겁게 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체육 교사였다.

조씨의 어머니 이경희씨는 “병훈아, 이제 너를 만날 순 없지만 너의 몸 일부라도 다른 사람 몸에서 살고 숨 쉬고 있는 거니까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힘들었던 건 다 잊고 새 삶을 살아. 보고 싶다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겨레

이유진 기자 [email protected]